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효주, '해적2' 현장에서 '아이엠 그라운드' 게임 한 이유
'아이엠 그라운드'라는 게임이 있다. 자신을 소개하고, 몇 번을 호명하면 박자에 맞춰서 자신의 이름을 그 숫자만큼 외쳐야 한다. 간단한 게임이다. 그런데 배우 한효주는 왜 '해적: 도깨비 깃발' 현장에서 주도적으로 그 게임을 하자고 했을까?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은 바다에 숨겨진 고려의 보물을 찾으러 나선 해적단과 의적단의 모험을 담은 영화다. 한효주는 해적단의 단주 '해랑' 역을 맡았다. 해랑은 바다 위에 섬 같이 떠다니는 배 위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을 식구로 생각하는 카리스마 있고 책임감 있는 단주. 한효주는 해랑의 복합적인 면을 표현하기 위해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고민했다.
"새로운 도전이 재미있었어요. 저의 새로운 목소리, 새로운 얼굴 등 지금까지 보여드린 적 없던 모습을 꺼낼 수 있어서 재미있기도 했고, '어떻게 하면 어색하지 않게 다가갈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많았던 것 같아요. 메이크업의 진하기 정도, 장신구 등 비주얼적으로도 의견을 많이 냈고요. 사실 해랑이라는 역할을 위해 얼굴색도 톤 다운된 메이크업을 했어요. 제 피부보다 두 톤 정도 어둡게 파운데이션을 깔고 시작했어요. 손도 그렇고요. 얼굴이 달라 보이긴 하더라고요. 제가 보기에도 새로운 얼굴인 것 같아서 재미있었어요."
미국 드라마 '트레드 스톤'에서 액션을 한 경험이 있지만, 검을 사용하는 액션은 처음이었다. '정말 잘하고 싶었다'는 한효주는 촬영 전, 제안받은 것보다 더 먼저 훈련을 하고 싶다고 자청했다. 그래서 촬영 시작 3개월 전부터 필요한 액션을 먼저 몸에 익혔다.
"검을 쓰는 기본자세부터 휘두르는 것 등 몸에 익힐 정도로 훈련을 오래 했어요. 하다 보니, 와이어 액션(줄에 매달려 하는 동작)도 연습하면 유용할 것 같더라고요. 날을 잡아서 와이어 액션만 따로 훈련하기도 했어요. 또 수중 훈련도 받았고요. 여러 가지 다양한 훈련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고요. 해랑이가 리더이다보니, 큰 목소리를 낼 때가 많을 것 같아 발성 연습도 했어요. 일주일에 2~3번은 발성 연습을 했죠. 목소리를 바꾸기 위한 노력, 액션, 수중촬영 등 열심히 하기는 했어요. 그런데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현장에서 우왕좌왕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했어요."
사실 '해적: 도깨비 깃발'의 촬영 현장은 액션이나 수중촬영보다 더 큰 고충이 있었다. 바로 추위였다. 너무 추워서 핸드폰을 꺼내서 온도를 재보면, 영하 23도였다.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을 실감 나게 담기 위해 배우들에게 물을 뿌리면, 머리카락에 맞은 물이 바로 얼어 얼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 속에서 한효주는 '으샤으샤'를 자청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남다른 팀워크는 함께 출연한 '바퀴 달린 집' 등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저는 정말 감사해요. 이런 팀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제가 복이 정말 많은가 봐요. 선물 같은 작품이었어요. 현장에 모인 모든 사람이 열정을 쏟아서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고요, 이 속의 한 파트라는 점도 문득 너무 감사했어요. 촬영 현장이 힘들어도, 매일 소풍 가는 기분이었어요. 촬영하면서도 '너무 좋다'라는 이야기를 진짜 많이 한 것 같아요."
앞선 인터뷰에서 강하늘은 한효주의 미담을 전하기도 했다. 한효주가 처음 해적단원을 만나 촬영하는 날, 단원들이 대기하는 공간에 찾아가 먼저 '아이엠 그라운드' 게임을 하자고 제안한 에피소드다. 해적단에는 알려진 배우들 이상의 인원이 있었다. '넙치, 곰치' 등 이름도 다양했다. 강하늘은 "영화에 나오지 않더라도, 모든 해적단원의 이름을 외우기 위해 '아이엠 그라운드' 게임을 하셨어요. 분위기 메이커란 현장을 웃게 하기보다, 그 현장을 얼마나 부드럽게 만드냐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한)효주 누나가 최고의 역할이셨죠"라고 현장에서 실제로 '해랑' 같았던 한효주의 모습을 회상했다. 이에 한효주는 겸손하게 답했다.
"제가 아무래도 단주이다 보니까, 밥이라도 한 번 더 먹자고 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번 역할을 하다 보니, 유독 그렇게 되더라고요." (웃음)
"저도 왜 이렇게 ('해적: 도깨비 깃발' 팀워크가) 유난히 끈끈한 건지, 마음이 가는 건지 궁금해요. 정이 많이 들었어요. 오랜만에 촬영 끝나는 날 너무 아쉬워서 펑펑 울었어요. 우리가 다 같이 홍보하면서도 볼 거고, 앞으로 다른 작품에서 만날 수도 있는데, 촬영이 끝나는 게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더라고요. 오랜만에 마지막 촬영 날 눈물을 흘렸던 것 같아요."
한효주에 대해 칭찬한 건 강하늘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영화 '해피 뉴 이어'의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우 한지민은 한효주에 대해 "어른스럽게 저를 다독여 주는 친구"라고 말했다. 한효주 역시 한지민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솥밥을 먹는 한지민, 추자현 등은 그에게 "존재만으로도 진심 힘이 되는 사람"이었다.
"같은 일을 하고 있어서, 더 말하지 않아도 공감해줄 수 있고, 이해해줄 수 있고, 이런 폭이 넓어요. 특별하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같이 있으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같은 마음의 사람이 있다는 것이 살아가는데 되게 큰 힘이 되더라고요. 존재 자체가 고마운 존재. 너무너무 고마워요. 생각만 해도 힘이 나요."
한효주의 새로운 도전을 담아낸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을 통해 관객과 만나며 새해를 시작했다. 한효주에게 흐르고 있는 시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전 요즘 좋아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오는 안정감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배우로서도, 개인으로서도 그렇고요. 참 좋은 시기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배우로서는 현장에서 이제 조금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고요. 20대 때에는 '되게 잘 해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잘하는 것보다 잘 해야하는 역할들을 맡아서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해 그 역할에 임해왔던 느낌이라면, 지금은 같이 만들어가는 재미가 같이 있는 느낌이에요. 이 캐릭터를 이렇게 하면 다른 색이 되고, 이렇게 하면 다른 결이 되고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칠해나가는 재미를 알게 됐어요. 여유가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서 이제 진짜 일 하는 게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