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 인터뷰 / 사진: 위에화엔터테인먼트, JTBC 제공

"뭐든 간에 항상 선택에 기로에 서 있는 것 같아요. 뭘 선택하든 후회는 남잖아요. 덜 후회할 것 같은 걸 선택해야 한다고 배웠어요. 저는 후회는 하지만 미련은 갖지 않아요. 그래서 더 행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데뷔 3년 만에 주연 자리를 꿰찬 이도현이 베테랑 배우도 쉽지 않은 2인 1역 연기를 소화했다. 20대의 나이에 쉽지 않은, 아버지이자 남편 역에도 이질감 없는 연기를 선보인 이도현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도현은 후회를 할지라도 미련을 남겨두지 않는다고 했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된 배우였다.

이도현은 지난주 종영한 JTBC '18 어게인'에서 첫 주연으로 나섰다. 극 중 이도현은 이혼 직전에 18년 전 리즈시절로 돌아간 남편 '홍대영'을 연기했다. 마법처럼 18세가 된 홍대영은 '고우영'이라는 이름으로 새 삶을 찾으려 하지만 자신이 몰랐던 가족들의 고충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아빠이자 남편인 '홍대영'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윤상현과 2인 1역을 연기한 그는 혼전임신으로 꿈을 포기하고 가장이 되어야 했던 1020 시절의 모습부터 완연한 아저씨가 된 30대의 모습을 섬세한 면면으로 표현했다.

선배 김하늘과는 로맨스를, 윤상현과는 2인 1역을 연기한 만큼 부담감도 컸을 터. "부담감이 많았다"고 말한 이도현은 홍대영 이전에 윤상현에게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윤상현의 디테일한 면모를 체득하는 것이야말로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중요한 지점이었던 것.

"1부에서 몸이 어려지고 나서 첫 등장을 하는데, 그때 모습이 시청자분들한테 윤상현 선배님처럼 보이지 않으면 큰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윤상현 선배님께서도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어쨌든 홍대영이라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선배님이 읽으신 걸 녹음해서 보내주시면 저는 들으면서 따라 하고, 또 제 색깔도 입히고 했어요. 캐릭터를 관찰했다기보다는 윤상현 선배님을 관찰하고 캐치하려고 했죠. 그래야만 어떻게 해서든 중점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윤상현의 면모를 많이 캐치한 탓일까. 이도현은 8개월의 촬영 기간 동안 '실제로도 윤상현스러워졌다'고 했다. 평소에는 음식 주문도 잘 못 하던 소심한 청년이 어느새 너스레를 떨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제가 평소에 어디 가서 소리쳐본 적도 없고, 음식 주문도 잘 못 하는 성격이에요. 목소리가 큰 편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다른 분들께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잘 말을 못 해요. 선배님을 많이 관찰하다 보니 톤 자체도 높으시고, 촬영할 때 제가 못했던 걸 해서 한편으로는 통쾌하기도 했어요"

"잔소리가 많아졌어요. 선배님이 잔소리가 많으시다기보다는 장난으로 궁시렁궁시렁하시거든요. 그런 것 때문에 현장 분위기가 좋았어요. 선배님이 오시면 하하호호 웃게 돼요. 저도 괜히 장난을 치게 돼요"

극 중 윤상현과 이도현이 교차하는 신이 많았다. 감정 초반 부분을 이도현이 연기했다면 보다 깊은 감정은 윤상현이 받아냈다.

"아버지로서 표현해야 하는 부분들은 (윤상현 선배님과) 교차 지점이 있어요. 제가 분석하더라도 한계가 있고, 윤상현 선배님은 실제 아버지시니까 그 마음에 비하는 저는 새발의 피가 안되기 때문에 교차로 찍었어요"

"편집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실제로 후다닥 바꾸는 적도 많았어요. 카메라가 움직일 때 저는 쪼그리고 있고, 선배님이 아무렇지 않게 나와서 연기하고 그런 게 재밌더라고요. 선배님이 힘드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게, 저는 앞의 감정을 연기하지만 선배님은 제 감정을 받아서 극대화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후다닥 와서 연기를 하시는데도 잘 소화하시는 걸 보고 '연륜은 연륜이구나. 대단하다. 어떻게 저렇게 하시지'하는 존경심도 생겼어요"

18살 때 모습으로 돌아간 홍대영은 아내 정다정(김하늘)의 곁을 맴돌았다. 정체를 숨겨야했기에 아내에게 직진할 수는 없었다. 극 후반부에 다다라서야 아내에 대한 사랑을 참지 못하고 정체를 고백, 본격적인 로맨스 호흡을 선보였다. 또래 배우도 아닌 연상 선배와의 러브신은 어땠을까.

"김하늘 선배님께서 정말 많이 이끌어주셨어요. 키스를 이끌어주셨다 그런 것보다 '이렇게 하면 남편처럼 느껴질 것 같아', '이렇게 하면 더 설렐 것 같아' 이런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저는 사실 백 퍼센트 알 수 없는 감정이고, 누나는 실제 남편이 있으시니까 그런 부분을 채워주셨어요. 덕분에 수월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어요"

이도현은 18세 시절 홍대영일 때 한소은과, 고우영으로서는 김하늘과 로맨스 신을 선보였다. 같은 모습으로 두 시대의 홍대영을 연기해야 했다. 자칫 잘못하면 하나의 캐릭터처럼 보일 법도 했다. 어떤 점에 차별점을 뒀는지 물었다.

"어린 대영 역할을 할 때는 표현을 더 많이 하려고 했어요. 직설적으로 말투나 표정이나 '진짜 사랑해. 진심이야'라는 마음으로 다가갔다면, 어른으로서 할 때는 숨기면서 츤데레적인 느낌으로 다가가려고 했어요. 어쨌든 외형은 고우영이라 들키면 안 된다는 마음이 있으니까 챙겨주더라도 티 나지 않게 하려고 차별성을 뒀어요. 이 부분이 어렵기도 했죠. 어린 대영이랑 고우영이 비슷해 보이면 '왜 십대 때랑 삼십대 때랑 똑같아?'하는 말이 나오면 정말 민폐잖아요. 그런 말이 나오지 않게 준비를 많이 했어요"

이도현은 인터뷰 내내 능숙한 말솜씨로 인터뷰에 응했다. 차분하면서도 똑 부러진 말투로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표현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연신 편안한 미소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18 어게인'에서는 까칠한 면면도 보여줬지만, 실제로 만난 이도현은 부드러운 인상이 강했다.

"저는 학창 시절에 지금 같지 않았어요. 지금은 잘 웃고 하는데 이전에는 무표정으로 다녔거든요. 이렇게 웃게 된 게 '서른이지만 열일곱' 이후부터예요. 그때 캐릭터가 티 없이 해맑아서 항상 웃고 다녔거든요. 오히려 고등학생 때는 사나워 보이고,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얼굴을 하고 있어서 인기라는 걸 못 느꼈어요. 저를 신비로운 게 아니라 예민한 애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어려운 연기였던 만큼 배운 점도 많았다. 이도현은 '18 어게인' 덕에 "다양한 감정선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람 이도현이 겪지 못한 일을 '홍대영'으로서 경험하며 배움도 얻었고 가치관의 변화도 겪었다.

"십대부터 서른일곱까지를 연기하다 보니 10대, 20대, 30대의 소중함과 설렘, 아쉬움들이 다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기분도 다르고요. 물론 제가 30대는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간접적으로라도 다르다는 걸 경험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하죠"

"가치관이 달라진 게, 원래 아이를 낳으면 '외국 마인드로 자유롭게 키워야지' 했어요. '하고 싶은 거 다 지원해줄게' 하는 마음이었는데, 작품 하면서 보수적으로 바뀌었어요. '외출할 때 허락받고 나가', '알바도 말하고 해야지', '돈이 필요하면 말을 해' 등등요. 다 걱정에서 나오는 말이잖아요. 딸이 있다면 몇 살이던지 간에, 아무리 어려도 다른 남자 손을 잡는다면 예민해질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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