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동일, 딸들→이광수·박보검까지 따르는 이유? "너무 쉬운 답"
배우 성동일의 주변에는 사람이 많다. 배우 조인성, 이광수 등부터 배우 여진구, 뷔, 그리고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얻은 혜리, 고아라, 정은지등의 개딸과 '담보'를 통해 얻은 박소이, 하지원까지 딸들도 있다. '바퀴달린 집'을 따라 다니다보면, 전국 방방곡곡에서 성동일의 사람들을 만나볼 수도 있다. 그 비결이 뭘까. 성동일은 "너무 쉬운 답"이라고 했다.
영화 '담보'의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 28일 배우 성동일과 만났다. 성동일은 영화 '담보'에서 빚대신 데려온 9살 승이(박소이, 하지원)를 후배 종배(김희원)과 함께 키우게되는 두석 역을 맡았다. 믿고보는 성동일식 부성애가 담긴 영화가 바로 '담보'다.
"아이들이 자기들도 볼 수 있는 영화를 찍으면 안되겠냐고 했어요. 사실 저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 중에 아이들이 읽어도 되는 작품들은 숨기지 않고 테이블에 올려놔요. 그래서 '담보'는 아이들이 먼저 읽고 추천한 작품이에요. 재미있다고. 저희 집엔 텔레비전이 없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은 아빠가 어떤 연기를 하는지 몰라요. 아빠 엄마가 있는 너희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성동일의 아들 준이와 딸 빈이는 '담보'를 봤다. 아빠는 '너희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았으면'하는 마음이었지만, 아이들으니 시각은 달랐다. "아빠 연기 많이 늘었네"라며 "언제 대사를 다 외웠냐"고 물어보는 아이들이었다.
"승이를 보며 안쓰러웠죠. 저도 어려서 그런 경험을 해봤으니까요. 그래서 '담보'를 찍을 때는 오히려 아무 준비를 안 했고요, 아무 연기도 안했어요. 승이와 구조적인 역할만 버티고 가도 충분할거라 생각했어요. 눈물 연기를 할 만한데, 오히려 그 몫을 관객에게 주고 싶었어요. 눈물을 흘리면 오히려 다시 찍었어요. 눈물이 살짝 비치는 정도로만요. 촬영 할 때보다 '컷' 소리에 더 많이 눈물을 흘린 것 같아요."
tvN '응답하라' 시리즈 속 개딸들과 '담보' 속 박소이, 하지원까지 수많은 딸들이 성동일을 '아빠' 삼았다. 그 중 가장 힘든 딸은 누굴까.
"가장 힘든 딸은 역시 친딸이고요. 그 다음에 연기적으로 힘들었던 딸은 승이였죠. 친딸이라면 혼내고 하는데, 과연 양녀로 데려온 딸에게 친딸처럼 할 수 있겠냐는 거죠. 야단치고, 충고를 하려면, 일단 상대가 받아들이는 마음이 다를 테니까요. 제일 쉬운 딸은 어른 승이였죠. 나이도 있고, 말도 잘 듣고, 알아서 잘하고.(웃음)"
딸들 뿐만이 아니다. '바퀴달린 집'에 함께 했던 배우 김희원, 여진구나 배우 박보검,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뷔까지 선배 성동일을 찾는다. 나이 어린 배우들까지 따르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그건 초등학교만 나와도 알죠.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좋은 안주에 술 사주고. 후배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지 않아요. 살아온 게 다르잖아요. 라면만 해도, 끓이는 집에 따라 맛이 다 다른데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제일 좋은 선배는 '말을 잘 들어주는 선배'더라고요. 술값 잘내줘, 다 받아줘, 먹여주고 재워줘, 그러니 정이 있을 수밖에 없죠. 걔들도 답답하니 저를 찾겠죠. 제가 변호사도 아니고, 대통령도 아니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줄 수는 없겠죠. 하지만 적어도 들어줄 수는 있죠."
"우리 아이들도 그래요. 내가 얘기 안 들어주면, 안 놀아요. 내 가족이 싫어하는건, 남들이 세배 정도 더 싫어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너무 쉽게 답이 나와있어요."
성동일은 자신을 이 자리까지 있게 한 것은 가족 그리고 '사람'이라고 말한다. 작품 속 성동일을 보고 느꼈던 따스함의 이유이기도 하다.
"저는 누구보다 가족의 소중함을 잘 알아요. 평생 어떤 차를 가지고 싶어했던 사람은, 그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그 마음이 더 커요. 지금도 제일 행복할 때가 일 끝나고 집에 들어가서 잠든 아이들, 잠든 아내 얼굴 한번씩 보고나와서 담배 한 대 필 때예요. '내가 이 가족을 이루고, 이런 집에 살고 있구나' 생각해요."
"아이들이 있음으로서, 오늘 뭘 할지를 알아요. 가족은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죠. 힘들어도 움직이게 하고, 힘든 저를 안아주니까. 저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이들과 놀거나 영화보거나 여행을 떠나요. 밤 10시에도 나가요. 나가고 봐요."
"저는 주변에 사람을 많이 두어요. 제 연기에는 항상 모델이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한 모든 역할에 다 모델이 있어요. 주변에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냥 배우 성동일이 그 역할에 빙의해서 연기하는 건 절대 못 할 일이에요. 그 캐릭터가 저에게 들어오는 것 같아요. '응답하라' 이버지가 됐든, '담보'의 두석이가 됐든요. 사람에게 투자해야돼요. 사람이 미래가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