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쌍용차 인수, 자금 동원력 성패 가른다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쌍용차 인수전이 깜짝 등판한 SM그룹과 사모펀드 KCGI 자금력 등에 업은 에디슨모터스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당사자인 쌍용차 역시 예상외의 흥행에 미소 지으며 후속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쌍용차가 친환경차 전용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히는 등 전기차 전환에 뒤늦게 속도를 내는 가운데 상당수의 투자자가 전기차 사업 확대를 목표로 인수 의향을 밝히고 나선 것도 긍정적이라는 분위기다.
쌍용차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은 국내 재계 38위인 SM그룹, HAAH오토모티브의 새 법인인 카디널 원 모터스, 국내 전기버스 전문업체 에디슨모터스, 전기 스쿠터 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전기차·배터리 제조사 이엘비앤티, 월드에너지, 인디(INDI) EV, 하이젠솔루션 등 9곳이다.
일단 국내외 9곳의 투자자가 인수 의향서를 제출하며 1차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실제 1조원대에 달하는 인수 자금 동원 능력과 사업 의지에 대한 의문은 지속 제기돼왔다. 인수 후보자의 자금 동원력에 계속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전이 SM그룹과 카디널 원 모터스, 에디슨모터스 등 '3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먼저 2010년 쌍용차가 매물로 나왔을 당시에도 관심을 보였던 SM그룹은 보유 현금이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전에도 자체 보유 자금을 활용해 인수 대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인수 후 자동차 부품 계열사 남선알미늄 등과의 시너지를 키워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이 목표다.
카디널 원 모터스는 인수 후 쌍용차의 SUV와 픽업트럭 등으로 북미 진출을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 전기버스 1위 기업인 에디슨모터스는 개인 투자자 등으로부터 2700억원을 확보했고, 쎄미시스코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추가로 약 2500억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여기에 KCGI와 키스톤PE 등에게 나머지 자금을 투자받아 인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인수 후 글로벌 전기차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KCGI 강성부 대표는 "쌍용차는 최근까지도 3000~4000억원씩 적자가 이어진 기업"이라며, "과거 관행과 비즈니스 모델을 다 버리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에서 에디슨모터스가 적임자"라고 말했다.
또 이어 "전기차를 만들 때 보틀넥(병목현상)이 배터리, 차량용 반도체, 영구자석 등인데 이런 부분에서 평택은 기술 인력과 공급망 등 인프라가 잘 돼 있다"고 덧붙였다.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는 이달 말까지 예비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후 9월 중 인수 제안서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본 실사와 투자계약 등 수순을 밟게 된다.
당초 인수전의 뚜껑을 열기 전에는 쌍용차의 청산가치(9820억원)가 계속기업가치(6200억원) 보다 높게 매겨진 데다 마땅히 경쟁력 있는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 실패가 우려됐다. 하지만 쌍용차가 최근 자구안과 미래 비전을 잇달아 제시하면서 첫 관문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흥행 보다 중요한 것은 300여개 중소 협력사를 포함한 일자리 문제와 지역 경제에 대한 타격 등이 달려있는 만큼 성공적 회생을 위해서 안정적 투자자 확보가 먼저다. 인수에 필요한 대금과 급변하는 미래차 산업 대응 그리고 경영 정상화까지 막대한 추가 투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수 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실제 자금 동원력과 향후 투자 의지 등 쌍용차를 인수할만한 능력이 있는지 철저한 검증을 거쳐 과거의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