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 천재들의 릴레이 인터뷰-더블클러치] ⑧ "브릭의 매력은 특별한 가공없이 누구나 쉽게 조립 할 수 있는 것"
MBC 새 오디션 프로그램 '블록버스터 : 천재들의 브릭 전쟁'(이하 '블록버스터')이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며 방영 중이다. '블록버스터'는 레고 마니아들이 모여 브릭 조립 배틀을 펼치는 오디션으로 전 세계 15개국에서 사랑받은 글로벌 프로그램 '레고 마스터즈(LEGO Masters)'의 한국판이다. 국내에서는 레고코리아가 제작에 참여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짓다(Rebuild The World)’ 캠페인과 연계해 국내 레고 팬덤의 위상을 알리는 동시에 누구나 창의력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디지틀조선일보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블록버스터 경연 본선에 진출한 팀을 만나 세대를 넘어 대중적인 취미로 자리 잡고 있는 레고 브릭의 매력과 창의력에 다양한 생각을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여덟 번째 인터뷰 대상자는 '더블클러치'다. 지난 26일에 방송된 블록버스터 9회에서는 최종 우승팀을 가리기 위한 파이널 라운드 1차 미션이 진행됐다. 파이널 라운드 1차 미션은 <도시의 낮과 밤을 표현하라> 였다. 산업, 문화, 주거 단지로 나눠진 거대한 미션 보드를 12시간 만에 채워 생동감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했다. 더블클러치는 “우리가 살고 싶은 집을 만들었다”라며 놀라운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주거 단지를 만들었다.
Q. 어떻게 처음 레고를 접하게 되었나요. 레고와 연관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무엇입니까.
김진영 : 초등학교 시절 사촌 형들에게 레고를 물려받으면서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제품이 뒤섞인 벌크로 받다 보니,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창작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시절 창작의 매력에 푹 빠져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워서 꾹꾹 참아가며, 조그마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벌크 속에서 필요한 부품을 하나하나 찾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수환 : 어렸을 때부터 유아용 블록을 가지고 놀다가 5살 때부터 자연스럽게 실제 레고 브릭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7살 크리스마스 때 유치원에서 제가 원하던 레고 제품을 선물로 받았는데 '어떻게 알았지?' 라는 신기함과 기뻤던 감정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Q. '블록버스터'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지원 동기는 무엇입니까.
김진영 : 평소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가 잘하는 건 레고 창작인데 왜 이런 오디션은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블록버스터 소식을 접하게 되어 지원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주로 하는 창작이 구동이 목표인 테크닉 시리즈인데, 상대적으로 비인기 장르라 테크닉의 매력도 알리고 싶었습니다.
지수환 : 제한된 시간, 브릭, 경쟁 등 그 속에서 저의 레고 창작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그 한계를 시험하고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레고 창작가로서 저를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고, 우리나라의 레고 분야를 크게 키우는 데에 기여할 기회라 생각되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레고 창작가들과 경쟁하는 것은 처음일 것 같은데 기분이 어떤가요.
김진영 : 우리나라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창작가들과 한자리에서 창작 활동한다는 자체로 기쁘고 설레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지수환 : 우리나라 최고의 레고 창작가분들이 모인 자리이기에 영광이면서도 한편으론 경쟁해야 하는 적이기 때문에 매우 긴장됩니다.
Q.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이 어떤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까.
김진영 : 한국에도 많은 레고 창작가들이 있고. 브릭 창작이 하나의 문화·예술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창작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지수환 : 제가 테크닉 창작가인데 테크닉뿐만 아니라 시스템 브릭을 이용한 창작 또한 잘한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검증받고 싶습니다.
Q 프로그램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김진영 : 팀마다 창작 분야와 스타일이 명확합니다. 팀의 색깔은 어떤 색인지, 평소 어떤 창작을 주로 해왔는지, 간단히 검색해 보시고 프로그램을 시청한다면 조금 더 몰입감 있게 시청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제한된 시간과 부품을 활용해 미션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집중해서 봐주세요.
지수환 : 회차가 진행될수록 나타나는 각 팀만의 특색을 보면서 시청하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Q. 레고 창작이 마니아들의 취미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전과 대중의 인식 차이를 느끼는지, 그리고 남녀노소 모두를 사로잡는 레고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김진영 : 매년 창작 전시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매번 창작품들이 늘어나고, 많은 사람이 찾아와 주시고, 알아봐 주시고 하는 부분에서 사람들의 레고를 바라보는 인식이 서서히 바뀌어 가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레고의 가장 큰 매력은 특별한 가공 없이 누구나 쉽게 조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수환 :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블록버스터라는 프로그램이 제작된다는 사실 그 자체로 레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아이들 장난감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어른들의 고급취미로 보는 시선이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작은 브릭을 통해 실제로 구현하고 만들어내는 것에서 오는 희열이 레고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Q. 레고 창작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처음에 정해진 조립 설명서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레고 창작 기술을 점점 발전시키셨나요.
김진영 : 어린 시절 처음 레고를 접할 때부터 설명서와 박스가 없이 뒤죽박죽 섞인 벌크 상태에서 레고를 시작하였기 때문에 창작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창작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후 제가 만들었던 창작품을 분해하지 않고 보관하여 다음 창작은 이것보다 더 잘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대한 퀄리티를 점점 높여 나갔습니다.
지수환 :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갖고 싶은 레고는 많지만 다 살 수 없기에 집에 있는 브릭으로 그 제품을 비슷하게 따라 만든 게 제 레고 창작의 시초가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시도하는 부분은 다른 창작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찾아보고 참고한 후 저만의 창작 스타일대로 변형시키며 실력을 키워갔습니다.
Q. 레고가 휴식, 창의력, 집중력 개발 등 실생활에서도 도움이 된 부분이 있나요.
김진영 : 휴식, 창의력, 집중력에 도움이 됩니다. 핸드폰 거치대, 사진꽂이 등과 같은 실생활에 필요한 제품들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수환 : 레고 테크닉 같은 경우에 구동, 기어 등을 이용하는 시리즈입니다. 학교에서 물리학을 배울 때 테크닉 부품을 통해 그 상황을 상상하였고 이해를 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Q. 주로 어떤 주제로 레고 작품을 만드십니까.
김진영 : 태크닉 부품을 이용해 자동차, 중장비, 화물선 등 보통 탈 것들을 주로 창작합니다.
지수환 : 레고 테크닉을 이용하여 자동차를 주로 창작합니다.
Q. 레고 작품 제작시 어떻게 영감을 얻습니까.
김진영 : 레고 부품 하나를 선택해 과연 이 부품으로 무엇을 만들면 안성맞춤일까 고민하면서 영감을 얻습니다.
지수환 : 주로 자동차를 창작하는데, 디자인적 영감을 얻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비싼 차량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도산대로에 가서 온종일 차량을 구경합니다.
Q. 레고 작품 제작 시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하십니까. 나만의 해결 방법이 있다면?
김진영 : 만들던 작품을 내려놓고 좋은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간단한 산책 혹은 여행 등 휴식을 취합니다.
지수환 : 몇 시간이 걸리던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고치려 합니다. 그래도 안 된다 싶으면 일단 다른 부분으로 넘어가 작업을 하고 나중에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막혔던 부분을 고칩니다. 아무래도 창작이라는 것이 아이디어 싸움이기 때문에 시간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다 보면 해결책이 떠오릅니다.
Q. 지금껏 만든 레고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짧은 작품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김진영 : 블록버스터 첫번째 미션이었던 <드림랜드> 주제 만들었던 '아빠와의 첫 놀이 공원'이 가장 애착이 갑니다. 수환이와 더블클러치로 한 팀이 된 후 처음 함께 만든 창작품입니다. 창작 활동 중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한 저희의 고뇌, 추억을 재연하면서 느꼈던 기쁨, 미션 종료 직전 대형 사고를 치면서 느꼈던 좌절 등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수환 :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은 아폴로 ie입니다. 제가 중3 때 만든 작품으로 실제로 존재하는 아폴로 ie 슈퍼카 차량을 테크닉 부품으로 제작하였습니다. 3~4개월 정도의 제작 시간이 소요되었고, 4449 피스로 1:8 자동차 모델 중 가장 부품 수가 많습니다. 버기모터를 통한 빠른 구동, 12기통 엔진, 인보드 타입 서스펜션, 조향 시 핸들 연동, 리어 디퓨져 각도 조절, 걸윙도어, 탈부착형 엔진커버까지 실제 차량의 작동 요소를 모두 재현했습니다. 발표 직후와 동시에 국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고 현재까지도 SNS에서 수만 개의 '좋아요'를 받았을 정도로 저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게 해준 작품입니다. 또한, 해외 블록 업체와 협업하여 제품으로 출시했고 현재 전 세계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Q. 최애 레고 작가와 작품은?
김진영 : 육포공장(진형준)님의 훈민정음입니다.
지수환 : 일본의 테크닉 창작가이신 마도카 작가님을 가장 존경하고 작가님의 이카루스라는 작품을 애정합니다. 그 작품을 정말 인상깊게 보아서 이후 제 작품을 만들 때 많은 부분에서 참고했었습니다.
Q. 레고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면 꼭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은?
김진영 :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로 보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수환 : 요즘 모듈러 건물 시리즈에 푹 빠져 있어서 모던 스타일의 고급빌라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Q. 경연에서 우승한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었는지?
김진영 : 스튜디오의 브릭룸과 같은 저만의 브릭룸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수환 : 사무실을 구해 저만의 레고 작업실을 만드는 저의 꿈을 이루는 데 보태고 싶습니다.
Q. 레고 창작 문화가 더 확산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레고 창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격려와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김진영 : 블록버스터와 같은 레고 창작 관련 콘텐츠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창작문화는 확산 될 것입니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꾸준히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다 보면 꿈에 가까워리지라 생각합니다.
지수환 : 블록버스터, 레고 전시회 등과 같이 대중들에게 레고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자리들이 많아질수록 창작문화가 더욱 확산될 거로 생각합니다.
Q. 나에게 '레고'란?
김진영 : '온전한 나와 만나는 시간'이다.
지수환 : 저에게 레고란 ‘명함’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항상 저를 소개할 때 레고가 취미인 것을 말해왔고 지금은 저 자체를 대변하는 존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