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타임리스 아이콘 '폭스바겐, 8세대 골프'… 해치백이란 이런 것
'해치백의 교과서'로 불리는 폭스바겐 골프가 6년의 공백 깨고 국내에 돌아왔다. 이 모델은 2010년대 엔트리급 수입차 구매 열풍과 함께 폭발적 판매고를 기록하며 국내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었다. 1세대 모델이 출시된 1974년 이후 글로벌 누적 판매 3500만대를 달성 중인 골프는 폭스바겐을 상징하는 아이콘 모델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골프는 2005년 한국법인 설립 이후 4만7283대 판매를 기록하며 폭스바겐코리아의 성장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기본에 충실한 세팅과 디젤 엔진 특유의 놀라운 연료 효율성으로 유럽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도 베스트셀링 자리를 줄곧 차지하던 골프는 8세대 완전변경 모델로 세대를 거듭했다. 8세대 골프는 2019년 10월 글로벌 시장에 첫 공개되고 당초 7세대 부분변경 모델의 도입 계획에서 8세대 모델로 선회하며 출시까지 6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8세대 골프는 그동안 쌓아온 골프 특유의 유쾌함을 계승하며 새로운 디자인과 기술로 신선함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외관은 간결하면서도 날렵한 느낌으로 변모했다. 전면부 전체를 가로지르는 라디에이터 그릴 라이팅과 LED 헤드램프는 기존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완성한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변화 중 하나는 진화한 라이팅 기술 'IQ.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램프'다. 좌우 헤드램프 매트릭스 모듈 내 배치된 총 44개의 LED가 전방 카메라와 GPS 신호, 조향 각도, 차량 속도 등을 고려해 최적화된 빛으로 더 넓은 범위의 도로를 비춘다. 상위 모델에 적용됐다. 실제 시승 시 어둠이 깔리는 시간 다른 운전자 시야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높은 시인성을 확보했다.
측면부는 골프 특유의 두툼한 C필러가 여전히 유지되고 전면에서 후면까지 길게 이어진 캐릭터 라인을 비롯해 날카롭게 뻗은 루프라인은 다이내믹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더욱 강조한다. 후면부는 넓은 전폭을 강조해 기존 모델 대비 더욱 다부진 인상을 전달하고 테일램프는 사다리꼴의 간결한 모습으로 LED 턴시그널 기능이 포함됐다.
실내는 탑승자를 중심으로 한 인체공학적 설계와 한층 진화된 디지털화를 통해 미래 지향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이노비전 콕핏은 폭스바겐의 새로운 인테리어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한다. 10.25인치 고해상도 디지털 계기판 '디지털 콕핏 프로'와 10인치 'MIB3 디스커버 프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직관적 조명 기능 제어가 가능한 '터치식 조명 제어 패널', '윈드실드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탁 트인 시각적 개방감과 직관적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디지털 콕핏 프로는 사용자 편의에 따라 클래식, 주행 보조 시스템, 간소 모드 등 총 3가지로 선택이 가능하다. 좌측에는 터치식 조명 제어 패널이 위치해 조명 기능을 더욱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전 트림에 적용한 MIB3 디스커버 프로는 터치스크린과 연동해 다양한 차량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자체적으로 내비게이션은 지원하지 않는다. 평소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을 사용하는 운전자라면 오히려 실용적이다. 아이폰으로 카카오내비를 실행해 차량과 블루투스로 연결하자 10인치 디스플레이 화면에 지도를 표시하고 안내를 시작한다. 무선 앱 커넥트 지원으로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아도 돼 편리했다.
새롭게 윈드실드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시프트 바이 와이어 방식 전자식 기어 셀렉트 레버가 자리해 간결하면서도 미래지향적 모습도 연출한다. 공조 장치 제어는 중앙 터치스크린 하단에서 스마트폰을 연상시키는 터치식으로 작동하고 전반적으로 물리적 버튼은 최소화한 간결한 콘셉트가 적용됐다. 또한, 새로운 디자인의 3스포크 방식 스티어링 휠이 자리하고 림 양쪽에는 트래블 어시스트 기능이 있는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음악과 라디오 주파수 선택, 볼륨의 높낮이 조절, 음성 명령 등의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285mm, 전폭 1790mm, 전고 1455mm, 휠베이스 2636mm로 2열에 성인이 탑승하면 레그룸과 헤드룸이 적당하다. 트렁크는 381리터이며, 2열을 접으면 1237리터로 늘어나 레포츠 용품이나 캠핑 용품 등을 넣을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차세대 EA288 evo 2.0리터 TDI 엔진과 7단 DSG 변속기가 탑재돼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6.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8.4초, 최고속도는 시속 223km다.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트윈도징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EA288 evo 엔진은 배출가스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두 개의 SCR 촉매 변환기를 이용해 기존 모델 엔진 보다 질소산화물(NOx)을 약 80%까지 줄였다. 현행 유럽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 6d는 물론 앞으로 등장할 규제까지 고려했다.
운전을 위해 탑승을 했더니 시트가 편안하게 몸을 감싸준다. 이후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디젤 엔진이지만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이 적어 조용했다.
천천히 주행을 시작했다. 일반 도로에서 시속 60~80km로 주행해보니 시속 80km 정도의 속도에서 진동과 소음이 적다. 승차감도 도로 노면 상태를 서스펜션이 잘 흡수해 안정적이다. 또한, 가속페달을 서서히 밟으면 가속도 매끄럽다. 이후 곡선 주로에서 시속 80km 정도의 속도로 주행했다.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 없이 잘 잡아주어 안정적이다. 스티어링 휠을 꺾는 만큼 정확한 움직임으로 차량에 대한 운전자의 신뢰감도 높여준다. 오르막길에서는 힘에 부치는 기색이 없다.
고속도로에서는 스포츠 모드로 주행했다. 시속 80~100km까지는 서서히 가속 페달을 밟으면 힘 있게 나간다. 시속 100km에서는 진동과 소음은 살짝 들어오지만, 스티어링 휠은 묵직해 안정적이다. 반세기 동안 마니아들을 사로잡은 골프의 역동적 주행 감성도 놓치지 않았다. 구불구불한 코너가 이어지는 와인딩 로드에서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선사한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 링크를 채택했다. 전륜구동 방식의 탄탄한 하체와 묵직한 핸들링을 바탕으로 경쾌하고 균형 잡힌 주행 감각을 보여준다. 또한, 속도를 올릴수록 도로를 움켜쥐는 듯한 안정감이 인상적이다. 제동력도 부족함이 없다.
IQ.드라이브 핵심 기술 중 하나인 트래블 어시스트도 경험했다.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인 트래블 어시스트는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알아서 주행하는 기능이다. 출발부터 시속 210km 구간에서 전방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 초음파 센서를 통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레인 어시스트, 사이드 어시스트 등 주행 보조 시스템을 통합해 활용한다.
트래블 어시스트 활성화 상태에서 손을 떼면 약 10초 만에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경고음과 메시지가 뜬다. 테스트를 위해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으니 20초 정도에 경고하고 작동을 중지했다. 정전식을 사용해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움직이지 않고 가볍게 잡는 것만으로도 터치를 감지, 손쉽게 트래블 어시스트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차량 보다 편리하다. 트래블 어시스트는 차량 흐름에 따른 속도 조절이 뛰어나다.
연비는 놀라웠다. 골프를 널리 알린 높은 우수한 연비는 8세대도 그대로다. 복합 연비는 17.8km/l를 인증받았다. 시승 당일 복잡한 도심에서 17km/l, 고속도로에서 23km/l를 달릴 수 있었다.
8세대 골프의 부가세 포함한 판매 가격은 프리미엄 3625만4000원, 프레스티지 3782만5000원이다.(개소세 인하분 3.5%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