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새로운 전기차 시대 여는 '아우디, e-트론'
새로운 전기차의 시대를 여는 'e-트론'을 만났다. 아우디 최초의 순수 전기 SUV인 이 모델은 2018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으며, 이후 지난해 3월 유럽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점차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브뤼셀에 위치한 탄소 중립 공장의 조립라인에서 생산된다.
판매 대수도 눈에 띈다. 지난달 21일, 아우디에 따르면 e-트론이 2020년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총 1만7641대 판매되며, 대형 전기 SUV 세그먼트 가운데 최다 판매된 모델로 등극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86.8% 증가한 수치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달성한 성과라 더욱 의미가 있다.
2025년까지 전체 판매 대수의 전기차 비중을 33%, 20종의 전기차를 선보일 '아우디 진보 2025' 전략의 시작을 알리는 e-트론은 브랜드에 있어 중요 전환점이 될 모델로 꼽힌다. 경쟁 모델은 벤츠 EQC, 재규어 I-페이스, 테슬라 모델 X 등이다.
외관은 기존 아우디 SUV 모델과 큰 차이가 없지만 곳곳에 전기차의 감성을 담았다. 전면부는 수직 스트럿이 들어간 8각형 싱글프레임 프론트 그릴이 플래티넘 그레이 색상과 널찍한 디자인으로 전기차 모델의 특징을 살려낸다. 헤드램프는 강렬하게 다듬었으며, 시인성이 높다. 범퍼 양옆은 날렵한 캐릭터 라인으로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측면부는 헤드램프에서 테일램프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숄더 라인, 선명한 캐릭터 라인, 크롬 윈도우 몰딩 등이 세련되고 날렵하다. 운전석 펜더 쪽에는 충전구 커버가 위치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양산차 최초로 적용된 버츄얼 사이드 미러다. 이를 통해 공기역학 성능을 향상시키고 차체 전폭이 기존 미러 대비 15cm 줄어 SUV 세그먼트 최고 수준인 0.27의 낮은 항력 계수를 실현했다. 야간 혹은 어두울 때는 실내에 버추얼 사이드 미러 카메라를 보여주는 O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높은 시인성을 제공한다. 디스플레이로 대체된 미러는 주행 시 불편함이 없지만, 익숙하지 않아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후면부는 좌우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와 고광택 패널이 시선을 분산시켜 차체를 낮고 넓어 보이게 한다. 범퍼에는 머플러를 대신하는 넓은 디퓨저로 전기차임을 나타낸다.
실내는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전기차에 걸맞게 대시보드 상단 대형 12.3인치 터치식 디스플레이 그리고 하단으로 공조 장치와 편의 기능을 제어하는 8.6인치 디스플레이, 디지털 계기판 등으로 구성돼 편의성을 높였다. 디지털 계기판은 주행 속도와 엔진 회전수 등 원하는 정보를 맞춤 구성해 다양한 정보를 표시해주어 운전자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요추지지대가 포함된 시트는 나파 가죽 소재로 마감돼 있어 착좌감이 뛰어나고 조절은 자동이라 편리하다. 새로워진 기어 레버는 앞뒤 슬라이딩 방식으로 변경할 수 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패드와 컵홀더 등 소지품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편의성과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신비한 느낌의 조명으로 실내 공간을 꾸미는 앰비언트 라이트와 고급감을 높인 실내 소재 등은 세련된 감성을 구현했다. 이외에 MMI 내비게이션 플러스, 뱅앤올룹슨 16스피커 음향 시스템 등 편의 사양을 적용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900mm, 전폭 1935mm, 전고 1685mm, 휠베이스 2928mm로 아우디 중형 Q5와 대형 Q7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준대형 사이즈다. 2열에 탑승하면 레그룸과 헤드룸이 넉넉하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660L에서 2열을 접으면 최대 1725L까지 늘어나 레포츠 용품이나 캠핑 용품 등을 넣을 수 있다. 또한, 스마트 키와 전동식 트렁크 버튼으로 문을 여닫을 수 있어 편리하다.
시승 모델은 e-트론 55 콰트로다. 새로운 구동 시스템은 두 개의 강력한 전기 모터를 차량의 전방 및 후방 액슬에 각각 탑재해 총 최고출력 360마력(265kW), 최대토크 57.2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부스트 모드를 사용하면 순간적으로 408마력(300kW), 67.7kg.m까지 힘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6.6초(부스트 모드 사용 시 5.7초), 최고속도는 시속 200km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복합 기준 최대 307km(도심: 308km, 고속도로: 306km)다.
아우디 관계자는 "정속 주행으로 서울 잠원동에서 부산 해운대 전시장까지 400km가 넘는 주행 테스트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실제 주행거리가 더 긴 것은 강력한 회생 제동 기능 덕분이다. 감속 중 90% 이상 상황에서 전기 모터를 통해 에너지를 회수한다. 내리막길을 달리다 보면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양산차 가운데 최초로 새롭게 개발된 브레이크-바이-와이어 시스템은 브레이크 사용 시 에너지를 적극 회수한다. 다른 전기차처럼 회생 제동 시 느껴지는 불쾌함이 전혀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차체 중앙 하단으로 넓게 배치된 95kWh급 리튬이온 배터리는 12개의 셀과 36개의 모듈로 구성됐다. 배터리는 완속(AC) 및 급속(DC) 충전이 가능하다. 급속 충전 시 최대 150kW 출력으로 30분 만에 최대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배터리 보증기간은 8년 또는 16만km다.
운전을 위해 탑승을 했더니 시트가 편안하게 몸을 감싸준다. 이후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전기차라 조용하다.
주행 모드는 오프로드, 올로드, 자동, 승차감, 효율, 다이내믹, 개별 등 7가지다. 자동 모드로 선택하고 천천히 주행을 시작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전기차 특유의 가상음을 낸다. 이 가상음은 전기차 중 가장 이질감 없다. 시속 60~80km의 속도에서 승차감도 부드럽고 편안하다. 가속페달을 서서히 밟으면 가속도 매끄럽다. 이후 곡선 주로에서는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 없이 잘 잡아주어 안정적이다. 차선 변경 시에는 방향 지시등을 켜면 디스플레이에 후측방 영상과 함께 초록색 또는 빨간색 신호를 표시해주어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가장 감탄한 건 핸들링이다. 구불구불한 산길에서 무리하게 주행해도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 현상이 나오지 않는다. 도로를 움켜쥐고 달리는 느낌이다. 이는 배터리가 중앙 하단에 낮게 자리잡아 무게 중심이 낮고, 전기 사륜구동 시스템인 전자식 콰트로까지 적용된 영향이다.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시속 80~100km까지는 서서히 가속 페달을 밟으면 힘 있게 치고 나간다. 스티어링 휠은 묵직해 안정적이다. 중고속 영역까지 실내로 유입되는 풍절음과 도로 소음도 잘 차단됐다. 특히 사이드 미러를 대신하는 카메라를 사용해 풍절음이 여느 차량과 비교해도 최소화된 부분을 체감할 수 있다. 다이내믹로 선택하고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밟다 보면 차체 무게가 2.6톤에 가깝지만 몸놀림이 가볍다. 자동으로 차체 높이가 최대 76mm까지 조절되는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도 기본으로 적용돼 대부분의 상황에서 안정적이다.
강원도 홍천 일대에서 약 2시간 동안 짧은 시승이었지만 최근 시승한 전기차 그리고 SUV를 통틀어 가장 정숙하고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발휘했다. 저속과 고속에서 일관되게 안정적인 승차감은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좀처럼 불안하거나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고 언제라도 부스트 모드를 작동하면 놀라운 가속감과 만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하차 경고 시스템과 교차로 보조 시스템 등이 적용된 프리센스 360°, 교차로에서 전측면 차량 인식해 충돌 가능성이 있을 시 위험을 경고하는 교차로 보조 시스템, 보행자에게 차량이 근방에 있음을 알리는 가상 엔진 사운드(AVAS) 등 다양한 최첨단 안전 사양이 탑재됐다.
아우디 코리아는 e-트론 고객 충전 편의성을 위해 전국 41개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에 전용 150kW 급속 충전기를 설치했다. e-트론 고객을 위한 충전 대행 서비스도 제공한다.
e-트론 55 콰트로의 부가세 포함한 판매 가격은 1억1700만원이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