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혜선 "현재의 사랑으로 인내를 배우고 있어요"
배우라는 단어 속에 한정할 수 없어, 직접 물었다. 구혜선은 답했다.
"쑥스럽지만…이제는 예술가 즉 아티스트였으면 해요.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정답이 없는 삶의 시간들을 표현하는 것을 지향하고 또 해나가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여서 '예술'은 그런 의미로써 의미가 있다고 봐요."
지난 해 9월 발매한 피아노 뉴에이지 앨범 '숨3'에 이어, '아티스트 구혜선'이 네 번째 앨범을 공개했다. '숨4'는 구혜선이 작곡했던 기존에 발매된 가요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재해석하여 제작한 앨범이다.
‘숨4’는 ‘삶과 죽음(death)’을 주제로 재해석하여 제작한 앨범이다. 구혜선은 직접 앨범의 주제에 대해 “삶과 죽음의 의미는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라며 “저와 같이,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아픔을 겪으셨던 분들이 이 음악을 통해서 그 경계를 화해시키고 용서하길. 또 그런 쉼을 가지시길 바라요”라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전했다.
타이틀곡인 '행복했을까'에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반려견 순대에 대한 마음이 담겼다. 구혜선은 "그 아이는 나와 함께 했던 시간 동안 행복했을까?, 언제가 가장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며 작업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반려견이 시한부 판정을 받아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느꼈어요. 시간에 쫓겨 감정을 몰아붙이게 되니 어쩌면 감정이 격해질 수 있었는데요. 그래서 생각을 바꿔 '나는 미래에서 왔다. 너를 만나기 위해 왔다.로 마음을 가라앉혔어요. 그러니 잔잔하게 영감이 왔어요."
'숨3'을 함께 만든 최인영 프로듀서와 '숨4'의 작업도 함께했다. 두 사람의 작업은 모두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다. 구혜선은 "새벽에 작업한 내용의 메일을 보내면 서로서로 즉각 답변을 주고받는 상황이 재밌었어요. 역시 우리는 이 시간에 안 자는구나. 참 예민한 사람들이라며 덕담을 주고받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음악으로 대중과의 만남을 앞두고, 구혜선은 '수미산장'에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기도 했다. 특히 "실패를 꼐속하다보니, 실패도 생각보다 성공적이었다"는 말은 대중이 아는 구혜선의 결혼과 이혼 등의 개인사를 떠오르게 하며 마음에 박혔다.
"처음 실패는 큰 좌절을 겪게 해요. 그런데 계속하여 실패하다 보면 실패가 대수롭지 않아져요. 그로써 절망은 사라졌고 기대하지 않으니 되려 희망만 피어나길래 '실패가 참 성공적이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던 것 같아요. 뭘 시도해도 잃을 게 없고 두렵지 않고 괜찮았어요. 반대로 성공이 계속되면 지킬게 많아져서 두렵거든요. '인생은 공평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현재 사랑을 하고 있다.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구혜선도 '사랑'을 통해 변화를 맞게된 지점이 있을까.
"현재의 사랑으로 변화한 것은 인내를 배우고 있어요. 내 감정을 잘 다스리고 있고 바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변화된 부분인 것 같아요. 사랑하는 상대의 언어와 상황을 이해하고 있어요."
최근 가장 행복했던 순간도 '사랑'과 연결돼 있다. 구혜선은 어는 날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친구에게 고백을 했다. 그 말을 들은 친구는 구혜선에게 꽃다발을 만들어주면서 '그 사람에게 선물하라'고 했다.
"그 친구를 보는데 소녀같이 순수해서 참 행복했어요. 저는 그 친구가 시키는 대로 했고요."
웃음을 덧붙이는 구혜선이다. 연기부터 연출, 그림, 음악, 글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오는 3월 20일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서태지의 lyrics 아래로 구혜선의 newage'라는 타이틀의 전시가 진행된다. 가수 서태지의 음악 17곡을 오마주해 구혜선의 섬세화와 뉴에이지 음악을 융합한 콜라주 형태의 전시다. 구혜선은 지금 어떤 기분일까. 한곡으로 표현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곡으로 표현하면 'fly again'이죠. 다시 날고 있어서요. 다시 비행이 시작되었다는 의미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