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 '감동님'이라는 장르
신원호PD의 대답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조정석, 유연석, 전미도, 김대명, 정경호를 비롯해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함께한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고마움과 정이 묻어있다. 현장에서 ‘감독님’이 아닌 ‘감동님’이라고 불렸던 신원호PD, 이유가 다 있다.
조정석, 유연석, 전미도, 김대명, 정경호 등이 열연했고, 시청자들에게 사랑으로 응답받은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지난달 29일 막을 내렸다. 6.3%의 시청률로 시작한 작품은 최종회에서 평균 시청률 14.1%, 최고시청률 16.3%를 기록했다. 꾸준한 상승곡선, 드라마가 가진 힘을 입증하는 부분이다.
사실 초반 신원호PD의 예상이 빗나갔다. 신원호PD는 제작발표회에서 “첫 방송 시청률을 4%”라고 예상했다. 그는 종영 후 가진 서면인터뷰에서 “정말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처음 도전하는 시간대고 주 1회 편성임에도 잘 나왔다. 감사한 수치고, 꾸준히 올라가는 시청률을 보며 저희끼리도 신기하다고 얘기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잘된 여러 가지 이유 중 자신이 생각하는 부분을 답하기 시작했다. 모자라지도 더하지도 않은 신원호PD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최대한 그대로 옮겨본다. ‘응답하라1997’,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8’, ‘슬기로운 감빵생활’, 그리고 ‘슬기로운 의사생활’까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작품을 연출한 신원호PD의 ‘슬기로운 인터뷰’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사랑을 받은 이유 : 공감, 99즈, 음악, 대본의 힘
“환자로서, 보호자로서, 혹은 의료진으로서 공감된다고 언급해주신 지점도 여러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99즈’(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의 케미를 많이 좋아해 주셨는데, 그 지점이 무엇보다 감사하다. 배우들 모두 신인이나 무명도 아니고 각자의 위치와 나이가 있음에도 서로를 좋아하며 잘 지내줬다. 사전에 걱정한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 케미가 화면 밖으로 이어진 덕분인 것 같다. 아울러 작품의 밑을 다 함께 받쳐주고 있는 모든 배우들 덕분이기도 하다. 한 명 한 명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모두 다 잘해줬다. 특히 단역분들께 감사드린다. 1회성으로 출연해 주신 건데도, 진심으로 연기해 주셨다. 환자나 보호자 에피소드들의 힘은 그분들의 연기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늘 감사한 부분이지만 음악이 없었다면 저희가 준비한 이야기의 정서가 온전히 전달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야기는 음악에 늘 빚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본의 힘이 아닐까 싶다.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등을 인터뷰하고 회의할 때마다 ‘너무 좋은 이야기지만, 이걸 어떻게 각색할까? 어떻게 드라마로 구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새로운 대본을 받을 때면 늘 놀라곤 한다. 워낙 잘 쓰긴 했지만 이번 작품을 하며 이우정 작가가 이제 반열에 올랐다는 느낌이 들었다. 늘 그렇지만 좋은 드라마는 좋은 대본에서만 나온다.”
◆현장에서 본 99즈 조정석∙유연석∙정경호∙김대명∙전미도의 케미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대본이 진행되면서부터 디테일한 부분이 정해져있었다. 그 후 배우가 캐스팅되며 익준(조정석)의, 정원(유연석)의, 준완(정경호)의, 석형(김대명)의, 송화(전미도)의 옷을 각각 입었다. 사실, 캐스팅되기 전부터 과부터 악기 파트까지 모두 정해져 있었다.
“아무리 캐릭터라는 가면을 쓰고 대사를 하는 사이라고 해도 그들이 정말 친한지는 화면 너머까지도 다 보인다. 그래서 ‘응답하라 1997’ 때부터 주요 출연진들을 친하게 만드는 사전작업들을 했었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99즈’ 역시 촬영 전에 이미 모두 친해졌다. 제가 선생님 아닌 연출임에도 불구하고 ‘응답하라 1997’ 때부터 현장에서 조용히 하라는 소리를 많이 했는데, ‘99즈’도 자기들끼리 너무 신나 하더라. 그래서 말은 시끄럽다고 해도 고마웠다. 그 케미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그래서 더 좋아해 주신 것 같기 때문이다. 배우 개개인에 대한 만족도도 물론이지만, 5명이 진짜 절친들처럼 잘 지내준 부분도 캐스팅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지점이다.”
◆전미도의 발견 “든든하고 똑똑한 큰 딸 같은 느낌”
주요 인물이 5명이었다. 그 다섯 명의 옷을 입은 배우들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미도는 뮤지컬에서는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배우이지만, 안방극장에는 첫 걸음이었다. 신원호PD역시 그 부분을 고민했었다.
“보통 오디션에서는 보안상의 이유로 해당 캐릭터가 담긴 대본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전미도에게는 처음으로 채송화의 대사를 읽게 했다. 전미도가 대사를 읽는 순간 ‘아 실제 채송화라면 이렇게 얘기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잘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도 초반에 캐릭터에 대한 밸런스를 잡아준 것 말고는 특별히 디렉션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무대에서 최고로 인정받아온 연기자에게 연기하는 공간이 바뀌는 것 쯤은 별 의미가 없는 듯 보였다. 놀라운 건 이미 잘하면서도 노력한다. 전미도는 정말 모범생 같다. 이를테면 베이스를 만져본 적도 없는 사람이 ‘캐논’을 해낸 것도 놀랍지만,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서 그 어려운 슬랩을 해내는 순간, ‘너는 정말 모범생 같다’라고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베이스 선생님도 초보가 할 수 있는 진도가 아니라고 했는데도 해냈다. 악기 연주도, 교회에서 춤추는 씬도 너무 완벽하게 해냈다. 하지만 모범생이라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게 틀에 박혀있지도 않아 늘 예상치 못한 연기를 던져준다. 깜짝깜짝 놀랄 만큼 영리하다. 정말 든든하면서도 똑똑한 큰 딸 같은 느낌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를 기다리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이제 첫 번째 시즌이 끝났다. ‘응답하라’ 시리즈도 있었지만, 타이틀만 같았을 뿐 시대, 인물, 관통하는 이야기는 달랐다. 하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같다. 신원호PD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 “든든하고 따뜻하다”고 말한다.
“계획된 시즌제 드라마를 처음 경험해 보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등이 너무나 새로웠다. 아쉬움은 늘 남지만 지난 8개월간 경험한 새로운 도전에 대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참 신선했다. 그간 작품을 할 때 알게 모르게 '이 작품이 끝나면 헤어지겠구나'라는 약간은 서글픈 정서가 있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슬의' 스태프들과 소소한 선물 교환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 배우 등이 자신의 촬영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진행을 봐주겠다며 현장에 왔었다. 정경호 배우가 마지막 인사로 '내년 크리스마스에 또 만나요'라고 하는데 '내년에 또 보는구나!' 라는 생각이 새삼 체감되면서 든든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욱 기대하게 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펼칠 두 번째 장이 말이다. 신원호PD는 늘 그렇듯 말을 아끼며 기대를 당부했다.
“시즌 2에 관해서는 2021년 새로운 계절에 돌아올 예정이니 방송을 통해 모든 부분을 확인해주셨으면 좋겠다. 올해 말에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며 방송 시기는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