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한호 교수 “펜데믹 시대, ‘3+2’ 모델로 생산성과 수익성 높여 식량위기 대응”
전 세계적으로 농업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농업은 더 이상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농업도 인력을 대체하는 농기계의 보급의 차원을 넘어서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빅데이터, 드론 등 4차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을 적극 도입하여,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본원적인 역할을 넘어 에너지, 바이오, 의약 등 첨단 고부가 가치 산업의 소재로 이용되면서 산업적 중요성은 높아졌다. 이제 더이상 기술혁명 시대의 낙오자가 아니라 21세기의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고부가가치의 성장산업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농업에 첨단기술을 도입한 산업을 애그리테크(Agritech)라고 부른다. 애그리테크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의 합성어로 첨단기술의 도입을 통해 농업의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비즈니스를 의미한다. 많은 학자들은 애그리테크의 구축이 농업을 이끌어갈 원동력이며, 미래를 책임지는 역할을 할 것이라 전망한다. 디지털 농업, 스마트 농업, 스마트팜 등 다양한 명칭으로 세세하게 구분 짓지만 크게는 모두 애그리테크 산업에 속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 상황과 기후변화로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각 국가별 식량 자급률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 시키는 애그리테크 도입에 대한 움직임도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에게 글로벌 국가의 식량안보와 애그리테크의 도입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펜데믹과 기후변화로 식량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이 증대 됐다. 이에 주요 국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A: 최근 현상과는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식량안보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 방법의 유형을 살펴보자면 3가지 종류가 있다. 주요 국가 살펴본다면 미국, 중국, 일본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미국은 시장을 중심으로 가게 식량안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국가 전체 차원의 식량안보 보다는 기업농에서 가정농의 다양화를 추구하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하는 취약계층의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의 취약계층 원제도를 잘 활용하여 식량안보를 지키고 있다.
중국은 인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국가 식량안보를 굉장히 강조하는 편이다. 국내 자본으로는 식량 공급이 해결이 안된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파악했기 때문에 해외 농업식품 자산 획득 전략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해외의 대규모 농업관련 기업 또는 농장을 인수하여 경영에 직접 관여해 식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 소재의 세계 최대 육가공회사인 ‘스미스 필드 푸즈(Smithfield Foods)’를 인수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일본의 무역회사를 중심으로 해외곡물 유통업을 굉장히 크게 키웠다. 이로써 국제 곡물 유통분야에서 자리를 잡았고, 민간기업이 세계적인 곡물유통 기업으로 활동 중이다.
펜데믹과 기후변화의 심각한 타격을 받는 국가는 개발도상국이다. 식량안보에 주요 영향을 미치는 농산물은 곡물인데, 곡물은 생산에서부터 유통, 저장, 분배까지의 주요 수출국 대부분이 농업 기계화가 잘되어 있어 코로나19 영향을 적게 받는다. 팬데믹으로 농업 생산이 위축되는 건 주로 노동집약적 농업을 하는 개발도상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Q. 애그리테크가 식량안보의 대처방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할 것이라 생각하는지?
A: 애그리테크 중 식량안보와 연관된 기술은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이다. 농업은 프라이머리 애그리컬쳐(Primary Agriculture)와 스페셜티 애그리컬쳐(Specialty agriculture)로 구분할 수 있다. 프라이머리 애그리컬쳐는 대규모의 곡물을 생산하는 벼, 밀, 보리 등 대량으로 생산돼 주식이 되어 식량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농작물을 말하고, 스페셜티 애그리컬쳐는 야채, 과일, 원예 등을 의미하며 이들은 아직까지 식량안보와는 큰 영향이 없다. 식량안보는 프라이머리 애그리컬쳐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데, 애그리테크의 한 분야인 정밀농업을 통해 이런 작물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량도 대폭 증가시킬수 있다.
예를 들어, 한 농가가 수 만평의 토지를 경영할 경우, 같은 농장이더라도 위치에 따라 가지고 있는 토양의 질과 주변 환경이 다를 수 있다. 이런 부분은 드론과 인공위성으로 촬영하여 분석하고, 저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IoT 기술을 이용해 트랙터가 정보를 받아서 데이터에 맞게 작물을 관리하여 생산성을 높여줄 수 있다. 이러한 정밀농업이 방대한 농장에 적용되면서 생산성을 증대 시켜 식량안보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Q. 애그리테크를 통해 식량안보 및 농업경제에서 효과를 보고 있는 주요국가는?
A: 농업경제에서 큰 효과를 보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가 네델란드이다. 네델란드는 애그리테크 기술에 투자를 거듭해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이 분야에서는 국제적인 표준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이다. 자신들이 새롭게 개발한 농업기술을 표준화 시켜 이에 대한 모형을 만들고, 이러한 표준을 수출한다. 수출 단계에서 수입국이 기술을 운영할 수 있도록 컨설팅한다. 이로써 농작물 수출, 설비수출, 컨설팅 수출까지 1차부터 3산업을 수출하는 것이다.
Q. 구글, 아마존, LG화학, 네이버 등 대기업이 애그리테크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거대기업의 농업에 대한 투자가 농업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A: 기업이 수익이 된다고 바라보는 곳에 투자를 막는 것은 미래에 좋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기존의 농민의 생업과 관련되기 때문에 여러 관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여기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3+2’ 모델이다. 이 모델은 3에 속하는 자본, 기술, 시장을 기업이 담당하고, 2에 속하는 토지, 노동을 기존의 농민이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농업도 이제는 첨단기술이 적용되는 애그리테크를 접목해야 하는데, 자본이 투입되는 R&D 통한 기술 개발과 이 기술을 시장에 산업화 시키는 것은 기업이 아니면 하기 어려운 분야다. 하지만 이것을 적용하기 위해선 농민의 토지와 노동을 필수적으로 요하기 때문에 양쪽이 가진 것을 적절히 융합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 필요하다.
몇 해전 LG가 새만금산업단지에 스마트팜 단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농민들의 반발로 진행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이 경우 기업이 급하게 일을 추진하다 보니 발생한 것인데, 긴 호흡으로 지역농민과 협력하여 조정하는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여기에 정부도 양쪽이 서로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이끌어줘야 한다.
Q. 도시를 중심으로 생겨나는 스마트팜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A: 현재는 도시를 중심으로 생긴 스마트팜에서 생산하는 작물은 상추, 샐러리 등의 채소를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R&D를 통해 고부가가치의 식물을 재배해야 수익성이 생길 것으로 본다. 약재, 건강기능식품, 고급 화장품의 추출물로 사용 가능한 새로운 바이오 메터리얼(Bio Material)을 생산하는 쪽으로 전환되는 생물 소재산업이 되어야 한다.
Q. 애그리테크는 도입 단계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데,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최근 추진하는 정부의 정책은 일자리 창출에 추첨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물론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생산측면으로만 접근하다보면 장기간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디지털 농업을 도입해 재배기술과 생산기술을 현대화 시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종자이다. 농업의 기초인 종자 단계부터 개발이 필요하다. 디지털 혁명에 대응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종자를 개발해야한다. 신기술이 발명이 되어지면 신기술에 맞는 효율적인 종자의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Q. 우리나라의 애그리테크의 발전과 농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조언을 한다면?
A: 농업은 장기간을 두고 R&D 개발에 힘써야하는 산업이다. 예를 들면, 종자를 하나 개발하더라도 다른 제조업의 제품보다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AI, ICT 등의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생명체에 적용이 되어야하기 때문에 기술을 온전히 개발하는데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정책을 펼치는 정부나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도 이런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농업에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