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로몬 "제 롤모델, 이병헌→최우식…모든 선배님"
*해당 인터뷰에는 '지금 우리 학교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배우 로몬이라는 이름은 '박솔로몬'이라는 본명에서 따왔다. 로몬은 자신의 이름이 "좋은 배우, 좋은 사람으로 기억됐으면"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아마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 어느 정도 그 바람의 첫 걸음을 뗀 것 같다.
로몬은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수혁 역을 맡았다. 수혁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싸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한때는 일진이었지만 어느 순간 돌아선 수혁은 반장 남라(조이현)를 짝사랑하는 마음을 한쪽에 두고, 친구들을 또 다른 쪽에 두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로몬에게 수혁이는 "본능에 충실한 친구"였고 "순수한 친구"였다. 원작 웹툰이 연재 중일 때는 볼 수 있는 연령이 아니라서, 쿠키 300여 개(웹툰을 다시 보기 위해 지불하는 돈의 개념)를 쓰면서 다시 보기로 봤다. 대본은 어떨까 궁금한 마음도 있었지만, 웹툰에 깊게 빠져들어 울고, 웃으면서 봤다는 설명이다.
"이재규 감독님께서 연출한다고 하셨을 때, 굉장히 영광스러웠어요. 제가 팬이거든요. 그리고 넷플릭스에 출연하는 건 상상도 못 한 일인데, 그만큼 저에겐 꿈 같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로몬을 캐스팅한 후, 오랜 시간 대화했다. 로몬은 "저의 성향을 파악하시고, '나는 로몬이가 느끼는 감정대로 연기를 해주면 좋겠다'라고 하셨어요. '수혁이라면 어땠을까, 연기가 아닌 실제 로몬이 친구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렸으면 좋겠다'라고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로 수혁이를 날 것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발을 닦고, 소변을 보고, 피를 묻히고 다니는 것 등 이런 것에서 네추럴하게요. 그래도 수혁이가 사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굉장히 멋있게 나오잖아요. 그런데 저는 평범한 학생이었거든요. 저랑 수혁이가 닮았다고 하면, 제가 '멋있는 척'하는 것 같아서 좀 부끄럽긴 한데요. 친구들이나 남을 생각하는 마음 하나는 저랑 수혁이가 정말 닮은 것 같아요."
애드리브도 담겼다. 로몬은 "애들이 방송실에 도착했을 때, 제가 애드리브로 신발을 벗고 발가락 사이를 물티슈로 닦는 연기를 했거든요. 그때 감독님께서 '로몬아, 자연스러운 건 좋은데 이건 아닌 것 같다'라고 하셔서 신발 신고 다시 찍었는데요. 다행히 완성본에 잘 넣어주셔서, 제 애드리브가 살아있어 기분이 좋았던 것 같고요. 맨발의 수혁이를 보여줄 수 있어서도 좋았던 것 같아요"라고 에피소드를 밝혔다.
운동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는 캐릭터였다. 앞선 제작보고회에서 로몬은 액션 스쿨에 "토할 정도로 힘들게 임했다"라는 이야기를 밝힌 바 있다. 웹드라마에서 액션을 선보인 바 있지만,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액션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촬영하기 3개월 전부터 개인 훈련을 받았어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많았고, 촬영한 후에도 '내가 잘했을까'라는 고민도 많았는데요. 시리즈가 공개되고 난 후, 완성본을 보니 '다들 고생해서 잘 찍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러브라인도 있었다. 특히 수혁과 남라의 키스신 촬영 당시, 조이현은 코멘터리에서 "17번이나 NG를 냈다"라고 당시를 회상한 바 있다. 로몬은 "저도 그렇고, (조)이현이도 어려워하더라고요. 낯가리고 부끄러워한 것 같은데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NG가 날수록 (조)이현이가 미안해해서,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저는 '괜찮다, NG가 더 나도 좋아'라고 했던 것 같아요. 그 외에는 남라(조이현)가 절비(절반만 좀비)로 변해서 저를 물려다가 자신의 손목을 무는 장면이 있는데요. 굉장히 용감하다고 생각했고요. 자기도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너 말고 나 물어'라는 수혁이의 대사가 따뜻하고 남자답고 멋있게 다가온 것 같아요."
조이현과는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두 번째 만남이었다. 두 사람은 웹드라마 '복수 노트'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캐스팅된 후 첫 미팅에서 조이현은 로몬을 기억하지 못했다. 로몬은 "(조)이현이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하고 있어서요. 제가 그 작품 팬이었거든요. 윤복이가 보여서 반가웠고요, 다음 화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라고 첫 미팅 당시를 회상했다.
"이야기를 많이 나누기보다, 남라와 수혁이의 어색한 기류를 유지하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조)이현이는 아니겠지만, 저는 멀리서 (조)이현이를 많이 바라본 것 같고요. 멀리서 챙겨주려고 한 것 같아요."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한 작품이다. 로몬은 그중에서 경수(함성민)의 최후를 가장 마음 아픈 순간으로 기억했다. 로몬은 "함성민이라는 배우와 오래전부터 친했던 선후배 사이거든요. 형이 우리 집에서 같이 자기도 하고, 함께 연기 고민도 많이 했는데요. 그 형이 죽는 연기까지 너무 잘해서 형이랑 정말 사별하는 기분이 들어서 아주 슬펐어요. 수혁이가 눈물을 흘리는 성격이 아닌 것 같은데, 그때 제가 주체가 안 됐어요. 굳이 참으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끼려고 했어요"라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로몬에게 한마디로 표현하면 '명문고'다. 12살 때 만난 지금의 소속사 대표님은 그에게 연기를 배워보자고 제안했다. 로몬은 12살 때부터 한 스승님에게 연기를 배우고 있다. 처음에는 놀랐고, 하면서부터는 욕심이 생겼다. 잘하고 싶었다.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한 가지 목표로 또래 배우들과 어울렸던 '지금 우리 학교는'은 그래서 그에게 더 값지고 소중하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한 학년을 보냈잖아요. 배우, 스태프, 그리고 감독님까지 모두 함께요.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이재규 감독님이 교장 선생님 같은 역할을 해주셨다면, 배우들은 다 친구들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촬영하러 가는 길이 등교하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만큼 저에게는 고등학교 같다는 느낌이에요. 따뜻하고 추억 많은 장소 같은 곳이죠. 그래서 한 단어로 표현하면 '명문고'예요. 제가 그 학교를 졸업한 것이 영광스러운 마음이라서요. 명문 고등학교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로몬은 대중에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5년, 10년 후에는 더욱더 단단해진 로몬이 되고 싶다.
"여러 인터뷰에서 롤모델은 이병헌 선배님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선배님처럼 그렇게 눈으로 말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요즘 '그해 우리는'을 보면서 최우식 선배님께 많이 배웠어요. 여러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자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선배님들 모두가 제 롤모델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