[리뷰] 우당탕탕 라미란엔 웃음 못참지…'정직한후보2'
주상숙(라미란)은 초라해졌다. 눈치도 보인다. 강원도 부둣가에서 생선을 손질하며 살고있는 그는 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후, 압구정 아파트가 넘어가고 빚이 생겼다. "정치인은 정치를 안 하면 하등 쓸모없다"라는 말에도 반박할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기회가 다가온다. 바다에 빠진 시민을 구하게 된 것. 이것이 대서특필되고, 주상숙은 일사천리 강원도지사 자리까지 앉게 된다. 이번엔 전이랑 다르다. 정말 도민을 위해 일해야지. 서류 하나하나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도민을 위한 일인지 두 번, 세 번 체크해볼 거다. 그런데, 도청 공무원들은 답답해하고, 여론도 내 맘 같지 않다. 묘하게도 정직할수록 지지율은 곤두박질 친다.
그때 조태주(서현우)가 익숙하게도 너무나도 쉬운 선택지 쓱 내민다. 그럼 다시 쓱 잡아볼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거짓은 일단은 주상숙을 다시 일으킨다. 하지만 실상은 곪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다시 운명처럼 진실의 주둥이가 찾아온다. 이번에는 박희철(김무열)까지 옮았다. 수습해줄 이가 없다.
'정직한 후보2'는 전편에서 보여준 장점을 확실하게 챙기며 앞으로 나간다. 먼저 주상숙(라미란)이 진실의 주둥이를 얻게 되고 우당탕탕하며 상황을 헤쳐 나간다. 좌충우돌 상황 속에는 웃음이 있고, 사회에 대한 해학과 속 시원함이 있다. 대통령 집무실의 편안한 의자에 앉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국민의 혈세로 만들었나 봐?"라고 툭 뱉는 말들은 우리의 마음의 소리를 속 시원히 직구로 전달한다. 사이다 행보가 이어진다.
그러면서도 전편보다 더 나아간 속편이라는 점에는 의심이 없다. 일단 주상숙(라미란)이 도지사가 되며, 좀 더 실무에 가까워졌다. 허가와 보류 사이 주상숙은 고민하고, 고민의 무게만큼 속시원한 포기의 순간은 정치보다 더 가까운 현실의 일부분을 비튼 풍자로 다가온다. 또한, 주상숙의 진실의 주둥이를 수습해주던 박희철(김무열)까지 진실의 주둥이를 얻게 돼 그들의 표현처럼 진실을 "똥처럼 싸낸다." 김무열이 주말 근무에 힘들어하고 퇴근과 휴가를 그 누구보다 원하고 있었다는 표현에는 공감이 가지만, 큰 맥락 속에서 박희철에게 진실의 주둥이가 필요했는지, 소비됐는지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주상숙의 한층 부풀려진 가발처럼, 라미란이 언론시사회에서 전했듯 배우로서의 욕망도 담겼다. 그런데 그 욕망이라는 표현은 영화 속에서 열정으로 읽힌다. 물속에 빠지는 것은 영화속에서 주상숙을 변화시키는 커다란 의미로 존재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수중촬영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 공기 방울이 나오면 안 돼 숨을 길게 참고 촬영에 임하는 투혼은 주상숙에 대한 라미란의 진심의 일부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흥을 주체하지 못해 자신을 내려놓은 막춤, 흘겨보는 눈빛, 입을 틀어막는 손끝 등에서 라미란은 웃음을 유발하고 '역시는 역시'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한다. 감히 원앤온리(one and only, 유일무이한 이라는 뜻) 라미란이라는 표현을 하게 한다.
새롭게 합류한 이들의 면모도 도드라진다. 하와이에서 3년의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돌아온 시누이 봉만순(박진주)은 남다른 교포말투로 주상숙을 뜨겁게(?) 한다. 주상숙이 "가장 부러운 사람이 (이혼한) 아가씨"라고 하는 말에 두 사람의 완벽 티키타카가 압축된다. 빌런 강연준 역으로 등장하는 윤두준도 놀라운 활약을 펼친다. 그룹 하이라이트의 리더로 오랜 시간 신뢰를 쌓아온 그가,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표정을 꺼내 정치인들에게 "돈 벌었잖아요"라고 하는 말은 그 자체로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정직한 후보2'는 전편에 이어 진실이 똥이 어 버리는 현실의 순간을 비튼다. 너무 쉽게 초심을 잃고, 자연스럽게 환경은 파괴되고, 주거공간보다는 돈으로 환산된 공간 등은 '정직한 후보2'가 웃음으로 비튼 현실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굳건해지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의 씁쓸한 맛, 매운 맛, 밍밍한 맛, 텁텁한 맛 등을 모두 넘겨주는 사이다 라미란이 있다. 9월 28일 개봉. 상영시간 10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