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이초희 "꼭 하고 싶었던 주말드라마"…'한다다'가 더 뜻깊은 이유
주말 저녁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힐링과 즐거움을 선사한 '한 번 다녀왔습니다'가 끝을 맺었다.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문을 닫은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부모와 자식 간 이혼에 대한 간극과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통해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며, 결국 '가족애'로 통하는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냈다.
특히 극 중 송영달(천호진)과 장옥분(차화연)의 막내딸 '송다희'를 맡은 이초희는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윤재석'(이상이)과 만나고, 사랑을 하며, 이를 통해 성장해가는 모습을 공감가게 그려내며 이번 작품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이초희는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 가장 뜻깊은 작품이 될 것 같다"라며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운 게 정말 많아서 정리만 하면 된다. 배움을 과식한 느낌이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다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라고 덧붙인 이초희는 "다희를 보며 용기를 얻고 위로를 받고 사랑을 느꼈다. 모든 것이 고맙다. 내가 다희일 수 있어서 행복했고 감사했다. 다희를 조금 더 다희답게 잘 표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내가 공부할 몫으로 남겨두고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고 싶다. 너를 위해 내가 최선을 다했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라며 자신의 역할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를 통해 이초희의 얼굴을 알게 된 시청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초희는 영화 '파수꾼'(2011)을 통해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시작한, 10년 차 배우다. 어린 시절에는 아역 배우로 짧게 활동한 이력도 있다. 오랜 시간을 배우로 활동하며 여러 작품의 주·조연, 단역 등 가리지 않고 연기하며 자신을 다지는 것에 시간을 쏟았고, 이러한 노력이 '한 번 다녀왔습니다'를 통해 빛나기 시작했다.
이초희는 "많은 작품들을 했기 때문에 다희를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일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한 때는 '내 생각처럼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었을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그래 이렇게 차근히 밟아가면서 천천히 가는 게 나의 속도'란 생각을 했다. 이렇게 하면서 나는 내공이 쌓일 거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 지금도 주목받거나, 잘되고 있는지 실감을 못하겠다. 흘러가는 과정 중에 하나인 것 같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던 이초희는 지난 2017년 종영한 드라마 '사랑의 온도' 이후 약 3년 간의 공백기를 보냈다. 이초희는 "저한테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다"라며 "잠깐 쉬고 '사랑의 온도'를 했는데 그때 내가 낸 에너지와 그 전에 멈추지 않고 쉬지 않고 작품을 했을 때 에너지의 차이가 많이 났다. 스스로 느끼는 성과 자체가 달랐다"라고 공백기를 가졌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러한 공백기는 그에게 '송다희'라는 인생캐릭터를 안겨줬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이초희의 말처럼 말이다. 게다가 시청률을 보장하는 KBS 주말드라마 자리였다. 이초희는 "주말드라마가 꼭 해보고 싶었는데, 작가님과 감독님 두분에게 연락이 왔다. 저로서는 안 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라며 "그때 누구도 캐스팅이 안 된 상태였는데, 라인업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저는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초희는 주말드라마가 하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지금은 괜찮아지셨지만, 작년에 엄마가 편찮으셔서 병원에 계셨는데 주말마다 진풍경이 펼쳐졌다. 저녁 7시부터 모든 병실과 대기실이 7번으로 대동단결 되는 모습을 봤다"라며 "라며 "엄마도 병원에 입원해있으면서 꼭 챙겨 보셨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제발 주말드라마를 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그때 감독님과 작가님께 연락이 왔다. 그래서 저한테 더 뜻깊은 것 같다"라고 답했다.
다만 이초희는 "엄마 아빠한테 촬영 시작 전까지 이걸 한다고 말을 못했다. 혹시라도 잘 안돼서 실망시킬까봐 촬영 들어갈 때까지도 말을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드라마가 잘 됐고, 이초희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이초희는 "엄마 아빠가 그만큼 좋아해주신다. 엄마는 정말 궁금해하셔서 대본도 공유해줬는데, 정말 좋아하셨다"라고 이번 '한 번 다녀왔습니다'가 선사한 특별한 시간에 대해 전했다.
'한다다' 속 많은 캐릭터가 사랑을 받았지만, 이초희가 연기한 송다희는 청춘들의 공감을 샀다. 정도 많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성품을 타고났지만, 이러한 '착한 성격'이 때로는 '나'에게 상처로 돌아왔다. 똑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신을 챙길만큼 약은 성격이 아니었기에, 사회 생활을 하는 것에서 어려움을 겪고, 또 결혼 문제로 상처를 받기도 했던 것. 많은 청춘들이 안고 있는 고민 중 하나가 아닐까.
송다희를 연기하며 어떤 점을 중점에 뒀는지 묻자 이초희는 "다희는 외유내강이다. 어떤 부분에 딱히 중점을 두려고 하진 않았다"라며 "캐릭터의 특성에 맞게 줄타기를 잘할 수 있는 상태, 너무 유약하지도 너무 강하지도 않은 상태로 보일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라고 답했다.
또한, 가족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송다희'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이에 이초희는 '파혼 당한 다희를 아버지가 위로하는 장면'을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았다. 이초희는 "딸이 파혼하고 이유를 말하지 않을 때, 아빠는 이유를 묻지 않고 네가 이유 없이 그러지 않을 거야, 아빠는 너를 응원한다는 이런 말들을 해줬다"라며 "가장 이상적인 아버지의 상인 것 같다. 무조건적인 믿음을 주는 다희가 그런 아버지 밑에서 컸기 때문에 따뜻한 심성을 가진 아이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송다희와 함께 이초희도 성장했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를 통해 인연을 맺은 배우들이 많은 힘이 됐다. 이초희는 "단톡방이 있어서 수다를 많이 떠는데 언니, 오빠들과 진짜 가족 같았다. 특히 언니들은 내가 막내 캐릭터라 그런가 '다해줄게' 이러면서 다 해주신다. 항상 잘 챙겨주셔서 고맙다. 언니 둘 다 성격이 정말 좋아서 살갑게 챙겨주신다. 내가 정말 파트너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매주 다같이 만나니까 정말 가족 같아진다"라며 "이상한 루틴 같은 게 생겼다. 목요일마다 세트 촬영을 하다가 한번 안 한 적이 있었는데 목요일이 아닌 것 같고 하루가 이상했다. 붙어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만날 신고 다니는 신발도 차화연 선생님이 '나한테 작은데 신어볼래?' 하시면서 주신 거다. 정말 감사하다"라며 함께 한 모두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을 전했다.
이처럼 이초희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를 통해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다. 한때는, 자신이 성장하지 못했을까봐 두렵기도 했다는 이초희는 "자꾸 결이 비슷한 캐릭터를 하다보니깐 그 비슷함 속에서 다름을 보여줘야 하는데 내가 그만한 다름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인가, 난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다고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을까, '얘 또 이런 걸 하네'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무서웠다"라며 "지금은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어쨌든 난 이번에도 최선을 다했고, 스스로 믿고 있다. 계속 성장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