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선자의 70년 삶이 주는 울림…윤여정X이민호X김민하 '파친코'
"보편적인 가치가 있다면, 모든 가족마다 저마다의 '선자'가 존재하는 것이다."
'파친코'의 총괄 프로듀서 테레사 강이 밝혔다. '파친코'는 이민진 작가의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하며, 한국 이민자 가족의 희망과 꿈을 4대에 걸친 연대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무려 70년의 세월이 담겼다. 그 중심에는 '선자'가 있다. 각본과 총괄 제작을 맡은 수 휴는 "'선자'가 곧 '파친코'의 심장이고 영혼이다"라고 말한 인물이다.
18일 진행된 애플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Pachinko)'의 온라인 컨퍼런스에 배우 윤여정, 김민하, 이민호, 진하를 비롯해 코고나다 감독, 각본 및 총괄제작자 수 휴, 총괄 프로듀서 마이클 엘렌버그, 총괄 프로듀서 테레사 강이 참석했다.
애플TV+ 측은 70여 년의 시간, 한국 이민자들의 이야기, 왜 글로벌 프로젝트로 '파친코'를 택했을까? 아버지는 한국인이지만, 일본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코고나다 감독은 "이 스토리는 한국 역사를 다루긴 했지만, 모두에게 적용될 이야기다. 현재도 많은 이민자 가족들이 생존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역사를 다뤘지만, 현재진행형인 스토리"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에 총괄 프로듀서 테레사 강은 "이 작품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여성의 시선에서 전개된 이야기고 서사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보면 젊은 여성이 한 가정의 중심이고, 여러 세대가 이어지며 핵심에 올라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 휴가 말했듯,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 보편적 가치가 있다면 모든 가족마다 저마다의 '선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파친코'에는 세 명의 '선자'가 등장한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1915년 부산의 어린 여자아이 선자(전유나)이며, 그 이후 배우 김민하가 16세부터 22세 사이의 선자를, 배우 윤여정이 노년의 선자를 맡았다. 특히 김민하는 3~4개월 동안이나 진행된 오디션에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젊은 선자' 역을 거머쥐었다.
"오디션은 3~4개월 동안 진행됐다. 연기하는 건 당연한 거고, 중간에 인터뷰도 많이 했다. 이런 오디션은 처음 봤다. 정말 많이 배웠다. 영혼을 짜내서 해낸 오디션인 것 같다. 두 감독님이 공통으로 해주신 말씀은 '그 자리에 존재하고 숨 쉬어라'라는 말이었다. 그게 가장 중요하기도 했다. '선자'를 하고 나서, 연기를 한 것뿐만 아니라, 저 자신을 많이 돌아본 시간도 된 것 같다. 연기적으로만이 아니라, 그 외의 것도 많이 배웠다. 제 목소리를 내는 법도 배우고, 내가 누군지도 알아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저에게는 너무 값진 시간이었다."
젊은 선자와 노년의 선자를 보여줬기에 촬영 현장에서는 만날 수 없었지만, 윤여정은 그의 연기를 극찬했다. 그는 "나이가 있어서 걱정이 많다. 젊은 선자가 신인이라 걱정했다. 김민하가 2화부터 등장한다. 그런데 너무 잘했다. 그제 처음 만났다. 그때 '너는 걸음걸이만 고치면 되겠다'고 말했다. 굉장히 잘 봤다"라고 전했다.
윤여정이 김민하에게 감탄했다면, 코고나다 감독은 윤여정에게 감동했다. 코고나다 감독은 "윤여정의 연기를 보며 매 순간 감탄했고, 다채로운 운율과 깊이로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는 모습들은 놀라웠다"라고 감탄했다. 코고나다 감독은 "윤여정의 얼굴이 한국의 역사가 담겨있는 지도라고 생각했다. 모든 표정에서 섬세한 연기를 펼쳐주셨다. 윤여정이 카메라 앞에 있는 모든 순간 감동했고, 매료됐다"라고 그의 연기를 극찬했고, 윤여정은 "제 나이 때문"이라고 겸손한 리액션을 덧붙여 현장을 웃음 짓게 했다.
이민호는 '한수' 역을 맡았다. 그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사인이자, 야쿠자로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젊은 선자의 삶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한수 캐릭터를 설명했다. 이민호는 수트에 중절모를 쓰고 등장한다.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변신을 예고하는 그는 "그 시대에 맞는 옷을 스타일링해서 보여드리기 보다, 확장해서 생각했다. 옷이 때로는 나를 담아내기도, 강하게 표현하기도 하는 무기 같은 수단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각본가이자 총괄 프로듀서인 수 휴는 프로덕션 노트에서 이민호에 대해 "새로운 도전을 서슴지 않았다"라고 극찬했다. 그는 "오디션을 앞두고 걱정스러웠던 점은 이민호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 중 한 명이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의 존재감을 가려버릴까 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맞으면서도 틀린 생각이었다. 이민호는 섬세하게 디테일을 살리면서도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에 몰입해 있었다. 새로운 도전을 서슴지 않았으며 이 작품에서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러면서도 타고난 스타의 면모가 돋보였다. 카메라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었다. 부담스럽거나 과하지 않았다.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방식으로 카메라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고 있었다"라고 밝혀 '파친코'에서 이민호가 보여줄 모습에 기대감을 더했다.
'파친코'는 전 세계 공개를 앞두고 언론에 공개된 후,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70여 년의 대서사시에 담아낸 삶의 의미는 보는 이에게 각기 다른 공명을 선사한다. 윤여정 역시 작업에 만족감을 전했다. 그는 "제가 나오는 작품을 잘 안 본다"라며 옆에 있는 이민호에게 "넌 어떠니?"라고 물었다. 이민호는 "전 이번 작품 좋았습니다"라고 '파친코'에 대한 신뢰를 전했다. 이에 윤여정은 "그러니? 넌 이민호라 그런가?"라고 그에 대한 존중을 표하며 "나는 '내가 왜 저렇게 했지?'라는 생각에 내가 나온 작품을 잘 안 본다. 그런데 '파친코'는 제 분량이 적기도 하고, 잘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또한 윤여정은 '1인치 자막만 극복하면 더 넓은 세상이 열린다'라는 봉준호 감독의 말을 빌려 "'파친코'가 1915년 부터 1989년까지 오가는 이야기라, 시청자들이 다 알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그것만 조금 넘어가면, 굉장히 흥미롭고, 우리 역사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일동포라고 하는데, 그 말이 이상하게 깔보는 말 같이 느껴졌는데 그게 아니더라. 독립과 전쟁을 겪으며 아무 데도 속하지 못한 이들의 세월을 잘 표현해야 하는데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저 역시도 '파친코'를 통해 역사에 대해 많이 배웠다. 많은 관객이 같이 느끼면 좋겠다"라고 애정을 전했다.
한편, '파친코'는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 작품.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담았다. 총 8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오는 3월 25일 애플 TV+를 통해 3개 에피소드 공개를 시작으로, 4월 29일(금)까지 매주 금요일 한 편의 에피소드를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