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오디션 프로그램 '블록버스터'에 참여한 '랑데부'팀

MBC 새 오디션 프로그램 '블록버스터 : 천재들의 브릭 전쟁'(이하 '블록버스터')이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며 방영 중이다. '블록버스터'는 레고 마니아들이 모여 브릭 조립 배틀을 펼치는 오디션으로 전 세계 15개국에서 사랑받은 글로벌 프로그램 '레고 마스터즈(LEGO Masters)'의 한국판이다. 국내에서는 레고코리아가 제작에 참여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짓다(Rebuild The World)’ 캠페인과 연계해 국내 레고 팬덤의 위상을 알리는 동시에 누구나 창의력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디지틀조선일보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블록버스터 경연 본선에 진출한 팀을 만나 세대를 넘어 대중적인 취미로 자리 잡고 있는 레고 브릭의 매력과 창의력에 다양한 생각을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네 번째 인터뷰 대상자는 '랑데부'다. 블록버스터 5회 'RC카레이싱’ 미션에서 탈락자로 호명된 랑데부는 “아쉬움이 크다. 더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았는데”, “꿈만 같던 시간이었다. 이제 막을 내릴 시간”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랑데부 박선호님

Q. 어떻게 처음 레고를 접하게 되었나요. 레고와 연관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무엇입니까.

박선호 : 어린 시절에 아버지께서 사업차 해외에 다녀오시면 항상 레고를 사다 주셨습니다. 그 중 '카리브의 보물선'을 사다주신 것을 계기로 레고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학교에 들어가지도 않았던 어린 시절이었는데, 카리브의 보물선을 혼자 조립할 수 없어서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함께 조립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조원익 : 현재 30대 후반이신 분들이 우리나라 레고의 1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고사는 덴마크에 있는 회사인데, 1984년에 레고코리아가 설립되고, 그다음 해인 1985년부터 정식 수입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1985년생인데, 시대를 잘 만나서 레고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동갑내기 사촌이 제게 레고를 소개해준 7살 무렵, 1992년 무렵부터 레고를 좋아했습니다. 레고의 가장 큰 적은 ‘이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사를 할 때마다 애써 조립해놓은 레고를 부숴서 부품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팔아 버리게 되거든요. 저도 어린 시절 한참 재밌게 가지고 놀다가, 가족이 먼 지방으로 이사 가게 되면서 조립한 레고를 망가뜨렸어요. 일부는 잃어버리기도 하고요. 다시 조립할 생각을 못 하다가 친척에게 레고를 나눠줬어요. 그 이후로는 변호사가 될 때까지 20년 넘게 레고를 다시 만지지 못했어요.

대학생이 된 후에도 레고 판매대를 구경하기는 했는데, 막상 구매할 엄두는 안 나더라구요. 기숙사에 살거나 자취하면서 레고를 하면 짐이 되고, 변호사가 될 때까지 들고 다닐 책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러다가 다시 레고를 접하게 된 건 제가 가정을 꾸리고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이를 돌보다가 레고에 본격 관심이 생기고, 구매력도 있다 보니 하나둘 사게 되었습니다.

레고와 관련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초등학교 3학년 무렵입니다. 부모님을 끈질기게 졸라서 겨우 구했던 아이스플래닛 시리즈 6983 스페이스오딧세이 제품을 구했던 사건입니다. 제 평생에 그토록 간절히 무언가를 사보고 싶어 했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님께 여러 번 졸라서 어머님이 그만 좀 하라고 할 정도였지요. 하지만 저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조금 시간이 지나서 구해주셨습니다. 그때 너무 기뻤어요. 그때는 몰랐는데, 그 당시 그 제품 가격이면 짜장면을 수십 그릇 먹을 수 있는 금액이었더라고요. 하지만 제게는 짜장면 수십 그릇보다 그 제품 하나를 갖게 된 것이 더 큰 기쁨이었습니다.

Q. '블록버스터'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지원 동기는 무엇입니까.

박선호 : 성인이 된 후 다시 레고를 접하게 되고, 창작하면서 동양 건축 모듈러와 선박 모듈러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레고 IDEAS에 동양 건축 및 선박 창작품을 지속해서 올렸지만, 서양적 창작에 비해 투표수를 받기 힘든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 후 몇 년 동안 레고 창작을 쉬다가 '블록버스터'를 알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가해서 동양적 건축 및 선박 창작, 특히 한국적 건축 및 선박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 한국적인 컨텐츠가 IDEAS를 통해 제품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블록버스터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조원익 : 레고를 좋아하면, 주변의 사물을 레고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저는 웨이트 헬스를 할 때도 헬스 기구를 레고로 구현하는 걸 상상하곤 합니다. 그렇게 레고를 하는 사람에게 레고를 마음껏 만질 기회가 주어진다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갈 준비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레고는 예쁜 만큼 비싸기도 하고, 공간의 제약도 있어서 실제로 마음껏 만질 기회를 가진 일반인은 극히 드물 겁니다. 그래서 LDD나 브릭링크 스튜디오 프로그램으로 사용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실제 레고 부품의 조립하는 재미를 구현하긴 어렵죠. 블록버스터는 무한한 레고를 가지고 상상력을 실현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제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습니다.

또한, 레고를 소재한 방송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최초의 일일 텐데요, 그만큼 레고 관련 인식이 아직 대중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합니다. 제가 키우는 아이들에게 아빠가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노는지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방송을 통해 보여줄 수 있게 되면 더없이 좋은 추억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창작 실력은 일천하지만, 레고를 좋아하는 어른이 있고, 함께 놀 열린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아이들에게는 좋은 자극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프로그램 참가를 결심했습니다.

Q. 레고 창작가들과 경쟁하는 것은 처음일 것 같은데 기분이 어떤가요.

박선호 : 레고 창작을 쉰 지도 5년 정도가 되었고, 창작할 당시에도 다른 창작가들과 교류를 거의 하지 않아서 처음 뵙는 분들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잘하지는 못하는 성격이라서, 경쟁하면서 교류하는 관계가 쉽지만은 않은 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점차 다른 창작가분들을 알아가는 중이고, 좀 더 친근한 관계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원익 : 창작의 영역에서 '경쟁'은 낯선 일이지만, 대중들에게 더 재밌고 쉽게 다가가기 위해 경쟁적인 요소를 도입하는 건 좋은 접근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주로 레고 수집을 위주로 활동했고, 실제 창작까지 나아간 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런 제가 창작 경연대회에 참가한 건 어찌 보면 무모한 일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상상은 많이 해 왔거든요. 저는 그 상상력의 힘, 아이디어의 풍부함을 믿고 도전해 봤습니다. 다행히 박선호 님과 같은 랑데부 팀을 구성하게 되었는데, 박선호 님께서 탄탄한 실력과 기량을 갖추고 계셔서 저의 상상력을 실현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고, 저도 레고를 수집하고 연구해왔던 것들을 블록버스터를 통해 시도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고요. 결국 제게 필요했던 것은 무한한 레고, 그리고 실현하고자 하는 자신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Q.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이 어떤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까.

박선호 : 동양적인 컨텐츠, 특히 한국적 컨텐츠를 레고로 구현하는 것에 대해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컨텐츠가 레고 제품으로 상품화되는 데에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조원익 : 레고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정말 재밌고 유익한 취미라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생각보다 레고를 취미로 할 수 있다고 생각조차 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가까운 예로 저의 아내는 어린 시절 레고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레고 자체에 대한 흥미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레고를 좋아하는 저를 만나서 겨우 레고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레고가 성인의 활동으로 인식되지 않다 보니 약간의 인식 차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은 아내가 적극적으로 레고 활동을 지지하고 예쁜 레고는 같이 만들기도 합니다.

과거의 제 아내와 같이 아직도 레고를 낯설게 여기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블록버스터를 통해서 '레고'가 좋은 창작활동이자 취미이고, 또 이를 통해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고 실력을 뽐낼 수도 있는 재밌는 것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레고를 사고 싶을 때, 부모님들의 마음이 좀 더 부드러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레고는 일반적인 완구에 비해서 비쌉니다. 하지만 그만큼 좋은 완구이기도 합니다. 레고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는 취미로 인식되면 좋겠습니다.

Q 프로그램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박선호 : 다양한 레고 창작들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를 과정을 잘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창작은 상당히 긴 시간으로 만들어집니다. 블록버스터의 경우, 오디션 형태이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 내에 얼마나 브릭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점이 흥미 요소이기 때문에, 그 점을 집중적으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원익 : 이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는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같은 미션을 받았어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쟁 팀들의 작품을 보고 계속 놀라고 있습니다. 시청자들께서도 블록버스터를 보시면서 미션을 받았을 때 참가자의 심정으로 한번 상상해보시고, 그다음 실제 참가자들이 구현한 작품들을 감상하시면 더 재밌을 것 같습니다.

Q. 레고 창작이 마니아들의 취미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전과 대중의 인식 차이를 느끼는지, 그리고 남녀노소 모두를 사로잡는 레고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박선호 : 어린 시절 레고를 가지고 놀던 세대들이 성인이 되어 경제력을 갖추면서, 레고 시장 자체가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이 아닌, 어른들을 위한 취미로도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아이들을 위한 많은 컨텐츠들이 이제는 성인들도 함께 즐기는 문화가 되었듯이, 레고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로 자리잡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레고를 통해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고 창작할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이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조원익 : 과거에 비해서 레고 창작이 좀 더 대중적인 예술로 인식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레고를 가지고 창작하는 전업 작가들이 등장한다는 것도 좋은 사례입니다. 블록버스터는 경쟁 오디션 프로그램이지만, 역설적으로 레고 안에서는 놀이를 통한 평화를 추구한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제가 변호사로 활동하는 동안에 변호사들의 레고 동호회인 '브릭로이어'를 만들어서 변호사들의 즐거운 놀이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브릭로이어를 만들게 된 계기는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레고 10220 폭스바겐T1이란 제품이 있어요. 유명한 캠핑카 모델이죠. 제가 아끼는 자동차 레고 모델인데, 제 아들이 2021년에 그 제품을 실수로 망가트렸어요. 부서진 부품들을 수습하면서 보니까 그 제품 안에 ‘Make LEGO Models, Not War’라는 문구가 써 있는데, 너무 멋지더라고요. 처음 조립할 때는 크게 인식하지 못했는데 다시 보게 된 것이죠. 아마 ‘Make love, not war’에서 유래한 문구일텐데, 늘상 싸움을 대신하는 송무변호사 생활 속에 지쳐있던 제게는 변호사에게 가장 필요한 문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저는 레고하는 것을 일부 개인의 취미로 한정하지 말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 발전시켜보고 싶다는 생각했습니다.

또한, 레고는 장난감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지요. 왜 아이들이 레고를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면, 알록달록한 색감, 그리고 레고 조각을 하나둘 쌓으면서 생기는 성취감 등이 있어요. 본래 레고사의 창립자는 숙련된 목수라고 하더라고요. 나무를 깎아 유용한 가구를 만들거나 건축하는 과정과  레고 조각을 하나둘 조합하면서 일정한 모양을 구현해 내는 과정은 모두 창조적인 작업이라는 점에서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레고는 인간의 원초적인 창조의 욕구를 자극하는 장난감이자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쁘고, 창조의 욕구를 자극하고, 몰입할 수 있고, 성취감도 크다는 점 등이 레고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랑데부 조원익님

Q. 레고 창작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처음에 정해진 조립 설명서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레고 창작 기술을 점점 발전시키셨나요.

박선호 : 캐슬 분야의 제품들을 중고로 사는 과정에서, 누락 부품이 많은 것을 잘못 구입한 것을 계기로 새로운 캐슬을 만들어보려고 시도한 것이 창작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제품들도 부숴서 창작하게 되면서, 다양한 시도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원익 : 아주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작하기보다는 일단 기성 제품의 조립을 하면서 다른 방식의 접근을 계속 시도해보는 것이 손쉬운 접근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저는 기성제품을 조립하더라도 그냥 그대로 조립하기보다는 조금씩 변형 창작하는 방식으로 창작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레고 아이디어즈 제품처럼 일반 창작가가 레고를 제품화하는 사례를 접하고 나서 저도 창작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부품과 시간의 제약 때문에 시도하기 어려웠지만, 하나둘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만들게 된 첫 작품이 '부활의 십자가'라는 작품입니다. 저의 종교적인 신앙심을 레고로 표현하고 싶었고, 레고사는 종교 관련 제품을 출시하지 않는 원칙을 가지고 있어서 오히려 창작의 영역으로 접근하기 쉬웠습니다. 그 이후에도 아주 단순한 창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기술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부분은 제가 원래 좋아하는 테마를 살리는 중세 캐슬 창작과 최근에 접했지만 점점 재미를 느끼고 있는 테크닉 구동 계열입니다. 중세 캐슬 창작은 비교적 쌓아올리는 전통적인 조립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건축의 기본적인 원리를 가르치기도 좋고, 저도 너무 좋아하는 테마이기 때문에 시도하고 있습니다. 파워펑션 모터를 기반으로 하는 테크닉 제품들은 제게는 생소한 영역이지만 만들수록 머리가 좋아지는 느낌이 들어서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Q. 레고가 휴식, 창의력, 집중력 개발 등 실생활에서도 도움이 된 부분이 있나요.

박선호 :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창작을 집중해서 하루고 이틀이고 쭉 진행하는 것을 저는 무척 좋아합니다. 그것을 통해 사업을 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고민도 잊게 되고, 또한 힘든 시기도 레고 창작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 저에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조원익 : 변호사로서의 업무뿐만 아니라, 아직 어린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서 레고 조립에 집중할 시간이 많이 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직장 안에 작게 레고 장식장과 조립 공간을 마련해서,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레고를 조립하고 있습니다. 소송 서류와 같은 업무를 하다가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고 막힐 때, 잠시 레고를 조립하면서 쉬다 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제게는 레고 조립이 공원 산책과 같은 스트레스 해소의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이런 저의 취미를 업무에 집중하기 위한 활동으로 인정해 주고 있어서, 큰 부담 없이 레고를 즐길 수 있어 감사합니다. 다른 회사에서도 레고를 포함해서 자유로운 업무환경이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육아에도 아빠가 레고를 한다는 점은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하나 더 있다는 것과 같습니다. 무엇보다 장난감을 향한 아이들의 열망을 깊이 이해하기 때문에 그 부분만으로도 아이들과 통하는 부분이 있지요. 레고와 함께 아이들과 놀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는 점에서도 아주 유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주로 어떤 주제로 레고 작품을 만드십니까.

박선호 : 건축 모듈러 중 특히 동양적 실존 건축을 피규어 1대1 사이즈로 만드는 작업을 주로 합니다. 이따금 임진왜란 당시 사용되었던 선박 등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조원익 : 주로 중세 캐슬 테마 제품, 그리고 최근에는 저와 같이 랑데부 팀을 구성한 박선호 님의 영향을 받아서 한옥 제품 만드는 것을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테크닉 구동 계열 제품들도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시도를 하면서 저의 기량이 나날이 발전하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Q. 레고 작품 제작 시 어떻게 영감을 얻나요.

박선호 : 보통 실제 건축물이나 유적지 사진 등을 찾아보고, 관련 정보를 공부합니다. 실제로 그 장소를 답사하면서 건물의 내외부 형태를 사진 찍고 답사하는 것을 통해 창작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조원익 : 집에서 주로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 보니 저도 모르게 스토리텔링 능력이 많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사물을 의인화하거나 감정을 이입해서 이야기를 써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합니다.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도 도움이 되고, 제품으로 출시된 제품을 조립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하면 이를 다른 창작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는 훈련도 창작의 재료가 됩니다. 테크닉 구동 계열 창작들은 일상 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동차, 승강기 등의 기계장치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움직임, 근육과 뼈대의 모양새를 보면서 영감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Q. 레고 작품 제작 시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하십니까. 나만의 해결 방법이 있다면?

박선호 : 레고 조립을 멈춘 상태로 한동안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레고 창작으로 돌아오면, 그 전에는 생각나지 않았던 것들이 생각이 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조립을 시작합니다.

조원익 : 레고는 부품의 한계 때문에 표현을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때는 과감히 단순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디테일은 나중에 구현할 수도 있지만, 구상된 작품을 중단해버리면 영영 완성품이 안나올 수도 있거든요. 레고는 얼마든지 분해하고 재조립이 가능하다는 특성이 있고, 그 특성 덕분에 사후 보완이 다른 예술작품이나 창작품보다 쉽습니다. 이 부분도 레고의 매력입니다.

Q. 지금껏 만든 레고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짧은 작품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박선호 : '레고 캐슬 타워 모듈러'라는 이름의 창작입니다. 이 작품은 내부를 구현한 7층 높이의 캐슬 타워 모듈러이며, 여러번 전시를 했던 창작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외부 구현뿐 아니라 캐슬의 내부도 구현하여 부엌, 대장간, 감옥, 마굿간, 알현실, 회의장 등 다양한 요소들을 내부에 집어넣었고, 커다란 크기에 따른 무게를 제대로 버티기 위해 내부 공간의 무게 분산과 브릭 결합력 등을 고려하여 제작하였습니다.

조원익 : 제가 제일 아끼는 작품은 '부활의 십자가'입니다. 이 작품은 갈색, 탄색 위주로 된 두꺼운 브릭으로 십자가를 만들고, 브릭을 쌓을 때 일부러 불규칙적으로 쌓았습니다. 이를 통해 나무십자가의 질감을 표현하고, 세상의 혼란스러움을 묘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하얀색 브릭으로 못박힌 예수와 그를 따르고자 하는 사람들의 육체를 형상화했습니다. 하얀 브릭은 그들의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못에서 흐른 피를 빨간 타일부품으로 표현하였고, 그 피가 떨어진 땅은 하얀 브릭으로 표현해서 이 세상이 순수한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정화됨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일부러 두꺼운 브릭만 사용하여 추상적으로 표현하였는데, 그 점이 보시는 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최애 레고 작가와 작품은?

조원익 : '원이맘'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시는 최유정 작가님이 계시는데, 그분이 브릭코리아컨벤션에 출품하셨던 '동방박사와 아기예수'를 제일 좋아합니다. 제게 '창작'으로 이야기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작품이라서 인상깊습니다.

Q. 레고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면 꼭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은?

박선호 : 캐슬 관련이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거대한 디오라마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특히 임진왜란 관련 한산도대첩 디오라마를 만들어 거북선과 판옥선, 안타케부네와 세키부네 등의 실제 역사적 선박들을 구현하여 여러 척의 선박들이 격돌하는 모습을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조원익 : '법원'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저의 직업은 변호사입니다. 그런데 레고 세계에서는 변호사를 구현한 제품이 하나도 없더군요. 법이 너무 어렵다고 느껴져서 일까요? 경찰서, 소방서, 탐정과 같은 직업은 표현되어 있는데, 법과 관련된 직업이나 장소는 거의 표현되지 않았거든요. 과거에 '판사' 미니피겨가 출시된 적이 있지만, 그 판사가 활동하는 장소에 대한 묘사는 전혀 없습니다. 제 직업이 법률가이고, 브릭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니만큼, 법원을 레고로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업무상 법원을 가더라도 법원의 내부 구조와 각 위치가 가지는 기능 들을 유심히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법원이 조금더 일반 시민에게 친숙하게 느껴지고, 실제로 법원에 갔을 때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경연에서 우승한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었는지?

박선호 :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건축을 디자인해서 제품화하는 것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조원익 : 그동안 비싸서 살 엄두를 못냈던 레고를 딱 1개 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제가 레고한다고 육아를 도맡아준 아내와 상의하여 적당한 곳에 사용하고 싶습니다. 만약 우승한다면, 우승까지 만들어왔던 작품을 가지고 전시회를 개최해서, 일반인들에게 레고를 접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또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브릭 창작가, 브릭 아티스트로서도 활동해보고 싶습니다.

Q. 레고 창작 문화가 더 확산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레고 창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격려와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박선호 : 레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좀 더 대중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많은 매스컴에서 레고에 대해 다루고, 많은 인플루언서들이나 유튜버들이 레고를 단순히 매니아들을 위한 컨텐츠가 아닌 대중을 위한 컨텐츠로서 컨셉을 가지고 접근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대중들에게 친근한 소재로 좀 더 많은 창작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원익 : 저는 창작 문화가 확산되려면 레고 창작물이 하나의 예술작품이자 저작물로서 보호받고 대우받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를 보면 광화문을 작게 축소한 조립식 퍼즐도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합니다. 레고 창작물도 마찬가지지요. 기존에 있었던 건물, 문화재를 레고로 구현한다면 그 자체로 독립된 창작물이 됩니다. 그리고 이 창작물을 이용한 예술활동, 제품 생산 등도 모두 저작권의 내용이 되겠지요. 저는 변호사로서 레고 창작을 하다보니,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이 창작문화를 발달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관점에서 레고 창작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즉, 창작자의 권리가 보호된다면, 창작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또다른 작품을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호하고, 또 이를 상품화하는 일련의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지면 좋겠습니다. 현재 레고사의 아이디어(LEGO IDEAS) 프로그램이 이런 요구를 일부 해소하고 있지만, 아직은 기회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레고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도 조금 바뀌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레고가 비싸긴 합니다만, 다른 것에 비해 더 비싸게 여겨지는 이유는 아이들이 어린시절에 놀다가 싫증내는 장난감으로만 인식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레고는 이미 하나의 예술도구로 자리잡은지 오래이지만, 성인예술로서 대우받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저의 활동이 블록버스터를 통해 비춰지면서, 레고를 즐기는 사람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 알려졌으면 좋겠고, 특히 제 아이들 중에 브릭 디자이너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제가 자라나던 세대에는 '브릭 디자이너'라는 별도의 직업이 존재하는지 조차 몰라서 이것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 조차를 못했는데, 이제는 시대가 많이 달라졌으니까요. 제가 지금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면 브릭 아티스트를 꿈꿨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가능하다면 변호사 일을 이어가면서도 브릭 창작을 계속 병행해서, 창작가로서도 이름을 남기고 싶습니다.

레고 창작을 도전하시는 분들께는 '너무 수줍어하지 마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레고하는 분들 특성 자체가 꼼꼼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설명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못 견디는 성격이랄까요. 이 설명서를 넘어서는 것을 다른 것을 만드는 건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레고는 본질적으로 장난감이기 때문에, 아이와 같은 유치함조차도 레고창작품의 한 요소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기술적인 완성도나 디테일이 떨어지더라도 기존에 없었던 작품을 만들어낸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레고그룹에서는 이색적인 실험과 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레고의 이색 실험(또는 캠페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다면?

조원익 : 저는 '천장지구'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있는데, 천장지구(天長地久)라는 사자성어가 환경과 관련이 없지만 '지구'(地球)와 발음이 같아서 그런지 몰라도 환경과 관련된 창작품은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종교적으로도 창조주가 만든 세상을 잘 관리하는 것이 인간의 책무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레고가 ABS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환경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데요, 1997년 영국 해안에서 레고를 실은 컨테이너가 바다에 빠지면서 거기서 쏟아진 레고 부품이 2022년 현재까지도 바닷가에 나타난다는 것이 그 예입니다. 그런데 레고사에서 트리하우스라는 제품부터, 친환경 소재 플라스틱을 실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반가웠습니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환경적인 위해요소를 줄일 수 있을테니까요. 아이들과 지구 모두에게 안전한 레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Q. 나에게 '레고'란?

박선호 : 제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를 실제로 구현해줄 수 있는 도구입니다. 저는 역사와 건축, 선박 등에 관심이 많은데 그러한 분야들을 레고로 창작해 구현해 봄으로써 그것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또 그 분야에 대해 더욱더 공부하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주는 도구입니다.

조원익 : 추억에서 건져낸 장난감이자 소통의 도구. 레고를 살 수 있는 어른이 된 제게는 레고를 할 때마다 어린시절 레고를 갖고자 간절했던 추억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레고는 아이의 아빠가 된 제가 아이들과 재밌게 놀 수 있는 좋은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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