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전기차 보조금, 소비자·자동차업계 '혼란'
전기차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반도체 수급난이 좀처럼 해소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보조금 정책까지 바뀌면서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 고민이 깊어졌다.
지난 7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올해는 구매보조금 정책이 변화됨에 따라 지역별 판매량 증가세가 상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1대당 국고보조금이 줄어들고 보조금 100% 지급 대상 차량의 가격 상한선도 다소 낮아지면서 보조금 적용 모델로 판매량이 쏠릴 수 있다고 연구원은 판단했다.
앞서 산업통상부·환경부 등이 '2022년 전기차 보조금 지침 개편안'을 발표한 뒤 전기차를 사려던 소비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자동차업계도 가격을 저울질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행정예고 된 개편안에 따르면 전기차 확대 보급 추세에 따라 전체 보조금 지원 대수는 지난해 10만1000대에서 올해 20만7500대로 늘어나지만 1대당 국고보조금 최대치는 8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국고보조금에 연동돼 계산되는 지방보조금도 기존 400∼500만원에서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구간별 보조금 지원 상한액도 준다. 보조금을 100% 지원받을 수 있는 차량의 가격 기준이 작년 6000만원 미만에서 올해는 5500만원 미만으로 내려온다. 또한, 보조금 50% 지원 대상도 6000∼9000만원에서 5500∼8500만원으로 낮아진다. 8500만원 이상은 지원이 없다.
현대차와 기아의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양이 100% 보조금을 지급받는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 GV60은 이륜구동 기준 가격이 5990만원이어서 지원이 100%에서 50%로 깎여 보조금을 절반만 받을 수 있다.
대부분 고가인 수입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벤츠 EQ 시리즈 등은 보조금이 깎일 전망이다. 벤츠 EQA SUV는 지난해 77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받았지만, 올해엔 3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최근 가격을 올린 테슬라는 보조금이 깎이거나 못 받는 경우가 속출할 전망이다. 지난해 50%의 보조금을 지급받은 테슬라 모델Y 퍼포먼스(8699만원)는 올해 아예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업계는 보조금 기준을 낮추더라도 당장 가격 인하를 단행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원자재 부족과 배터리 가격 인상 등 생산 단가가 갈수록 상승하는 상황에서 가격을 더 내리는 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도 기존 전기차 인수 대기가 길어지고 보조금까지 줄어들자 난감한 상황이다. 기존 계약을 유지해야 할지, 신차가 나오면 가격과 상품성을 다시 따져서 교체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GV60을 주문한 이성희 씨는 "보조금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굳이 기존 계약을 유지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며, "다른 전기차가 합리적 가격에 나오면 계약 변경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폴스타를 시작으로 여러 브랜드에서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정부는 매년 연초에 일어나는 이런 사례로 자동차업계와 소비자가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