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의료 리더를 만나다] 최동훈 용인세브란스병원장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을 위한 디지털’이 핵심”
최동훈 용인세브란스병원장 인터뷰 ① K-의료를 선도하는 스마트병원의 탄생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급격한 환경 변화는 가장 보수적인 산업으로 손꼽히는 의료 분야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첨단 기술과 의료 서비스의 접목이 한층 활발해졌으며,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스마트병원으로의 도약을 선언하고 발 빠른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3월 개원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이제 3년 차에 들어선 신생 병원이지만, K-스마트병원 선도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국내 스마트 의료의 선두 주자다. 138년의 세브란스 선진 의료시스템과 첨단 ICT 기술을 융합한 디지털 혁신을 통해 환자 안전과 의료 효율성을 높여 ‘아시아 중심병원’이 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로 개원한 용인세브란스병원은 개원 첫해인 2020년에 대한민국 디지털경영혁신대상 과기부장관상, 모바일플랫폼어워드 대상을 받았고, 2021년도에는 보건의료기술진흥유공자포상, DX서비스어워드 그랑프리수상, 대한민국 디지털경영혁신대상 국무총리상 수상, ICT 기반 의료정책유공자포상을 받았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최동훈 병원장도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보건의료기술진흥 유공자 정부 포상’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개원을 1년 앞둔 시점에 병원장으로 임명받은 그는 디지털 기술이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 업무 경감과 환자 안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 다양한 최신 디지털 기술을 검토하고, 현장에서 테스트하는 과정에 있어 의료 현장에 업무가 증가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갖고 개원을 준비했다. 지금도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의료 현장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한층 더 진화한 스마트병원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병원의 선도 모델이 된 용인세브란스병원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며, 스마트 의료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의료 산업의 변화를 한 걸음 앞서 내다본 스마트 의료의 대표 리더 최동훈 병원장과 총 3편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Q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스마트병원의 현실화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여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병원을 목표로 개원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개원은 어떻게 준비했나?
디지털 기술이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 업무 경감과 환자 안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다양한 최신 디지털 기술을 검토하고, 현장에서 테스트하는 과정에 있어 의료 현장에 업무가 증가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갖고 개원을 준비했다.
개원 전부터 교직원들의 디지털 문해력(literacy)을 높이기 위해 각종 ICT 기술 세미나에 참여하고, 3일간 전 교직원이 참여한 이노베이션 워크숍을 개최해 우리가 지향하는 디지털 병원을 함께 고민했다. 또한, 개원 시점부터는 디지털 의료산업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디지털의료산업센터와 임상교수들, 현장 교직원들로 구성된 산하 TF 조직을 만들어 디지털 병원을 구축하고 있다.
Q 스마트 의료 구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스마트 의료, 스마트병원에 있어 중요한 것은 개원 시점부터 표방한 철학으로 ‘사람을 위한 디지털’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최신 ICT 기술이 있더라도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지 못하면, 기술로 끝날 수밖에 없다. 스마트 의료는 ICBM(Internet, Cloud, Big Data, Mobile) 기술이 환자 중심, 의료진 중심으로 설계·구축되어야 지속 가능한 디지털 솔루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고, 스마트 의료가 구현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Q 용인세브란스병원 개원 시 가장 집중한 것은 무엇인가?
디지털병원을 만들기 위해 3가지 실행전략을 세웠다. 첫째 ‘환자 안전과 의료진 업무경감’, 둘째는 ‘최상의 의료와 의료효율성 증대’ 마지막으로 ‘프로세스 혁신’이다. 이러한 실행전략을 기반으로 개원 전부터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을 PoC(Proof of Concept)하였고, 현장 필요성, 기술 성숙도, 재무적 효율성을 기준으로 평가해 선택, 집중했다.
또한, 이러한 일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0년 이상의 IT기술기반 R&D 경험이 있는 박진영 교수(기획관리실장)와 김성원 교수(전 의료정보부실장), 김수정 교수(현 의료정보부실장)를 임명했고, 작년에는 연세의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윤덕용 교수가 디지털의료산업센터 부소장으로 합류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의료정보팀 자문위원으로 임상 교수 4명을 위촉해 디지털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Q 개원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해결했나?
세브란스인들은 주인의식이 높고 위기에 강하다고 생각한다. 개원을 1년 앞둔 시점에 병원장으로 임명받고 개원 준비를 위하여 정신없이 보냈다. D-60일 전까지도 건축 일정과 가구 입고 일정, 정보시스템 오픈 일정 이슈가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함께해 주셨고, 의료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오픈할 수 있었다.
신생 병원이기에 무엇보다 의료진 확충이 어려웠던 것 같다. 전공의가 부족해 일주일에 한두 번은 당직을 하고, 다음날 진료를 해야 한 교수님들이 노고가 컸다. 이를 해결하고자 의과대학에 입원의학과를 신설하여 입원전담전문의 교수 인력을 확충했다.
또한, 신규 간호사 비율이 높기에 각 현장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자 간호국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 현금 흐름에 중요한 보험심사, 청구 업무도 적정진료관리팀의 헌신으로 개원 시점부터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중앙진료부, 약제팀, 사무국, 기획관리실 등 교직원들과 2천 명의 상주 협력사 구성원들이 연세의료원의 비전과 사명, 용인세브란스병원의 비전을 믿고 함께해 극복할 수 있었다.
Q 의료 분야의 신규 기술은 아직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는 스마트 의료가 자리 잡기까지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용인세브란스병원은 다양한 AI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AI 영상 판독 솔루션과 음성 인식 솔루션도 보험수가가 없어 도입 시 경영 측면에서 고민했지만, 의료진과 환자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AI 영상 판독 솔루션은 AI가 비정상 점수(abnormality score)순으로 구분해줘 이상 소견이 있는 환자부터 우선 판독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음성 인식 솔루션은 녹취를 듣고 바로 EMR에 입력할 수 있어 실시간으로 주치의가 확인하고, 빠르게 결과를 전달할 수 있으며, 기록에 필요했던 인력을 진료 환경 개선 업무에 배치할 수 있다.
현재 많은 병원이 도입해 활용하고 있음에도 아직 보험수가 승인은 안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솔루션들로 인해 진단 효율성과 정확성이 크게 개선되었고, 효율적인 인력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건강보험 수가 여부와 상관없이 충분히 환자와 의료진을 위해 필요한 신기술이라 생각하고 수가 적용 여부도 시간이 지나며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Q 용인세브란스병원이 개원한 지 2년이 지났다. 환자와 의료진의 평가는 어떤가?
2020년 3월 개원 시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어려움 가운데 모든 교직원이 숨 가쁘게 달려왔다. 개원 3년 차인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실행 전략 중 하나인 ‘하나의 세브란스(One Severance)’로 신촌·강남세브란스의 명의 교수들이 순환 진료하고 있다. 또한, 우수 임상 전문 교수들을 초빙해 안정적인 진료 프로세스를 확보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개원 후 2년까지 진료 실적을 의료질지표 보고서(Outcomes book)로 발간하여 홈페이지에 공개했고, 2022년도는 내실을 다지기 위해 의료기관의 본질인 ‘수술 잘하는 병원’을 목표로 모든 의료진이 힘을 쏟고 있다.
내원 환자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환자 만족도 조사 관리시스템을 통하여 만족도 지표관리를 하고 있으며, 2020년 개원 시점 대비 2021년도에는 환자 만족도가 외래환자는 3%, 입원환자는 5% 향상되었다.
Q 용인세브란스병원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디지털 혁신병원으로 개원한 용인세브란스병원이 단시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재단 이사장님, 동문회장님, 총장님과 의료원장님 그리고 의과대학장님의 디지털 리더십과 연세의료원 경영진, 의료원 전체 교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디지털의료산업센터를 중심으로 사용부서들의 디지털 문해력을 증대시키고 있으며,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을 위한 디지털’의 철학을 갖고, 교직원들과 참여와 소통으로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다른 사업들도 그렇지만 스마트 의료 사업 추진은 조직의 열정, 의지도 중요하지만, 핵심 추진 동력은 경영진의 리더십과 모든 실행 부서 구성원 간 ‘믿음과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포부와 계획이 궁금하다.
교직원들에게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의 아젠다(agenda)에 대하여 회의체나 경영 서신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피력하고 있다. 스마트 의료에서도 각 현장의 프로세스를 개선하여 각자 본연의 직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최신 IT 기술을 융합시켜 현장에 적용하고 실증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조직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위치와 직무에서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도록 기관 차원에서도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