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세영 "현재를 절박하게 살아야 할 이유를 알려준 '카이로스'"
"'한애리'라는 씩씩하고 용감한 친구를 남겨줬어요. 현재를 조금 더 소중하고 절박하게 살아갈 이유에 대해 되새길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팔색조'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배우 이세영이 '카이로스'를 통해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극 중 이세영은 공무원 준비생이자 엄마의 심장병을 고쳐주겠다는 목표를 가진 '한애리' 역을 맡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생활하던 한애리는 어느 날부터인가 밤 10시 33분이 되면 한 달 후의 남자 김서진과 통화를 할 수 있게 된다.
이세영은 전작 '메모리스트'에서 프로파일러, '의사요한'에선 의사, '왕이 된 남자' 속 세자빈까지, 선한 얼굴로 다채로운 캐릭터를 그려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꾸밈없는 이 시대의 공시생으로 변신했다.
작품이 타임크로싱이라는 판타지적 소재를 다룬 만큼, 이세영의 또 다른 얼굴이 궁금했다. 연기 경력이 상당한 그는 이번에도 탄탄한 연기력으로 작품의 중심을 잡았다.
"대본이 굉장히 흡인력이 있었어요. 전체적인 이야기도 매력적이었고,'한애리'라는 캐릭터가 여러 면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요소들이 있었어요"
"'카이로스'가 새롭다고 느꼈던 요소는 한 달이라는 시간의 차이였어요. 서진과 애리 사이 놓인 시간이 짧아서 원인과 결과가 빠르게 드러나고 두 사람이 공조할 때 시너지가 즉각적으로 난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어요"
생소한 장르에 나선 만큼 준비도 철저했다. 그는 "서사가 촘촘하게 끌고 나가는 극이니까 인물이 돋보이기보다는 극 안에서 자연스럽게 호흡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세영이라는 배우에 익숙해졌을 시청자분들께 애리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더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애리' 그 자체로 보여지고 싶었던 것.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한애리에 녹아들기 위해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그 덕에 현실감 있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드라마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숏컷도 도전의 한 부분이었다. 등산화를 신는 디테일은 배우가 직접 제안했다. 제작진의 만류에도 밀어붙였다. 한애리라면 그랬을 것 같아서다.
"작은 부분이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 장면에서는 등산화를 신는 등 생활감이 느껴지는 디테일에 신경을 썼어요. 편의점에서 물건을 옮기고 하다 보면 발을 다칠 수 있어서 실제로 등산화를 신어야겠더라고요. 스태프들 반대가 심했는데 '진짜 애리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마음으로 다가갔어요"
"공무원 준비가 쉽게 대충 준비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제 외적인 모습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냥 상투적으로 표현하면 보시는 분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애리라면 머리 말리는 시간도 아끼려고 짧은 헤어스타일을 고집할 것 같았어요. 의상도 마찬가지예요. 애리 의상이 실제로 소지품이 엄청 많이 들어가서 실용적이고 편하거든요"
아역으로 시작해 인생의 대부분을 배우로 살았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국민적 사랑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매 작품 신선한 모습으로 대중을 만나고 있다. 이런 열일 행보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제게 많은 기회가 주어질 때 지레 겁먹지 않고 도전해보려고 해요. 최대한 많은 캐릭터들을 만나보고 부딪혀보고 스펙트럼을 넓혀보고 싶은 직업적인 욕심이죠. 제가 연기를 해온 시간과 경험에 비례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정통 액션이나 코미디를 해 보고 싶고, 조금이라도 제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캐릭터를 선보이고 싶어요"
올해 스물아홉, 며칠 후면 서른이 되는 소감도 궁금했다. 20대를 온전히 배우 이세영으로 채운 그에게 20대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
"제가 나이에 덤덤한 편인 것 같아요. 20대는 열심히 살았다고 기억할 것 같고, 20대보다 나은 30대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이에요. 근데 이건 20대, 30대의 차이가 아니라 늘 하는 생각이거든요. 올해보다 조금 더 나은 한 해를 맞이하고 싶고, 항상 내일이 오늘보다 나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