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도'에서 서대위 역을 맡은 배우 구교환 / 사진 : 나무엑터스 제공

"오늘만 사는 것처럼."
'반도' 속 서대위가 한 말에 관객의 이목이 쏠렸다. '반도'에 살아남아 미쳐버린 631 부대의 중심에 있는 인물, 서대위는 구교환이라는 배우를 통해 묘한 매력을 더했다. 미쳐버렸다고 표현하기엔, 공허했고, 공허하다고 표현하기엔 두려운 인물, 그런 인물로 그려졌다.
배우 구교환은 지난 2008년 영화 '아이들'로 데뷔했다. 영화 '늑대의 시간', '파수꾼' 등의 작품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윤성현 감독이 연출한 30분 분량의 단편영화였다. 영화 '꿈의 제인'에서 “우리 오래오래 불행하게 살아요”라고 말하는 미스터리한 여인, 제인 역을 맡아 배우 구교환이 부각됐다.

영화 '반도'에서 서대위 역을 맡은 배우 구교환 / 사진 : 나무엑터스 제공

상을 나열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이것만큼 쉽게 드러내는 법이 없을 것 같아 나열해본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 '제54회 백상예술대상' 남자 신인연기상 등 총 5개의 상을 받았다. 지난해 개봉한 이옥섭 감독의 장편 영화 '메기'의 다음 작품, '반도'에 이어지기까지의 설명이다.
아, 감독으로서의 구교환도 빼놓을 수는 없다. 그가 각본, 감독, 제작, 미술, 편집, 주연을 맡은 영화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는 제13회 미쟝센단편영화제' 희극지왕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이후 이옥섭 감독과 공동 연출을 한 '연애다큐', '플라이 투 더 스카이'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영화 '반도'에서 서대위 역을 맡은 배우 구교환 / 사진 : 나무엑터스 제공

그 작품의 매력을 설명하기 어려워, 이를 볼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을 말한다. [2x9HD]구교환X이옥섭. 구교환을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 정도의 전사가 덧붙여지면 구교환을 그나마 조금 더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이런 활동을 이어온 구교환이 영화 '반도'로 첫 상업 영화에 나섰다. 독립영화 때부터 그를 지켜와 본 팬에게는 의외의 행보였고, ‘반도’로 처음 구교환을 만난 이들에게는 발견이었다. 정작 구교환은 달라지지 않았다.
“제가 상업영화, 독립영화 이렇게 분류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냥 궁금한 인물, 호기심이 생기는 인물을 선택하는 거죠. 저에게 ‘반도’는 ‘메기’ 다음 작품이에요.”

영화 '반도'에서 서대위 역을 맡은 배우 구교환 / 사진 : NEW 제공

서대위에게 호기심이 생긴 것은 연상호 감독이 내민 한 장의 그림에서 출발한다.
“연상호 감독님께서 ‘반도’를 제안하며 서대위의 그림을 보여주셨어요. 눈이 계속 기억에 남아요. 그림 속 서대위의 눈이. 다 무너져 내린 사람, 위태로운 사람처럼 보였어요. 그게 가장 인상 깊었어요.”
“계속 생각났어요. 받지 않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는 서대위의 모습이. 이렇게 이야기하면 추상적인가요? 간절함도 과거형이 되어버린 거죠. 서대위를 받고, 제일 먼저 생각한 부분은 서대위의 과거였어요. ‘반도’에서 4년 전, 민간인을 구조하던 서대위. 마음이 붕괴되기 이전이겠죠. 그때의 서대위는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4년 후에는 무너져있죠. 그 생각을 해봤어요.”

영화 '반도'에서 서대위 역을 맡은 배우 구교환 / 사진 : NEW 제공

서대위는 민정(이정현)을 알고 있었다. ‘반도’에서 첫 만남에 “민정씨”라고 한 인사는 많은 이야기를 함축한다. 두 사람의 관계, 황중사(김민재)와 김이병(김규백)의 관계, 여기엔 “관객이 채워가는 게 더 좋을 것”같다고 구교환이 말하는 빈칸들이 있다.
“제가 서대위로 있을 수 있게 덕을 많이 봤죠. 제가 연설을 하고 있을 때, 김민재 선배님과 김규백씨 모두 카메라에 걸리지 않는 장면에서도 매 테이크 같이 연기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주고받는 재미가 있었어요. 미쳐버린 631부대였지만, 카메라가 돌지 않는 부분에선 끈끈한 동지였죠.”

영화 '반도'언론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구교환과 연상호 감독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DB

“다같이 대규모로 밥을 먹는 풍경”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화 ‘반도’의 촬영이 끝났다. 연상호 감독은 ‘반도’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구교환에 대해 “’조커’ 호아킨 피닉스를 보는 줄 알았다”고 했다. 구교환은 고개를 숙였다.
“쑥스러워서 입 밖에도 못 꺼냈어요. 제 주변 사람들도 다 같이 쑥스러워했어요. 호아킨 피닉스같은 대배우가 언급된다는 것이 영광이죠. 저는 너무 많은 배우들과 너무 많은 작품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한 작품, 배우 한 분 꼽을 수가 없어요. 영화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반도’ 속 구교환의 모습에 ‘퇴폐미’라는 반응이 있었다. “누군가에겐 퇴폐미였고, 누군가에게는 공포스러웠을 수도 있고, 그런 부분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라는 구교환은 연기하는 궁극적인 원동력을 ‘관객’에게서 찾는다.
“무수히 많은 이유가 있겠죠. 그런데 결국 관객을 만나기 위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극장에 작품이걸리는 그 순간이 설레죠. 관객을 염두에 두고, 현장에서 연기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서대위는 이제 제 손을 떠난 인물이라서요. 관객분들께서 잘 해석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각자의 서대위가 다르기를 바래요.”

구교환-이옥섭 감독 / 사진: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제공, 조선일보 일본어판DB, JTBC '방구석1열' 방송 캡처

‘반도’의 개봉일 구교환의 열애설도 전해졌다. 이옥섭 감독과 7년째 연애 중. 구교환은 “되게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옥섭 감독이랑은 잘 만나고 있어요. 영화적 동지이기도 하죠. 함께 작업을 하고 있으니까요. 가깝게는 ‘메기’도 함께 했고요. 그런데 오늘은 서대위의 날이니까요. 서대위가 질투심이 세요.”(웃음)
오늘의 고민은 “인터뷰에서 제가 하는 말들이 오해 없이 전달되는 것”,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먹는 것”, 쉴 때는 “집에서 주로 혼자 시간을 보내기”, 배우로서의 목표를 묻자 “의도를 가지고 다가간 적은 없는 것 같아요”라고 답하는 구교환이다.

영화 '반도'에서 서대위 역을 맡은 배우 구교환 / 사진 : 나무엑터스 제공

‘반도’로 열애설도 나고, 호아킨 피닉스 같다는 극찬을 받고, 퇴폐미라는 반응도 얻었지만, 그는 여전히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영화를 사랑하는 구교환이기도 하다. 소속사 나무엑터스에 들어가서도 이는 변하지 않는다.
“좋아서 들어갔어요. 좋은 건 이유가 없잖아요. 김종도 사장님께서 연락을 주셨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제가 하려고 한 방향성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처음 만나서 제가 전작에서 맡았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공감해주셨고, 이런 파트너라면 계속 함께 긍정적인 고민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내 편이 많아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구교환은 ‘반도’ 이후, “촬영 잘 마쳤습니다”라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준비 중인 작품은 없어요. 그런데 모르는 거죠. 제가 어느 날 갑자기 너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고,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요.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어요.”

영화 '반도'에서 서대위 역을 맡은 배우 구교환 / 사진 : 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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