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호중만이 할 수 있는, '노래하는 사람'으로 불리고 싶다"
지난 6월 소집해제된 김호중이 쉴 틈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활약이 필요했던 시간에 입대를 하게 됐지만, 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김호중은 한층 더 단단해져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때의 시간을 "선물 받은 느낌"이라고 돌아본, 김호중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최근 서울 마포구 망원동 한 카페에서는 김호중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김호중은 제대 후 쉬지도 못하고 활동 중인 것 같다는 말에 "1년 9개월 동안 복지관에서 근무하며 잘 충전하고 나왔다. 기다려주셨던 팬들을 위해 바로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소집해제 두 달 전부터 컨디션 관리나 음악 작업 등을 준비했다"라고 전했다.
가장 활동이 활발했어야 할 시기에 입대를 결정하게 된 김호중이다. 그때의 감정이 어땠는지 묻자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지나고 보니 오히려 그때 복무를 하며 얻은 경험이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늦은 나이에 입대를 하게 된 만큼, 어느 정도 세상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에 가서 정말 돈 주고도 못할 경험을 많이 했다. 그때의 시간이 제가 좀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뜻깊은 시간을 보냈기에 김호중은 군 복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라고 돌아볼 수 있었다. 그는 "장애인 복지관에서 근무를 하게 됐다. 당시에 같이 있던 친구들이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성인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저를 엄청 경계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친구들이 저의 이름을 외우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먼저 다가와서 말을 해줬다. 진심을 가지고 대하면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사람에 대한 자세를 비롯한, 마음의 훈련이 되는 시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단단해진 것은 김호중만이 아니었다. 김호중의 팬덤 역시 한층 더 단단한 마음으로 그의 복귀를 기다렸고,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고 있다. 김호중은 "복무 기간에도 주말에는 팬카페도 볼 수 있고, 쓸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었다. 처음에는 제가 듣는 음악을 공유해 드렸는데, 그런 것도 너무 좋아해 주시고, 이런 소통을 해주어서 고맙다고 말을 해줬다. 또 방송에는 못 나오고 활동은 못하지만, 우리끼리 단단해진 것 같다는 글도 많았고, 건강하게 돌아오기만 하라며 안도를 시켜주셨다. 내가 잘 준비해서 돌아오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라고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호중은 이러한 마음을 담아 지난달 18일 '빛이 나는 사람'을 발매했다. 이에 대해 "팬카페에서 저한테 편지를 써주는 공간이 있는데, 몇몇 분께서 저를 '빛이 나는 사람'이라고 적어주셨다. 그 단어에 꽂혔던 것 같다"라며 "사실 '빛이 나는 사람' 가사의 90퍼센트는 팬들이 써준 편지에서 발췌한 말이다. 팬들과 저의 이야기라고 꼭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라고 소개했다.
오는 28일에는 클래식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공연을 펼치기도 한 만큼, 어떤 노래를 들려줄 것인지 궁금해진 상황. 김호중은 도밍고와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펼친 것에 대해 "지금은 대중음악을 하고 있지만, 첫 시작은 성악이었다. 처음 파바로티 CD를 듣고 '이렇게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러한 파바로티'와 함께 하는 것이 3대 테너 '플라시도 도망고, 호세 카레라스다. 저도 테너인지라 항상 봐왔던 분들인데 초청장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난 뒤, 공연까지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공연이 끝나고 만찬 장소에서 두, 세 시간 정도를 함께 보냈는데 여태 지나왔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 김호중이 해야 할 것에 대한 조언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페라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부터 다음번에는 듀엣으로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도 해주셨다. 그때 느낀 것은 내가 원래 가던 음악의 길과 그렇게 동떨어진 곳으로 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보람도 느꼈다. 정말 꿈같은 시간이죠"라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다만 성악을 이어가는 것과 대중 음악을 펼치는 사이에서 고민은 없었을까. 김호중은 "복무 전과 후로 나뉘는 것 같다"라며 "물론 복무 전에도 제 음악을 했지만, 어떤 상황에 맞는 노래를 해야 했던 것 같은데 군 복무 기간 동안 제 자신에게 '너는 어떤 음악을 하고 싶니', '어떤 음악을 해야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물었고, 결론은 김호중만의 음악을 하기로 했다. 어떤 장르를 정하기보다는 제가 했을 때 편안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전혀 다른 간극의 음악에 도전하고 있지만, 어느 하나 빼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늘 도전하는 것 같다는 말에 김호중은 앞으로도 도전하는 삶을 살겠다는 말을 했다. "원래 성격이 호기심도 많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늘 도전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미스터 트롯'도 그랬고, 혼자 유학을 가서 해외의 선생님을 만난 것 등 모두가 도전이었다. 세계적인 거장과의 만남을 통해서도 물론 배우는 것이 많지만, 작은 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저한테는 늘 도전이 따라다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스터 트롯'에서 함께 경연을 펼친 이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다. 김호중은 "원래 제가 가장 원했던 것은 어떤 장르를 하는 사람이 아닌, '노래하는 사람'으로 불리고 싶다는 생각이다. 팬들께서 지어주신 '트바로티'라는 별명에 걸맞은 저의 음악을 할 것 같다"라고 다짐했다.
트로트를 듣고 싶은 팬들도 있지 않을까 묻자 김호중은 "팬들께서 제가 잘 못하는 것을 아시면서도 신나는 댄스 트로트를 해달라고 하신다"라며 '댄스'에 대한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댄스에도 도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는 "저희 소속사 친구들 중에 TAN이라는 친구들이 있는데, 얼마 전에 컴백을 앞두고 연습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댄스에 대한 제 마음의 불씨가 꺼졌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더욱 단단해져 돌아온 김호중은 올 하반기에는 더욱 바쁜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7월 중순 이탈리아를 찾아 보첼리를 만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9월 11일에는 SBS 추석특집 단독쇼를 진행한다. 또 9월 18일부터 김호중의 스토리를 담은 전시회가 펼쳐지며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전국투어 콘서트의 포문을 연다.
스스로도, 그리고 팬들도 가장 기대를 하는 것은 바로 콘서트다. 특히 첫 단독 콘서트임에도 체조경기장에 입성하게 되어 눈길을 끈다. 김호중은 "아무래도 제가 퍼포먼스를 하는 가수는 아니다 보니 사운드적인 부분에 핵심 무게를 두고 결정하게 됐다. 저희가 '미스터 트롯' 할 때 그곳에서 공연을 했고, 나훈아 선생님 콘서트를 찾았을 때는 관객도, 연주자도 되어 봤다. 이런 장소가 섭외됐다고 들었을 때 행복했다. 노래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고, 그곳을 우리만의 공간으로 가득 찬다고 생각했을 때 희열과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이 있기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콘서트 스포일러를 요청하자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 별로 없지만 최고의 연출진께서 참여해 주셨다"라고 자신했다. 그렇다면 콘서트 때 팬들이 기대하는 댄스 트로트 무대를 볼 수 있을까 묻자 "몇 가지 동작을 준비하고 있다. '미스터 트롯' 때도 안무 선생님이 계셨는데, 보시면 저희는 몇 가지 율동만 한다. 그때도 '호중아 댄스보다는 몇 가지 동작으로 우리 재미나게 해보자'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번에도 비슷할 것 같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끝으로 김호중에게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 어떻게 마음가짐이 다른지 물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 멀고 먼 길을 돌아 '미스터 트롯'에 나오게 됐다. 그런데 그 작은 곳에서 노래를 했던 시간들이 없다면 큰 곳에서도 노래를 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때 힘들기도 했고, 다른 일에 대한 유혹도 많았고, 내일이라도 당장 포기할까 생각도 많이 했는데, 음악만 하자는 마음 하나로 이 시간까지 오게 됐다. 앞으로도 음악을 하는 사람, 그 마음에는 변화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