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프리미엄 럭셔리 SUV 기준 제시하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LWB'
지난해 6월, 출시 50주년을 맞은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를 만났다. 레인지로버는 1970년 세계 최초로 럭셔리 SUV의 콘셉트를 제시하며 등장한 후 럭셔리 자동차 시장의 품격과 가치를 대변해온 역사적인 모델로 평가받는다. 랜드로버 특유의 온로드 및 오프로드 주행 능력은 물론,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는 최고급 소재를 대거 적용한 모델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2열을 강조한 2020년형 레인지로버 5.0SC 오토바이오그래피 롱 휠 베이스(LWB)다. 외관은 실루엣 만으로도 어디서나 눈길을 사로잡으며, 시대를 대변하는 현대적인 디테일을 자랑한다. 유니크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곳곳에 적용된 아틀라스 피니시로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한 장의 알루미늄 판으로 제작된 클램셸 보닛은 더욱 부드럽고 길게 연장돼 기품을 느끼게 한다. 측면부에는 브라이트 크롬 인서트가 적용된 바디컬러 사이드 벤트 그래픽과 21인치 알로이 휠, 그리고 랜드로버 브랜딩이 적용된 블랙 브레이크 캘리퍼가 적용돼 존재감을 더욱 강조했다.
실내는 럭셔리 SUV답게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스크린은 해상도와 확대/축소 및 터치 반응 속도가 뛰어나다. 공조 장치 및 드라이브 모드 조작을 위한 버튼은 터치식이라 조작이 편리하다. 디지털 계기판은 여러 주행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시인성도 뛰어나다. 또한, 다채롭게 구성을 바꿀 수 있다. 오른쪽에는 내비게이션 지도도 표시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 너머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있어 운전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안전 운전을 돕는다.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도 좋다. 직관성을 높인 스티어링 휠 버튼과 공조 장치 및 드라이브 모드 조작을 위한 대부분의 버튼을 정전식으로 적용했으며, 버튼들은 주요 기능으로만 구성해 운전 중에도 손쉽게 조작이 가능하다. 두툼한 시트는 최고급 세미-아날린 가죽을 적용해 착좌감이 뛰어나고 조절은 자동이라 편리하다. 센터콘솔은 두 공간으로 이뤄졌다. 앞부분은 500ml 4개가 들어가는 정도의 크기이며 냉장 기능도 적용됐다. 뒷부분은 꽤 큰 크기의 보관함이 있어 여러 물품을 수납할 수 있다. 실내 곳곳에 적용된 손바느질 느낌의 스티치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한층 더해준다.
1·2열 시트는 기울기 각도가 커졌으며, 마사지 기능이 있어 장거리 여행 시 유용하다. 특히 2열은 이그제큐티브 클래스 시트가 장착돼 진정한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으며, 성인이 탑승하면 레그룸과 헤드룸이 아주 넉넉하다. 2열 오른쪽은 사장님 자리로 원터치로 가장 편한 자세를 제공한다. 1.2m가 넘는 레그룸은 쇼퍼드리븐이 가능하다. 40도까지 젖혀지는 파워 리클라이닝 기능, 발과 다리 받침대, 암레스트 등은 자동이라 편리하다. 밑부분은 평평해 공간이 더 넓게 보이게 한다.
HD 화질을 지원하는 모니터는 8인치에서 10.2인치로 커졌다. USB 3.0(충전 기능 포함), HDMI, HDMI/MHL 포트 등 다양한 외부 연결을 지원하며, 스크린을 통해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설정하는 등 독립적인 원격 조정이 가능하다. 승하차 시에는 편이성을 위해 차 문을 열면 발판이 자동으로 움직여 편리하다. 2열 차 문도 다른 모델 보다 커 승하차 시 편하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694리터이며, 버튼을 이용해 자동으로 2열을 접으면 1908리터로 늘어나 레포츠 용품이나 캠핑 용품 등을 넣을 수 있다. 리어 에어 서스펜션도 적용돼 버튼으로 높낮이를 조절, 물건을 싣고 내릴 수 있어 편리하다. 전자동 트렁크 문은 상하로 열리며, 아래쪽은 걸터앉을 수 있어 아웃도어 활동 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2020년형 레인지로버 5.0SC 오토바이오그래피 롱 휠 베이스(LWB)는 5.0리터 V8 수퍼차저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최고출력 525마력, 최대토크 63.8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5.5초이며, 최고속도는 시속 225km이다. 복합 연비는 5.6km/ℓ(도심: 4.7km/ℓ, 고속도로: 7.5km/ℓ)이다.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 잠실에서 용인서울고속도로를 타고 용인 수지를 돌아오는 코스로 시승했다. 운전을 위해 탑승해보니 시트가 몸을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감싸준다. 일반적인 차량과 다른 두툼한 시트는 마치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느낌을 준다. 이후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역시 가솔린 엔진이라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이 거의 없어 조용하다. 이중 접합 유리도 적용돼 더 정숙하다.
천천히 주행을 시작했다. 주행해보니 시속 60~80km 정도의 속도에서 진동과 소음이 거의 없으며 승차감도 부드럽고 편안하다. 2680kg에 달하는 거구지만 가속페달을 밟으면 가볍게 밀어내 가속도 매끄럽다. 이후 곡선 주로에서는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 없이 잘 잡아주어 안정적이다. 오르막길에서도 힘이 더디지 않게 올라가며 요철을 넘을 때는 서스펜션이 충격을 잘 흡수해 불편함이 없다.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진입해서 주행해보니 시속 80~100km까지 가속 페달을 밟으면 힘 있게 나간다. 진동과 소음도 적고 스티어링 휠도 묵직해 안정적이다. 코너에서는 서스펜션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시켜 주어 언더스티어가 거의 나지 않는다. 특히 주행 모드를 S 모드로 선택하고 시속 100km 이상으로 주행해보니 엔진음은 더 날카로워지고, 속도도 거침없이 올라간다. 서스펜션은 더 단단해지고 브레이크도 더 민첩하게 반응해 고속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한다. 시속 100km 이상 고속에서도 힘이 부족하지 않다. 스티어링 휠의 조향감은 만족스럽다. 제동 감각은 자연스럽고, 급제동 때에는 반듯한 자세를 유지한다. 고속에서도 플래그십에 걸맞은 안락함과 편안함은 항시 유지한다.
능동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경험했다. 스톱&고 기능이 있는 만큼 첨단 레이더 기술을 바탕으로 앞차의 속도를 파악하며 교통 정체로 인해 주행이 멈출 경우 완전히 정차한다. 스티어링 어시스트 기능도 추가돼 차선을 이탈하면 조향 간섭을 통해 차량을 다시 차선 안쪽으로 유지시킨다. 이 기능은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을 때 작동하며, 최대 시속 200km의 속도까지 작동된다. 차선이 감지되지 않는 경우에는 시속 30km 미만의 속도에서 전방에 있는 차량을 따라 경로를 설정하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위험에 반응해 사고를 줄일 수 있도록 돕는 첨단 능동 안전 시스템인 긴급 제동 장치도 적용됐다. 이 장치는 충돌 위협이 임박한 경우 차량을 자동으로 제동하고 경고를 통해 위험을 알려준다. 차량 보호용의 경우 시속 5~80km, 보행자 보호를 위한 경우 시속 5~60km 범위 내 속도에서 작동한다.
랜드로버 모델답게 오프로드 성능도 뛰어나다. 노면의 상태를 자동으로 감지해 최적의 주행 모드를 설정해주는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은 에코, 컴포트, 스노우, 머드, 샌드 등 모드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자동 설정도 가능하다. 서스펜션의 높이, 엔진 응답성, 트랙션 컨트롤 개입 등도 조정 가능하다. 운전자는 모드를 선택하면 스티어링 휠과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만 섬세하게 다루면 된다. 또한, 도강(강을 건널 수 있는 능력)은 최대 900mm까지 가능하고, 지상고는 최대 80mm까지 높일 수 있다.
2020년형 레인지로버 5.0SC 오토바이오그래피 롱 휠 베이스(LWB)의 부가세 포함한 판매 가격은 2억4427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