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이민정 "'한다다'는 오케스트라 같은 작품…완급조절 배울 수 있었죠"
이민정이 막장 없는 가족드라마 속에 따스히 녹아들었다. 극 초반부터 유산과 이혼을 겪었지만, 누구보다 완벽한 해피 엔딩을 맞은 '송나희'를 통해서다. 지난주 6개월간의 대장정을 끝낸 이민정의 종영 인터뷰를 서면으로 진행했다.
KBS 2TV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이하 '한다다') 속 이민정은 송家네 네 남매 중 둘째 딸로, 가장 현실적이고 시니컬한 성격의 소유자 '송나희'로 분했다. 소아과 의사이 나희는 '윤규진'(이상엽)과 캠퍼스 커플에서 동갑내기 부부가 됐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서 결국 감정의 골이 깊어져 이혼을 감행하는 인물이다. 부부 시절부터 이혼, 재결합에 이르기까지 티키타카를 선보인 두 사람은 '나규커플'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민정은 출연작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한다다'로 인생작을 경신했다. 방송 기간만 6개월, 촬영 기간까지 합치면 올 한 해를 오롯이 '한다다' 속 '송나희'로 살았던 그에게 종영 소감을 물었다. 이민정은 "오랜만에 긴 호흡의 촬영을 하다 보니 완급 조절과 건강관리를 해야 했다"며 "미니시리즈와 달리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지는 것들이 많아서 재밌기도 하고, 오랜 시간 해서 그런지 끝난 것 같지가 않다. 다시 세트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아쉬워했다.
이민정은 극 초반 아이를 가지려 노력하는 모습과, 부부관계-고부관계 등으로 고민하는 현실적인 캐릭터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도 아내, 엄마, 며느리로서 살고 있는 이민정에게의 모습이 '송나희'에게 얼마나 투영되어 있는지 물었다.
이민정은 "독설을 공격적으로 내뱉는 나희 같은 스타일은 아니지만, 완벽 하고자 하는 모습이나 자신의 속내를 남에게 드러내지 않으려는 모습 같은 부분에서는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실제 생활 속의 저는 사회적인 관계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남편의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아이의 친구들 엄마들과도 잘 지낸다"며 "기본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서 나희처럼 고집스럽지 않고 상대에게 감정을 표현할 때 둥글둥글하게 넘어가는 편안한 친구 같은 엄마이자 아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실제 고부관계에 대해서는 "저는 시어머니와 왕래도 잦고 편안하게 지낸다. 어떨 댄 친정엄마보다 시어머니가 저를 더 잘 알고 이해해 주실 때가 있기도 하다. 제가 일하는 것을 응원해주시는 든든한 지원군이시다"라며 "실제로 극 초반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이해가 안 됐을 때, 감독님께서 '실제 고부간 사이가 너무 좋아서 이해를 못 하는 거 같다'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송나희는 한 남자와 사랑, 이별, 재결합을 통해 해피엔딩을 이루는 캐릭터다. 한 명의 상대역에 여러 감정선을 연기해야 하는 것에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이민정은 "이혼했던 상대에게 다시 로맨스의 감정을 갖는다는 것이 처음에는 쉽게 공감되지 않았다"며 "규진이 힘들 때마다 챙기는 모습에서, 그녀(송나희) 안에 자신도 모르는 규진에 대한 사랑이 여전히 남아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적 주안점에 대해 "재결합하는 과정을 시청자분들께 설득시키고 공감하게 만들기에 나희의 감정이 너무 급진전되는 게 아닌가 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작가님께서 '가슴 한편에 숨겨왔던 부분을 서서히 알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나희는 처음에 아니라고 부정했던 것이 한순간에 깨지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그 지점을 생각하면서 변화하는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극 말미에는 재결합한 나희와 규진이 여행을 떠나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많은 이의 감동을 자아냈다. 이때 이민정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남편에게 이를 알리기까지, 눈빛 변화를 연기하며 이를 압도해 큰 호평을 받았다. 이민정은 "자기가 경험해 본 건 상상으로 하는 연기와 확실히 다른 것 같다"며 "유산을 겪었던 나희의 아픔이 내 안에 녹아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감동적이기도 하고 겁이 나기도 하는 감정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본에서는 '환하게 웃는다'라는 지문이었는데, '과연 그냥 환하게 웃기만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울컥한 느낌으로 미소를 짓는 것으로 표현했다"며 "작가님도 복잡 미묘한 그 감정을 다 지문으로 쓰기에는 힘들다고 생각해서 배우에게 맡겨 주신 것 같다. 순간 되게 벅찬 감정이 올라와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민정이 밀도 있는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에는 양희승 작가의 디테일한 큰 그림이 한몫했다. 과거 나희가 유산한 당시, 규진이 아기용품을 치운 것으로 인해 이혼까지 다다랐는데, 재결합 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규진이 간직해온 옛 아기용품으로 아기방을 새로 꾸미며 감동을 선사했다. 극 초반에 발생한 오해가 비로소 극 말미에 해소되는 구성으로 밀도 있는 서사를 완성했다.
이민정은 "작가님이 1회랑 50회가 서로 연결되도록 몇 가지 장치를 하신 것 같다. 아기방 신도 두 사람이 한두 마디만 나눴으면 서로 이해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아기 물건을 치운 일로 틀어지는 부분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감정이 풀어지지 않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 생각한다"며 "극 초반 둘이 많이 싸우면서 '사랑한다'는 표현을 별로 하지 않았는데, 극 후반부에 서로 아끼고 챙기는 부분들이 많으니 팬들이 더 '나규커플'을 응원해준 것 같다"고 답했다.
다인원이 참여한 가족 드라마인 만큼, 이민정은 극 중 여러 배우들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특히, 송가네 사남매로 출연하는 오대환, 오윤아, 이초희의 현실 남매 케미가 공감을 유발했다. 이민정은 "오윤아 언니는 원래 친분이 있어서 말할 것도 없이 (호흡이) 좋았다"며 "다희(이초희)가 나희에게 쪼는 캐릭터로 나오는 걸 사람들이 재밌어하더라. 나희가 수학을 가르쳐주는 장면에서 실제로 이초희가 많이 긴장했다. 엉덩이를 때리는 장면이었는데, 제가 손이 매워서 퍼렇게 멍이 들었더라. 많이 미안했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오빠 역의 오대환에 대해서는 "실제로도 정말 재밌고 유쾌한 분이다. 오빠가 있는 날과 없는 날의 현장 분위기가 달라질 정도"라며 "극 중에서 엉뚱한 얘기를 해서 나희가 뭐라고 하는 장면이 많은데, 그런 현실적인 장면에서 좋은 케미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천호진, 차화연, 김보연 등 내로라하는 대선배 덕분에 더 몰입해서 연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가족으로 나오는 배우들이 전작에서 만났거나 친분이 있는 선배님들이라서 진짜 엄마, 아빠한테 하는 것처럼 감정이 몰입됐던 것 같다"며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옛날 여담 같은 것도 많이 해주셨다. 선생님들이저희를 편하게 해주시려고 많이 배려해주셨다. 천호진 선생님은 '그대, 웃어요'에서도 같이 했었어서 정말 아버지처럼 대해주셨다"고 감사한 마음을 덧붙였다.
이렇게 배우들 간의 호흡도 좋고, 성적도 좋았던 '한다다'. 배우 이민정에게 '한다다'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 이민정은 "장편에다가 인물이 많은 드라마는 처음인데, 예전 작품들이 트리오나 관현악 4중주 같았다면, 이 드라마는 오케스트라 같은 느낌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내가 치고 나와야 할 때, 내가 쉬어줘야 할 때가 확실했던 작품이다. 그 완급조절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부분을 맞춰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