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가예' 지수 "사연 많은 캐릭터? 내가 불쌍하게 생겼나 싶었죠"
풋풋했던 소년이 애틋하다 못해 애닳는 사랑의 중심에 섰다. MBC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속 지수는 형의 여자가 된 학창 시절 교생을 짝사랑하는 인물로 등장, 매회 풍부해지는 감정 연기로 안방극장을 매료했다.
'내가예' 종영 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지수를 만났다. 극까지 끌어올리는 감정신이 많았던바, 촬영을 마친 지수는 한결 편해진 모습이었다. 자리에 앉자 "너무 후련하다"고 말한 지수는 "어렵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던 터라 끝나고 되게 편해졌다"고 운을 뗐다. 이어 "초반부에는 그래도 좀 힐링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양평 날씨가 좋아서 자연도 보고, 자전거도 타고 그랬는데, (환이가) 성인이 된 후부터는 심적으로 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서환은 형의 여자를 사랑하는 캐릭터이면서, 가족에게도 상처가 있는 인물이다. 그간 출연작에서도 사연 있는 캐릭터를 선보였던 그는 "'내가 좀 불쌍하게 생겼나?'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며 "저는 자꾸 사연이 있더라. 어찌 됐든 작품이나 역할을 볼 때 그런 인물들이 더 마음이 간다"고 전했다.
지수는 서환을 통해 그간의 연기 생활에서 겪지 못한 여러 장애물 앞에 섰다.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에 놓였고, 가족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해야 했고, 학생에서 성인이 되는 인물의 변화를 이질감 없이 소화해야 했다. 스스로에게도 도전이었을 터다.
"옷에 따라 변하는 게 있는데, 교복을 입으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순수해진다. 성인으로 가면서 시각적인 부분에 차이점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감독님이 '어른 때는 내면의 단단함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런 걸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연기할 때 항상 부담이 됐다. 어떤 감정 신을 할 때도 아직 제가 막 여유가 있고 그러지 못해서 항상 예민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좀 힘들었다. 한 신 끝내면 '끝났구나' 안도했는데, 대본 보면 (감정신이) 또 있으니까 매회 산을 넘는 기분이었다"
힘든 길인 걸 알면서 부딪힌 지수는 "부담감은 뭘 해도 항상 있었다. 이번에는 부담감 플러스 책임감이 있었다. 그건 당연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당연히 어떤 작품을 하든 (부담감)이 동반할 테니까. 그저 잘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고 말했다.
'내가예'의 오경훈 감독은 그런 지수를 "급성장한 배우"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지수는 스스로에겐 엄격했다. "아직 좀 아쉬움이 많을 때다. 한 신 한 신 할 때마다 연출자가 만족을 하셨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를) 보면서 아쉬움이 남는다"며 "그런 아쉬움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럴 땐 이렇게 할 걸, 저렇게 할 걸 그런 사소한 것들이 쌓였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수는 자신보다 연기 경력이 풍부한 임수향, 하석진 등 선배 배우들과의 연기가 곧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 이런 거야' 이렇게 가르침을 받는 게 아니니까 제가 보면서 배웠다. (선배들이) '저럴 땐 저렇게 하시는구나. 저렇게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걸 보면서 배운 것 같다"고 회상했다.
상대 역인 임수향, 형제이자 라이벌 하석진과의 케미도 궁금했다. 지수는 "수향 누나이자 선배님과 감정신이 많았는데, 너무 잘해주시니 저도 몰입이 쫙쫙 됐던 것 같다. 연기할 때 상대방의 대사나 감정들을 받아서 연기하니까, 제가 잘 느껴지면 그만큼 잘 전달할 수 있다. 그런 호흡이 개인적으로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시청자분들이 '그게 하고 싶어요. 내 인생 망치는 거' 부분을 좋아해 주셨었는데, 좋게 봐주시니 저에게도 인상 깊은 신이 됐다"고 덧붙였다.
'앵그리맘'으로 데뷔한 후 5년을 쉼 없이 달렸다. 빠르게 주연배우로 성장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뿌듯하면서도 책임감이 커진다. 어쨌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 배우로서는 기분 좋은 일이다. 한 작품에서 메인 롤을 맡아서 연기한다는 건 더없이 좋은 일이고, 그만큼 더 잘하기면 하면 더더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성장캐'임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그는 책임감이 더해질수록 고민도 깊어졌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계속 경험들이 쌓이는 것 같다. 그게 얼마나 드러날지 모르겠지만, 경험이 계속 쌓이면서 익숙해지는 것들이 있다. 되려 초반에는 어떤 고민 없이 연기했던 것 같은데, 갈수록 (연기가) 어려워졌다. 고민도 많아지고 어렵기도 하고, 알아가면 갈수록 '이렇게 하다 보면 나도 십 오 년 후쯤에는 여유가 생기려나' 싶기도 하다. 그때 쯤이면 여유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연기를 하려면 엄청난 숙련치가 쌓여야하겠다. 선배님들 인터뷰를 종종 보면 '아 이게 정말 정복할 수 없는 분야인가보다' 싶기도 하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것 같다"
"제가 오버하는 걸 수도 있는데, 배우라는 직업이 크게 확장해서 이야기하면 많은 걸 누려볼 수 있는 한 삶을 사는 기회가 된다. 일을 하면서 동시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한 삶을 누리기에 축복받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을 만나고, 여러 인물을 경험해볼 수 있어서 좋은 직업인 것 같다"
지수는 거창한 수식어보다 그저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말이 듣고 싶다고 했다. 모든 배우들이 꿈꾸는 말이지만, 듣기엔 쉽지 않은 말이다. 그는 "'이 작품 너무 좋았어요' 이런 말도 힘이 된다. 진심에서 느껴지는 말들. 나도 저런 작품의 일원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작품에 함께 하면서 이런 말을 들으면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무엇일지 궁금했다. 그는 "기본적인 거긴 한데, 좋은 작품을 많이 남기고 싶다. 정말 사람들이 오래 기억할만한 그런 작품 세 개는 남기고 싶다"며 "기한은 십 년이 될 수도 있고, 더 걸릴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수는 배우라는 직업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있었다. 매번 다른 얼굴로 살 수 있다는 것, 여러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게 좋다고 했다.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애정만큼은 어떤 배우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매 작품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새로운 모습에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