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핵인싸 부회장의 멸공 발언에 불안한 개미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77만 명. 재계 대표적인 인플루언서로 통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SNS에 올린 '멸공' 발언이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며 논란이 되고 있다. '공산주의를 없애자'는 뜻의 멸공은 약 두 달 전부터 이어진 정 부회장의 정치적 발언이다.
지난 10일 신세계 주가는 6.80%(1만7000원) 하락하며 마감했다.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도 5% 넘게 급락하면서, 하루 만에 두 회사 시가총액 2천억 원이 증발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신세계, 이마트, 스타벅스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파장이 커지자 정 부회장은 더이상 '멸공' 관련 발언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수습했지만 11일 오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이미지를 올리며 “누가 업무에 참고하란다”라고 적었다. 해당 이미지는 지난 2019년 일본 불매운동 당시의 ‘노재팬’ 포스터를 모방한 것으로,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이 논란이 된 이후 온라인상에서 공유되고 있다.
정 부회장의 SNS 사용이 개인적인 차원이라고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피해는 애꿎은 개미투자자들에게 가고 있다. 주가 하락을 떠안은 소액주주들은 "정 부회장이 기업과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돌발 행동을 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소액주주들이 집단소송을 벌여야 한다며 법적 대응에 대한 의견까지 등장했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정 부회장 발언을 두고 표현의 자유냐, 경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 전국이마트노조는 12일 성명서를 내고 "그룹의 주력인 이마트가 온라인쇼핑 증가와 각종 규제에도 직원들의 노력으로 타사대비 선방하고 있는 어려운 환경에서 고객과 국민들께 분란을 일으키고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정용진 부회장의 언행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고 알렸다. 이어 "어려운 환경에서 고객과 국민들께 분란을 일으키고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정용진 부회장의 언행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한 "본인이 하고 싶은 말 하는 것은 자유이나 그 여파가 수만명의 신세계, 이마트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도 미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말 '자유인'이며 '핵인싸'이고자 한다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 될 것이나, 본인 스스로 기업인이라 한다면 이제 그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오너 마케팅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신세계 그룹의 부회장이라는 직책을 넘어 본인의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업과 연계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다. 재계 대표 '셀럽'이자 '핵인싸'로 종횡무진 행보를 펼치고 있는 정 부회장이 딱딱한 오너의 이미지를 벗고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중을 잠재적 소비자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개인의 높은 인지도와 영향력을 활용해 사업에도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고자 한다면 최고경영자의 소통은 더욱 신중하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기업인 스스로가 자신의 발언이 공적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정 부회장의 별명이 '핵인싸'가 될지 '핵폭탄'으로 바뀔지 앞으로 그의 SNS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