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덕분에 챌리지’도 좋지만 의료진 헌신에 실질적인 보답할 검진 환경 구축해야
지난 1월 20일 국내에 코로나19의 첫 환자가 보고 된지 어느 덧 6개월이 지났다.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을 때만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이렇게 긴 시간이 흐를 만큼 장기화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는 최근 국내 지역 발생 확진자 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단 한 명만 방역을 소홀히 해도 수십명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7월 20일 0시 현재, 지역사회에서 4명, 해외유입으로 22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 총 누적 확진자 수는 13,771명(해외유입 2,067명)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처는 방역을 생활화하고 철저한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경로를 차단한 덕에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허약한 공공의료체계 아래 의료진의 헌신으로 버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의료진에 대한 응원으로 ’덕분에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다. ‘덕분의 챌린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일선에서 헌신하는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시작한 국민 참여형 캠페인이다. SNS에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사진이나 영상을 올린 뒤 '덕분에 챌린지'를 이어갈 다음 참여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캠페인은 연예인, 스포츠스타, 기업인, 공공기관 등 많은 곳에서 진행되며 의료진의 헌신에 감사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러한 응원이 의료진에게 심정적으로 많은 힘이 되겠지만 구호와 응원만으로 열악한 진료 현장에서 헌신하는 의료진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의료진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려면 덕분에'라는 말보다 업무환경 개선과 감염병 대응 세부지침 마련 그리고 공공병원 병상 확대가 중요하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의 김태년 원내대표 또한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했으나 지역 간 의료격차와 공공의료기관 부족 등 보건 의료체계 전반에 한계점이 드러났다"며 "코로나19 이후에도 감염병이 일상화하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 더는 의료진 헌신과 희생에만 의지할 수 없다"고 전했다.
2015년 메르스를 겪고, 2019년 코로나19라는 두 번의 전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대중적인 인식과 ‘사회적(또는 생활 속) 거리두기’ 등의 전염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캠페인 등이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를 이루어 냈지만 전염병과 최전선에서 맞서는 의료진의 진료 환경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이 무더위 속에서 보건용(N95) 마스크, 고글, 덧신과 함께 6㎏짜리 레벨D 방호복까지 착용하고 수 시간 동안 근무를 하고 있다. 감염 예방을 위한 필수 조처지만 장비를 착용한 지 5분도 안 돼 온몸이 땀범벅이다. 지난 3월 찬바람이 불 때도 방호복 내부 온도는 40도까지 올라 온몸이 땀에 젖을 지경이었는데, 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하는 요즘은 체감온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지난 6월 9일 인천시 미추홀구 남인천여자중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워크 스루(Walk through)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 업무를 하던 보건소 직원 3명이 어지럼증, 과호흡, 손 떨림, 전신 쇠약 등의 증상을 호소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한, 의료진들은 화장실을 자주가게 될 것으로 우려해 물 마저 마음껏 마시지 못했다.
또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보건소에서는 6월 10일 새벽 여직원 한 명이 심한 방광염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화장실도 편하게 가지 못하는 선별진료소 근무를 하면서 생긴 병이 심해진 것이다.
코로나19를 진단하는 대부분의 선별진료소는 천막이나 에어텐트를 사용하여 야외 환경에 그대로 노출 되어있으며, 냉난방 장치를 사용할 수 없어 더위와 싸워야만 한다. 또한, 화장실을 사용하려면 감염의 염려 때문에 외부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기에 최대한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으려다 보니 방광염에 걸리기도 한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각 지자체가 잇따라 방호복 대신 ‘방호벽’을 택하고 있어 의료진은 무더위와의 싸움에서 한시름 놓았다. 컨테이너에 창구가 설치된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의료진은 컨테이너 안에 있고 검사 대상자들은 각 단계별 컨테이너에 방문해 아크릴 벽과 장갑을 가운데 두고 검사를 받는 형태다.
컨테이너 안에서는 냉방장치도 이용이 가능한 데다 의료진은 검사 대상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아 방호복을 입지 않아도 된다. 무더위에 지친 의료진들을 위해 최근 들어 많은 지자체들이 도입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재난상황 발생 시 적극적으로 사용가능 한 공공의료 시설과 음압격리병실의 수가 부족한 점이 의료진을 힘들게 하는 문제다.
지난 3월 대구에서 벌어진 것 같이 하루에 100명이 넘는 확지자가 발생하면 의료병상이 부족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역으로 응급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중증 환자 진료임에도 이슈가 되는 전염병 사태 이후 선별진료에 따른 부담으로 응급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초기에 정체돼 있던 환자 수는 2월 19일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증가, 같은 달 23일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이 ‘심각’ 단계로 격상됐다.
이 과정에서 신천지 집단감염이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했고, 해당 지역 일부에서는 보건의료자원 수용 한계를 넘는 확진 환자가 급증해 의료 인력과 병상 부족, 적시에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졌고,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메르스 사태 이후 일부 개선에도 불구하고 이번 코로나19에서도 공공의료 병상과 전문병상(음압격리병상) 부족 등의 문제 다시 발생한 것이다.
취약한 공공의료에 대한 경고는 이미 5년 전 메르스 사태 때 나왔다. 당시 정부는 공공의료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국가방역체계 개편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체 병상 가운데 공공의료 병상의 비중은 2012년 11.2%, 2015년 10.4%, 2018년 10.0%로 꾸준히 줄고 있다.
또한, OECD 국가 중 인구 천명당 공공의료기관 병상수(2017년 기준)는 1.3개로 OECD 평균인 3.0개에 크게 못 미친다.
미래통합당 이종성 의원은 지난 15일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올해 5월말 기준, 의료법 기준에 따라 음압격리병실 의무설치 대상인 169개 의료기관 중 81개(48%)의 의료기관은 보유해야 할 음압격리병실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중 23개소(12%)는 음압격리병실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 동안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1차 추경예산 300억원으로 17개 병원에 83개의 음압격리병실 설치를 지원하고 있으나 이중 절반 가량은 음압격리병실 설치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은 "복지부는 그동안 위반사항에 대한 점검과 조치도 하지 않았다"면서 "복지부 의료자원 관리의 방치로 인한 음압격리병실 부족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메꿔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의료법을 위반해 음압격리병실을 갖추지 않다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재정을 투입해 부족한 병실을 확충하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방치한 보건복지부의 책임을 묻고 보건복지부의 의료자원 관리를 전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도 언급 됐지만 코로나19와 같은 긴급한 재난 상황에 대비하여 의료진의 진료 환경을 개선하고, 안전한 음압격리병실을 확보할 수 있는 ‘이동형 음압격리병실’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공공의료 시설을 늘리고, 의료기관에 음압격리병실 설치 의무를 이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의료 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 정책적인 대책이며, 음압격리병실을 민간의료기관에 강제하기엔 병원 경영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정부기관에서 관리하지만 평소에는 보관에 큰 비용이 들지 않고 코로나19 같은 긴급 재난 시 음압격리병실로 사용가능한 시설을 빠르게 준비하려면, 이동형 음압격리병실이 대체재가 될 수 있다. 이동형 음압격리병실은 말 그대로 평상시에는 보관을 해두었다가 전국적인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현장으로 이동하여 설치한 후 음압격리병실로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그 예로, (주)한진GTC에서 취급하는 음압격리병실로 사용이 가능한 확장형 컨테이너 ‘스페이스맥스’를 고려할 수 있다. 지난 4월 국군양주병원에 선별진료소로 지원이 되기도 했었던 이 시설은 24시간 냉난방이 가능하고 음압격리병실로도 사용이 가능하여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선별진료를 운영할 수 있다.
야외 천막, 에어텐트 등의 시설로 운영하던 선별진료소와 현장 환자 대기공간을 이동 가능한 트레일러 형태의 확장형 컨테이너로 대체가 가능한 것이다. 또한, 시설 내부에 샤워실, 화장실, 세면대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비치되어 있고, 독립적으로 설치되므로 의료진의 휴게실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음압격리병실은 병실 내 기압을 낮춰 내부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해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전염병을 예방하는 격리시설이다.
특히, 음압격리병실로 들어가려면 2개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 병실로 들어가기 전 먼저 ‘전실’이라는 공간에서 병실 기압 상태를 확인하고 의료진들이 개인보호 장비를 갖추고 소독을 하게 된다. 이 시설은 격리음압병상 설치기준안에 부합되는 기준들을 통해 전문응급의료소, 재난지휘소, 임시숙소 동 다양한 재난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GTC의 신동진 대표는 “내구성과 밀폐성은 물론 뛰어난 이동성을 갖춘 스페이스맥스는 병원 외부 공간에 설치함으로써 전염성 환자의 완벽한 격리는 물론 의료진들의 신속한 응급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병원 및 의료진 또한 전염성 질병으로부터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대상인 만큼 많은 비용부담을 안고 병원 내 음압격리병실을 설치하는 것보다 병원 외부로 완전 이격해 격리 운용하는 방안이 더 적합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