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픽사베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세계보건기구(WTO)는 펜데믹 선언을 했다. 이로인해 해외여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국내여행이 대안으로 선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여행도 안심하고 떠날 상황은 아니다.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데다가, 어디서 어떻게 감염될지 모르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내 여행의 트렌드가 완전히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6월을 기준으로 여행소비자의 변화를 점검하기 위해 1월부터 5월까지의 조사결과를 분석하고, 당사의 여행리서치 담당연구원들의 상황 인식과 전망을 개별심층면접을 통해 수렴했다.

앞서 컨슈머인사이트는 연초에 2020년 국내여행의 동향과 전망을 발표했다. 하지만 1월말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고 팬데믹으로 번지며 이런 전망은 무의미하게 됐다. 이에 당시의 전망은 ‘비포 코로나, 현시점에서의 동향은 ‘애프터 코로나'로 정하여 국내여행의 변화점을 분석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이번 진단 또한 현 시점 중심으로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크게 변할 수 있으며, 소수 여행리서치 전문가의 의견을 수집한 것으로 정확한 진단과 평가를 위해서는 별도의 체계적 연구가 필수적임을 밝혀 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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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소비 심리: 소확행-> 절제의 생활화
경기침체와 저성장이 이어지며 소비 심리가 위축 되었지만 한정된 비용 내에서 확실한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소확행 경향이 뚜렷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전례없이 큰 소비심리 위축이 일어나고, 이제 과거와 같은 여행 및 여가를 즐기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경제적 여유도 부족하지만 쓸 기회도 공간도 예전 같지 않다. 해외는 언감생심이고, 제주도, 대구, 경북도 가기 어렵다. 소확행은 멀리 지나간 이야기고, 이제는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통제에 순응해야 한다. 그러나 여행을 위해 모아둔 돈, 긴급재난지원금 등을 쓸 기회가 주어진다면 분풀이형, 화풀이형 소비지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2. 생활의 중심: Stay Home
코로나19 이후 집 밖에서 시간 보내기가 갑자기 어렵게 됐다. 갈 만한 곳도, 같이 갈 사람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소비, 활동과 여가의 상당부분이 ‘집’이라는 공간 내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었던 외식과 사회적 모임은 어렵게 됐고, 때가 되면 외출을 하던 식구 모두가 집에 머물 수밖에 없다. 가족 간 공유시간이 본의 아니게 늘어나며 관계가 나빠지기도 한다. 전업주부의 경우 시간과 공간의 침입이 특히 크다.

여행을 간절히 원하지만 실행하기는 어려워 관심사를 돌릴 곳을 찾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으로 ‘만들기 콘텐츠’, ‘챌린지’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이유이다.

3. 여행의 동반자: 스마트폰, 여행 뿐 아닌 삶의 동반자로
코로나19 전에도 혼행(혼자하는 여행)이 꾸준히 증가했었다. 여행의 여가화∙일상화의 한 단면이다. 친구나 가족과의 유대감을 확인하기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만끽하려는 경향이 커졌고, 여럿이 다니는 볼거리 중심의 여행에서 벗어나, 혼자서 문화 또는 예술을 감상하거나, 액티비티에 참여하거나, 모든 것을 놓고 푹 쉬는 휴식형 여행이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여행 산업은 완전 폐쇄한 상태다. 국민 대부분이 연금 상태라 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개인적 두려움과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오라는 곳도 없고, 갈 곳도 없다. 외부로의 연결은 거의 전부 스마트폰으로 이뤄진다.

스마트폰은 전화도 되고, TV·영화관·오락실·음악감상실·자판기 등 뭐든지 집 안으로 불러올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스마트폰은 볼거리·놀거리·할거리·살거리·먹거리 등을 원하는 대로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을 넘어 삶의 동반자가 됐다.

4. 여행의 중요 가치: 자기만족에서 위험회피로
이제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여행 중 마주치는 모든 사람, 상품과 서비스도 편안하지 않다. 낯선 사람은 경계심을 유발하고, 숙박여행은 불안하고, 매식은 편치 않고, 비용도 부담스럽다.

여행의 여가화∙일상화와 맞물려 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간편 여행이 편하고 마음 놓인다. 간단한 준비물을 갖고 혼자 또는 소수의 동반자와 인근 공원, 멀지 않은 산과 강에서 편안한 휴식을 찾는 피크닉이 좋은 대안으로 보인다. 휴양림, 수목원같은 것이 있으면 더욱 좋다. 어떤 경우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며, 안전은 낯선 사람·장소·사물과의 언택트다.

5. 여행의 모습: 여행이 다시 살아나면 어떤 모습이 될까?
당분간 많은 준비가 필요한 장기 숙박여행은 불가능하고, 간단한 나들이 같은 여행이 있을 뿐이다. 여행갈 여유도 없고, 갈 곳도 마땅치 않고, 낯선 사람과의 만남은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잠자리를 생각하면 숙박여행은 더 어렵고, 자녀가 있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과거와 같은 모습의 국내여행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개인의 먹고, 자고, 다니는 방식에 대한 생각과 행동이 다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즐기고 싶다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코로나19 종식 후의 여행산업은 이전과 전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가생활 자체가 바뀌었는데 여행이 그대로일 수는 없다.

6. 여행 기간: 초단기 여행과 장기 칩거형 여행
코로나19 전에도 국내 숙박여행의 80%가 2박 이내고, 점점 단기화 되는 추세였다. 여름휴가를 제외하면 3박 이상의 국내여행은 흔치 않았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여행의 근거리, 단기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 시대의 숙박여행은 여가라기보다는 모험과 도전에 가깝다. 호텔·펜션·민박 등 숙박업의 특징은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장소, 물건, 시설을 피해 갈 수 없다는 점이다.

모두가 꺼려지고 부담스럽다.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멀지 않은 곳으로 나들이에 가까운 가벼운 당일여행을 자주 하는 것이고, 이는 여행의 여가화·일상화라는 큰 추세와 잘 맞는다.

이와 반대로 인적 드물고 외부와의 교류가 적은 곳에서 장기간의 칩거형 여행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한 달 살기, 세컨드하우스나 장기임대 등의 활용이 많아져 여행기간의 양극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7. 이동수단의 선택: 승용차의 득세와 다변화
여행을 하더라도 가급적 대중교통은 피하고 싶다. 낯선 사람과 가까이 있는 것은 편치 않다. 내 소유 이동수단인 승용차가 안심된다. 목적지나 경로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승용차를 잘 활용하면 숙박여행도 좋고 당일여행도 좋다. 경우에 따라 음식, 취사도구, 텐트, 침구, TV까지 갖고 갈 수도 있다.

최근 몇 년전 열풍이었던 캠핑의 바람이 다시 불어오고 있다. 언택트 문화의 확산과 함께 여러 사람과의 접촉이 없고 가족간의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캠핑이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이다.

8. 여행 먹거리: 요식업, 식문화의 대변혁에 대응해야
먹거리도 안전이 우선이다. 모르는 곳에서의 외식은 불안하다. 음식의 재료, 조리, 상차림, 식기, 장소 모든 것이 미심쩍다. 주 식사는 개인별일지라도 반찬을 공유하기는 찜찜하다.

서빙스푼이 있어도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은 부담스럽고, 식당에서 주는 수저나 그릇 역시 편치 않다. 환경문제가 걱정되지만 1회용품의 장점을 외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한 끼의 식사가 문제가 아니라, 식문화가 문제다. 여행 중 식사는 중요하지만, 외식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가격과 맛보다 청결과 신뢰가 중요하게 될 것이다.

9. 숙박과 보건: 남의 손 타지 않은 침구·침실 없을까?
코로나19 이후 내 것이 아닌 물건, 남이 쓰던 물건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다. 콘도·펜션·민박이 아니라 최고급 호텔이나 리조트라도 불특정 다수가 사용한 것을 쓴다는 것은 불편하다.

특히 침구를 하루 밤 내내 쓰는 것은 정말 피하고 싶다. 잠자리 혁신은 먹거리보다 더 중요하다. 청결과 좋은 서비스 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하다는 신뢰다. 무슨 대비책을 세우고 실행해도 소비자가 확신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

숙박 환경에 대한 불안감을 확실히 해소해 주지 않으면 숙박업은 긴 터널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소비자는 텐트, 침구, 식기 모두 갖고 캠핑장을 가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고, 대체재로 홈캠핑을 할 수도 있다. 불편하겠지만 불안하지는 않다.

10. 여행: 떠나는 즐거움에서 지금·여기 중심으로
이제 여행계획 세우는 것의 즐거움은 의미 없다. 코로나19의 확산세에 따라 모든 것이 급변하는 상황이니 계획은 세울 수도 없고 세운대로 되지도 않는다. 여행의 여가화·일상화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여행 산업은 과거와 다를 수 밖에 없다. 근거리·단기간, 당일여행이라는 것은 현지인 중심일 수밖에 없다.

외지 여행소비자를 끌어들여 여기저기 다니게 하고, 장기간 머무르게 하는 연계 체류형 여행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금 그리고 여기’가 중요하다. ‘지금 그리고 여기’있는 사람들의 소비지출을 촉진하고, 만족시키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다.

자료제공=컨슈머인사이트

현재 여행산업은 산업 전체가 최악의 늪에 빠져 있다. 당분간은 백약이 무효일 가능성이 크고, 코로나19 종식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19를 벗어나면 사건 전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있고, 눌렸던 욕구가 분출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되든 간에 여행문화에 혁명적 변화가 있을 것이다. 특히 보건과 관계 깊은 식문화와 숙박문화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숙박∙식사∙이동∙활동 등을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다. 나아가 가족과 친지의 접촉도 축소할 수 있다. 또한, 몇 년 전부터 진행되어온 근거리∙단기간∙저비용∙일상화 현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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