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징어게임' 정호연 "첫 연기? 10점 만점에 5점…서툴지만 진심으로 연기"
모델에서 배우로 옷을 갈아입은 정호연이 '오징어 게임'을 통해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190개국에 공개된 후 연일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에서 얼굴을 알리고 패션 아이콘으로 활약해온 모델 정호연은 '오징어 게임'을 통해 제2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배우로서의 길에 첫발을 내디딘 것.
극 중 정호연이 연기한 '새벽' 역은 어린 동생과 함께 탈북, 남한으로 내려온 새터민이다. 아버지는 탈북 과정에서 총에 맞아 숨졌고, 어머니는 중국 공안에 잡혀 북송됐다. 새벽은 어린 동생과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오직 가족과 한집에서 사는 꿈을 이루기 위해 게임에 참여한다.
다크함으로 가득한 '새벽' 역으로 글로벌 팬심을 매료한 정호연과 1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새벽 특유의 무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정호연은 밝은 미소로 인터뷰 분위기를 이끌었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달 27일 공개된 후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1위에 올랐다. 잠시동안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 순위 1위에도 올랐다. 무엇보다 정호연은 SNS 팔로워 수가 급증하면서 인기를 실감케 했다.
"모든 일이 빠르게 일어나다 보니 제 반응 속도가 좀 못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은 드는 것 같아요. 너무너무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고, 그런 마음을 잊지 않고 하루하루 보내려고 하고 있어요"
모델로서 세계 런웨이에서 활약하던 정호연은 커리어적으로 위기감을 느꼈을 당시, 연기에 매료됐다. 그래서 뉴욕 패션위크를 앞두고, '오징어 게임'을 위해 곧장 한국행을 선택했다. 새 꿈을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제가 커리어적으로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시기였어요. 해외에 나갔던 첫 시즌부터 잘 돼서 루이비통, 샤넬 캠페인 등 여러 쇼를 했거든요. 2년 정도 정점을 찍다가 점점 일이 줄어들기 시작한 시기가 있어요.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살도 찌고, 스스로 심리적으로도 되게 위기였거든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까 할 걸 찾게 됐고, 영화를 보다 보니 욕심이 났어요"
"한국 모델 에이전시 계약이 끝나고 배우 회사로 옮겨서 연기를 더 디벨롭 하고 싶었어요. 새벽이 오디션은 회사 들어오고 한 달도 안 돼서 하게 됐는데, 너무 막막하고 부담도 됐지만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했죠"
배우 소속사에 들어가고 한 달도 안 돼서 만난 작품이 '오징어 게임'이다. 첫 연기로 도전하기엔 고난이 너무도 많은 캐릭터였다. 장르도 장르이거니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연기, 사투리, 내로라하는 선배 배우들과의 첫 호흡까지. 부담이 컸을 테지만 정호연은 부딪혔다.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오징어 게임' 캐스팅된 후에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시작했어요.(웃음) 평소에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 게 느껴졌거든요. 이런 것들을 잡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오디션을 볼 때는 몰랐지만, 합격하고 나서는 그 불안감이나 스트레스가 최대치였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이기기 위해서 주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으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그렇게는 했어요.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요"
첫 연기임에도 호평을 이끌어낸 정호연이다. 스스로에겐 몇 점을 주고 싶을까.
"저는 10점 만점이라고 했을 때 5점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도 자존감을 좀 올리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웃음) 정말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방법도 서툴고 다 서툴렀지만 진심으로 했거든요"
정호연이 첫 연기에도 버텨낼 수 있었던 건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 덕이 컸다. 연인 이동휘도 정호연을 응원했고, 먼저 연기를 시작한 동료들, 그리고 현장에서 만난 선배, 동료 배우들, 황 감독까지. 정호연은 이들이 있었기에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저보다 연기 경험이 많은 친구들, 동료들한테 정말 조언을 많이 구했던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절박했거든요. 촬영 시작하고서는 함께 호흡한 동료분들과 감독님의 조언에 집중해서 촬영했어요"
"박해수 선배님과 통화했을 때는 선배님께서 '두 발을 땅에 잘 딛고 있자'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말씀을 아침에 일어나서 기억하고 되새기고 있어요"
"동휘 오빠도 엄청 자기 일처럼 행복해하고 뿌듯해하고 있어요. 되게 응원해주고 있어요. 장윤주 언니는 커피차도 보내주셨어요. 제니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류승룡 선배님도 커피차 보내주시고요. 인연이 있는 분들이 서포트를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현장에서 든든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너무너무 감사했죠"
정호연은 첫 작품이 큰 사랑을 받아서 벌써 차기작이 걱정된다고 말하면서도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힘들었던 만큼 대중의 관심과 사랑으로 보상을 받았고, 그 기쁨을 누리고 있는 모습에 보는 이마저 흐뭇해졌다.
모델에서 배우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정호연이 앞으로 써 내려갈 필모그래피는 어떨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