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철비2:정상회담' 정우성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정치적 발언 해야한다고 생각"
배우 정우성은 잘생김의 아이콘이었다. 영화 '비트'의 한 장면은 여심뿐만 아니라 남심도 사로잡았고, 청춘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을 지났다. 정우성의 나이도 48세가 됐다. 그 시간 속에서 정우성은 성실했다. 배우로서 성실했고, 국민으로서 성실했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의 개봉에 맞추어 정치에 대한 정우성의 생각이 궁금해진 이유다.
정우성은 영화 '강철비1'에 이어,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양우석 감독과 다시 한 번 만났다. 작품은 미리 정해져 있었고, 캐스팅은 미리 얘기되어 있지 않았다. 정우성은 양우석 감독의 제안에 고민했다.
"영화의 스토리는 허구이고, 풍자도 많고, '강철비2: 정상회담'이 가진 장르적 특성도 새로운데, 그 밑에 깔린 것이 현실적인 부분이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영화를 온전히 영화로 보지 않고,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서 해석하고, 그 시선이 돌아오게 된다. 양우석 감독님께도 그런 시선이 개입되는데, 저까지 얹으시려고 하나. 그런 우려가 있었던 것 같아요."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1'과 '강철비2'가 상호 보완적인 성격의 속편이라고 했다. 한반도의 미래를 예측한 해외의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갈 수 있는 길을 전쟁, 북의 내부 붕괴, 평화적인 비핵화, 그리고 남한의 핵무장에 의한 핵 균형으로 인한 평화. 이 넷 중 하나라고 했다. '강철비1'에서는 북의 내부 붕괴와 핵 균형을 다뤘고, '강철비2'에서는 평화적인 비핵화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1과 2의 배우들은 서로 다른 남과 북의 옷을 입게 됐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의 인터뷰이지만, 정우성에게는 우리나라 대통령을 연기한 것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외모부터 미화된 판타지"라는 웃음 섞인 말도 있었다.
"말문이 막히네요.(웃음) 한경재에게 대통령의 모습만 그리는 것이 아니잖아요. 아내(염정아)와의 관계에서는 평범한 남편이고 아빠죠. 그런 모습을 개입시킴으로서 지도자로서 모습만큼 사소한 한 인간의 모습과 가정에서 아내에게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넣음으로써 그 사람의 고민이 어디에서,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그걸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했던 같아요. 좀 더 인간적인 면모, 사람으로서 만들어갔던 것 같아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지만, 대한민국의 상황을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북한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의 관계까지 고민해야 했다. 정우성이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애드리브를 더욱 아껴야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저는 애드리브는 없었어요. 당사자이면서도 당사자가 될 수 없는 중재자의 입장, 불안한 마음을 침묵 속에서 끊임없이 표현해야 하는 것이 제가 선택한 한경재였어요. 화나고, 짜증스럽고, 답답하고, 무기력하다고 느꼈죠. 그런데 그게 우리의 입장일 수밖에 없구나. 그런 현실을 알고 이해하고 바라볼 때, '힘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동시에 드는 거죠."
정우성이 대한민국의 대통령 역을 하면서 가장 기조에 둔 감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연민' 이었다.
"미국에 사는 한국 분인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와중에 '대통령이 너무 답답해요'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어떤 대통령이든지, 남북문제에 있어서 우리나라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휴전협정서에 사인한 당사자가 아닌 것이 역사적 아이러니라고 얘기해줬어요. 잘 모르더라고요. 그런데 '강철비2: 정상회담'을 보고서는 이제야 좀 알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느 순간에 역사적 사실에 대해 너무 외면하고 지나간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선택이 이루어지면, 거기에 따른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은 국민이잖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분단체제의 대립 안에서 얼마만큼 억울한 죽음이 많았어요. 그런 우리의 과거, 한경재 대통령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감정이 연민이었던 이유입니다."
정우성이 '강철비2' 출연을 망설였던 만큼, 그 역시 알고 있다. 정치적인 소신을 말하는 배우라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서 말이다.
"제가 정치적 표현을 뭘 했는지 모르겠어요. 어떤 발언을 했을 때, 규정된 시선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의 삶은 정치와 긴밀해요. 정치인이 잘못하면, 우리가 얼마나 크게 감내해야 하는지 느끼고 있잖아요.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말라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정치적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모두 사회에 이야기할 자격이 있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동네에 불편함이 있다면, 이야기해서 바꿔서 더 좋은 방향이 되어야 하잖아요. 그게 정치라면, 정치겠죠.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정치적인 발언을 할 수밖에 없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삶이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이죠. 정치적인 발언은 정치인이 해야한다? 그건 정치인이 국민을 정치에 거리두기를 해서 '정치를 마음대로 하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우성은 '강철비' 시리즈가 결국은 '한반도'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 무거울 수밖에 없고, 연민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북한 사람들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특수한 체제이고. 그래서 좀 더 의지와 뜻을 모을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평화로 가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논의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결과를 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그래도 논의를 하면서 시간이 흐를 거고, 세대가 바뀔 거고, 어느 순간 그 세대가 선택을 하겠죠. 그러니 논의의 시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데뷔한 지 2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잘생김'의 대명사였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그것은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동시에, 남과 북이라는 화두를 화를 통해 던지고, 난민과 만난 이야기를 써내려간 에세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를 발간하기도 하고, 점점 그가 하는 다양한 이야기에 대중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원동력은 뭘까.
"나에 갇히지 않으려고 한 것 같아요. 역할이 성공했을 때, 그 역할이 나라고 연연해하지 않고요. 나라는 사람은 끊임없이, 죽을 때까지 완성해가는 거잖아요. 배우로서 작업들에 늘 감사하며 살고 있고요. 내가 받는 사랑이 세상에서 오는 거라면, 세상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 하는 것이 맞고요. 그렇게 나를 찾아가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인생이라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