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민호 "'파친코'? 다가올 연기 인생 10년의 시작점"
로코킹' 이민호가 전혀 새로운 캐릭터로 인생작을 새로 썼다. 애플TV+를 통해 공개되는 '파친코' 속 이민호는 선한 마음마저 잃을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아픔을 겪는 인물 '한수'를 연기했다.
한수는 젊은 '선자'와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초반에는 로맨틱한 인물로 그려지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한수의 입체적인 면모가 드러나면서 당대 한국인의 다양한 군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파친코'로 연기적 변신에 나선 이민호와 작품 공개 전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워낙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던 만큼, 이민호는 쏟아지는 해외 매체의 호평에 얼떨떨한 모습을 보였다.
"많은 국가의 기자님들이 좋다고 해주셔서 의심이 될 정도예요.(웃음) 너무 극찬만 있어서 좀 놀랐고요. 가장 좋았던 멘트는 '이건 꼭 봐야 하는 작품이다'라는 말이었어요.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가, 이 이야기는 시대를 관통해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거든요. 그런 부분을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이민호는 '파친코'에 참여하기 위해 무려 13년 만에 오디션을 봤다. 톱 배우로 사랑받던 그에게 오랜만의 오디션은 설렘으로 다가왔다.
"오디션이라는 개념조차를 잊고 있을 정도로, 1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거든요. 정말 잊고 있다가 오디션을 봤는데, 단순히 연기를 보여드리는 것을 넘어서 갖고 있는 가치관, 성향 이런 것들을 깊숙이 알아가고 캐릭터와 매칭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좋았고, 오랜만에 예전의 저를 생각나게끔 하는 그런 작업이어서 만족스러웠어요"
무엇보다 이민호는 그간 보여준 캐릭터와 결이 다른 인물을 연기해야 했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견뎌내고 생존을 위해 버텨온 한수. 오로지 살아남고자 하는 욕망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됐지만 그의 내면에는 선한 마음이 남아 있다. 이민호는 그런 한수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제가 중점을 둔 부분은 '절대 선'으로 태어난 사람이 '절대 악'으로 살아가는, 극과 극에 있는 그런 모습을 좀 표현하고 싶었어요. 처음 스크립트를 봤을 때 공감이 많이 일었거든요. 나라면 그 시대에 어떻게 했을까라고 생각해 본다면, 한수와 비슷한 맥락의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너무 처절했고, 살아남으려면 누군가를 밟기도 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한수에게 공감이 가기도 했고 애정이 갔죠"
한수는 생존을 위해 민족성을 덮어두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런 한수가 조선으로 돌아온 건 고향에 대한 애틋함, 그리고 마음 한 편에 남아 있는 한국인의 근본에 끌려서다. 이런 복잡다단한 감정을 오로지 표정과 연기로만 표현해야겠기에 이민호는 매 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수는 살아나기 위해서 고국의 색깔을 지워야 했고, 다른 언어로 이야기를 해야 했죠. 그가 다시 영도에 돌아왔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내가 시작된 곳에 대한 애틋함, 그런 지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선자를 보면서 그 시작점에 있던 나를 다시 발견하는 마음을 중점으로 뒀어요"
"수 휴 작가도 부산에서 태어나서 3살에 미국에 갔다고 들었는데, 촬영하다가 부산 바다를 걷는 일이 있었어요. 그때 그녀가 '민호, 나 기분이 이상해'라고 하더라고요. (한수에게도 조선이) 그런 지점인 것 같아요. 내 안 깊은 곳에 있는 '내가 어디서 출발했는가'에 대한 마음이요"
'파친코'는 여러모로 이민호의 연기 인생에 한 획을 긋게 된 작품이다. 이민호에게 '파친코'는 도전이 아닌 '새 시작'이었다.
"저에게는 이미지 변신, 도전이라는 생각은 아니에요. 그동안 뭔가 잘 짜인, 멋진 남자의 요소가 갖춰진 캐릭터를 해왔다면, 이번에는 어떤 것보다 비현실적이고 처절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끌렸던 거죠"
"저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 된 것 같아요. 물론 오디션도 보고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작업을 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스스로 자유로웠던 현장이었거든요. 작품이 가진 의미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자유도라던가 개인적으로 짊어져야 하는 무게에서 자유로웠던 것 같아요. 앞으로 제 연기 인생 10년의 시작을 알릴 수 있는 작업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