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조선 시대부터 사군자라고 하며 사랑을 받았던 꽃이다. 보통 개화 시기는 남부지방 1~3월, 중부지방은 3~4월 즈음이다. 올해 서울에는 3월 중순부터 매화가 개화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매화를 즐기려면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서울관광재단이 서울에서 일찍 봄을 느낄 수 있는 '서울 매화 명소'들을 소개한다.

천년 고찰 ‘봉은사’에서 만나는 홍매화의 향기
서울의 매화 명소로 인기 있는 곳은 봉은사다. 봉은사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도심에 있는 고찰로 신라 시대 때 창건돼 조선 시대 선릉을 지키는 ‘능침사찰’ 이 될 정도로 그 역사가 깊다. 삼성동 코엑스 근방에서 찾기 힘든 도심 녹지공간으로 일반 시민에게도 산책코스로 사랑받는 사찰이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3월이면 봉은사에 홍매화가 개화하여 많은 사람이 방문한다. 봉은사의 진여문, 보우당 등 사찰 곳곳에서 홍매화를 만날 수 있다. 꽃잎이 짙은 홍매화와 매화 가지들이 도심 속 사찰 건물들과 어울려져 고요한 분위기를 연출하여 산책코스로도 좋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특히 봉은사 영각 부근에서 만나는 매화나무가 인기가 많아 홍매화 철이면 주변에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각 옆에 만개한 홍매화가 봉은사의 건물들과 어울려서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각 근처에 가장 오래된 전각인 판전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정면 처마에 걸려 있는 현판에서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만날 수 있다. 봉은사는 추사 김정희가 생전 자주 찾던 사찰로 대웅전과 판전의 현판은 그의 작품으로 특히 판전 현판은 추사 김정희의 생전 마지막 작품이다.

매화와 고궁의 운치, 조선 왕실의 스토리가 깃든 '창덕궁 낙선재'
대중교통으로 쉽게 떠날 수 있고 궁궐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매화 명소로 창덕궁이 있다. 창덕궁은 서울의 다섯 개 궁궐 중에 유일하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자연의 지형을 훼손하지 않고 조화롭게 배치하여 우리만의 건축미를 살렸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창덕궁에서 매화가 유명한 곳은 낙선재이다. 낙선재는 조선 왕실과 그 인연이 깊다. 헌종은 낙선재를 건립하여 규장각을 건립한 정조의 뜻을 이어받고자 했고, 실제로 낙선재 영역인 승화루에 많은 서책을 보관했다.

그리고 낙선재 동쪽에 석복헌이 있다. 헌종은 계비로 맞이한 효정왕후가 후사가 없자 후궁 경빈 김 씨를 맞이하였고, 이듬해에 그녀가 거처할 공간으로 석복헌을 지었다. 바로 옆에는 수강재를 함께 중수하여 대왕대비의 처소로 삼았다. 후궁인 경빈 김 씨의 위상을 높이고 그 후사의 권위와 정통성을 높이려 했던 헌종의 의지였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낙선재는 헌종 이후에도 조선 왕실과 마지막까지 함께 했다.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이후 순종이 주로 거주했으며, 순정효황후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석복헌에 생활했다. 그 외에도 영친왕 이은이 낙선재에서 생을 마감했으며, 조선의 마지막 황실 가족인 덕혜옹주도 귀국 후 이곳에 머물다가 삶을 마감했다.

지병으로 고생하던 어느 날 덕혜옹주가 낙선재에서 다음과 같은 낙서를 남겼다고 한다.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매화에 가까이 가면 은은한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매화는 추운 봄에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모습이 지조와 절조를 상징하기에 조선 시대 사랑을 받았다. 낙선재에 얽힌 스토리를 알고 나면 매화의 모습과 그 향기가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낙선재 앞뜰에는 백매화와 청매화를 모두 볼 수 있다. 둘 다 모두 꽃잎은 흰색이다. 백매화의 꽃받침은 붉은색이며 청매화의 꽃받침은 초록색이다. 낙선재 바로 위쪽인 성정각 자시문 앞에서는 붉은 꽃잎을 자랑하는 홍매화를 볼 수 있다.

하동군에서 온 매화 군락지 ‘청계천 하동 매화 거리’
매화의 향기를 맡으며 산책을 할 수 있는 곳을 추천하자면 지하철 2호선 용답역과 신답역 사이에 있는 청계천 하동 매화 거리이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2006년 하동군이 기증한 매실나무를 심어 매화 군락지를 만들었다. 제2마장교 아래 둔치 길로 내려가면 매화길이 시작된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햇살이 비치는 꽃잎을 볼 수 있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뒤늦게 매화 거리를 찾아갔을 때 설사 매화가 이미 다 떨어졌더라도 괜찮다. 매화 옆으로는 담양에서 기증한 대나무숲이 이어진다. 대나무의 푸른 잎이 바람에 부딪히며 흔들릴 때마다 내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청량감이 느껴진다.

'불광동 북한산생태공원'에서 만나는 홍매화
북한산생태공원은 불광동에서 구기터널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공원이다. 봄이면 매화뿐 아니라 벚꽃도 볼 수 있어 숨은 봄나들이 명소 중 하나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또한, 공원이 북한산 둘레길로 가는 길목에 있어 공원을 둘러본 뒤 북한산 둘레길을 함께 걷기 좋다. 공원 내부에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운동 기구와 벤치들도 설치돼 있다. 북한산생태공원에는 홍매화가 많다. 공원을 걸으며 매화나무들이 숨겨져 있어 숨어 있는 꽃들을 찾아보는 재미들이 쏠쏠하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북한산생태공원만 돌아보기 아쉽다면, 근처에는 불광천을 추천한다. 불광천은 90년대만 하더라도 일대의 쓰레기장으로 활용돼 지역민들에게 사랑받지 못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 하천을 재정비하고 자연 하천 형태로 복원했다. 또한, 개울 따라 자전거도로와 산책길을 조성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휴식처로 인기가 높다. 봄에는 벚꽃, 개나리 등이 천변을 따라 개화하며 4월에는 불광천에서 벚꽃 축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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