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펜트하우스' 김소연 "천서진, 저도 너무 미워하고 싶었어요"
"제가 생각해도 '이건 아니잖아' 그랬죠. 사실 저도 천서진을 너무 미워하고 싶었다. 마지막 회 끝나고 악성 댓글 써야지 할 정도로 정말 제가 봐도 악마에게 심장을 판 것처럼, 흑마술에 걸린 것 같아서 안타깝게 생각하며 연기를 했다."
어느 누구도 마냥 행복한 결말을 맞을 수는 없었다. 분명 권선징악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봤지만, 예상과는 달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납득할 수밖에 없는 연기로 서사를 만들었다. "악역하면 떠오르게 될" 천서진을 그려낸 김소연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0일 종영한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는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에서 벌이는 서스펜스 복수극이다. 김소연은 극 중 하은별(최예빈)의 엄마이자, 유명 소프라노 '천서진'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아니, 열연 그 이상이었다. 김소연은 천서진을 맡아 스스로도, 그리고 시청자에게도 전율을 선사했다.
김소연은 "드라마가 끝날 때쯤에는 빨리 여기를 탈출해서 잠 좀 많이 자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끝이 되니까 오히려 아쉬웠다. 아무래도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진짜 정이 들었던 것 같다. 끝난지 열흘 정도 됐는데, 그립기도 하고, 언제 이런 캐릭터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은 마음도 있다. 머리도 자르고 그랬는데, 너무 그립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그가 맡은 천서진은 매 시즌이 거듭될수록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김소연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시즌은 언제였을까. "정말 1, 2, 3 시즌이 다 달랐던 것 같다"라며 김소연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시즌1이다. 천서진의 서사가 잘 드러났고, 전율이 느껴지는 그런 경험을 많이 했다. 시즌 2에서는 감정적인 연기가 많았고, 과거에서 쌓아온 서사가 드러나며 정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시즌 3는 정말 이렇게까지 하나 싶을 정도의 악녀의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 기억에 남는다"라고 모든 시즌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김소연의 말처럼, 시즌 2까지는 '천서진의 서사'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됐다. 하지만, 시즌 3에서는 마치 악마가 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김소연은 "천서진이 진짜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많이 했다. 그래도 '얘는 지금 이 순간에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잘못됐다고 해도 스스로는 '지금 내 행동이 맞아, 이렇게 해야 내 딸, 그리고 우리 가족도 성공해'라는 식으로 삐뚤어진 모성애를 연기했는데, 시즌 3는 정말 '이건 아니잖아' 싶을 정도였다"라고 돌아봤다.
실제로 시즌 3에서는 '삐뚤어진 모성애'가 아닌, 천서진이 정말 딸을 사랑한 것이 맞을까 의심이 되는 순간이 이어진다. 무엇보다 딸이 수모를 당하는 순간에도, 자신의 '치매 연기'가 우선인 모습이었다. 다만 김소연은 치매 연기와 관련해 "사실 샹들리에 신에서 죽기 전에 로나를 은별이라고 생각하고 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택시에서도 '어디를 가야하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왜 천서진은 택시에서도 연기를 하냐고 하시던데, 사실 그 회차 당시 진짜 치매가 왔었다는 생각이었다"라며 "사실 샹들리에 신에서 '나 죽나보다' 생각했는데, 13회에 제가 또 나왔다. 대본을 보기 전이라 죽기 전까지는 치매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장면뿐 아니라, 김소연의 천서진 연기는 매회 도전의 연속이었다. 수많은 명장면이 있었지만, 김소연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바로 '피아노신'이다. 김소연은 "그게 될 것이라고 생각 못 했어요. 15회 전에도 1~2회에서 잠깐 연습을 하는데도, 제가 피아노를 쳐야 한다는 말을 듣고 '저 이거 해도 될까요?' 하면서 계약서까지 살펴봤었다. 큰 부담이 왔던 신이라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다"라고 돌아봤다.
그리고 15회에서 다시 만난 피아노 신은 김소연에게 전율을 안겨줬다. 김소연은 "'내 인생에서 이런 신을 연기를 다시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라며 "사실 대본을 보면서도 천서진에 젖어있던 상태라서 아버지한테 무릎을 꿇고, 동생한테 열등감을 표출하는 그 장면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 후에도 연습을 하려고 할 때 목이 메어서 연습을 못했고, 리허설도 못했다. 그 정도로 저에게는 전율처럼 다가왔던 회차고 장면이다"라고 답했다.
다시 한번 전율을 느낀 순간은 시즌 3에서 나왔다. 김소연은 "흑조 옷을 입고 올라가는 장면이 있었다. 엔딩을 찍는데 립싱크인데도, 제가 소리를 올린 것처럼 등골이 오싹하고, 감정이 벅찼다. 촬영이 끝나고 눈물이 나왔다"라며 "쉬고 있을 때 '블랙스완'을 봤었는데,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를 보며 저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정말 몰입해서 보다가 불이 탁 켜지는데 눈물이 났다. 그때가 생각나기도 하고, 연기자로서 전율을 느꼈던 장면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전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김소연이 극과 극을 오가는 연기에 두려움 없이 도전했기 때문이다. 김소연은 "정말 대본을 많이 봤다. 시즌 2에서는 소리만 너무 질러서 고민을 하기도 했다"라며 "그래도 실제 천서진이라면, 더 하면 더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소리를 죽일 것 같지 않다고 스스로 합리화를 했다. 앞서 차곡차곡 쌓아온 서사가 있기 때문에 스스로 지치지 않고 간극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만 김소연조차도 천서진이 싫었던 순간이 있다. 수많은 악행들 중 어려웠던 장면이 있는지 묻자, 김소연은 "생각나는 것이 너무 많은데, 시즌 3에서 윤희를 절벽에 미는 가해자가 저인데, 이 순간은 용서가 안 됐다"라며 "대본을 처음 받고 너무 놀랐어요. '윤희를 죽인 것이 나라고?' 하는데, 진짜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윤희는 제 딸을 지키려다가 그렇게 됐다는 것이 정말 컸다. 그때 유진이가 저를 정말 많이 챙겨줬다. 서로 웃으면서 메시지를 주고받았더니 마음이 괜찮아졌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러한 악행들 덕분(?)에 김소연은 시즌 3에서 자신이 악역 1순위가 된 것 같다며 "주단태가 제일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천서진이 더 나쁜 것 같다. 진짜 있어서는 안 될 악역같다. 극악무도는 당연한 것이고, 얘는 심리적으로 옭아매고 기분을 나쁘게 하는 것에 일가견이 있다. 그런 모습이 너무 별로다. 2등은 주단태고, 3등부터는 동률이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이 다 나쁘다"라며 순위를 매겼다.
[인터뷰②] 김소연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아이리스 #왕좌의게임 #이상우" 기사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