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바마' 김태희 "작품 복귀 준비? 육아 병행하며 모성애 깊이 알아갔다"
실제 '엄마가 된' 김태희가, 작품에서도 엄마 역할로 돌아왔다. 지난 19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를 통해서다.
김태희가 5년 만에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선택하며 화제를 모았던 '하이바이, 마마!'(극본 권혜주, 연출 유제원)는 사고로 가족의 곁을 떠나게 된 차유리가 사별의 아픔을 딛고 새 인생을 시작한 남편 조강화와 딸아이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고스트 엄마의 49일 리얼 환생 스토리를 담았다. 김태희는 "마치 아름다운 동화 같은, 한 편의 긴 꿈을 꾸고 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차유리로 지냈던 동안 즐겁고 행복했다"는 김태희는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가치에 대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고 깨닫는 시간이 됐다. 좋은 드라마로 따뜻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서 너무나 뜻깊고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연기가 그리울 때 만난 작품이라 정말 행복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하이바이, 마마!'는 극 초반 새로운 '힐링 로맨스'의 탄생을 예감케하며 많은 시청자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그 중심에 김태희가 있었다. 오랜만의 복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김태희는 코믹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내공을 펼쳤다. 특히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딸 조서우(서우진)를 향한 진한 모성애였다.
김태희 역시 이러한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며 "유리의 밝고 단순하고 긍정적인 성격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어 사전에 호흡을 맞춰보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서 유리의 톤을 잡고, 유리의 감정선만 따라가며 연기했다. 대본이 진심으로 느끼며 연기할 수 있도록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하이바이, 마마!'는 김태희에게 있어 "진심은 결국 통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 너무나 고마운 작품"이라고. 김태희는 "아이가 생기고 나서 만난 작품이라 모성애에 대해 공감과 이해가 됐다"라며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거나 잘못되면 다 내 책임인 것 같고,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희생하고 헌신할 수 있는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된 작품"이라고 작품에 대한 애틋함을 전했다.
하지만 극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아쉬운 전개라는 평을 얻었다. 차유리의 환생미션 첫 목표는 자신의 딸 곁에 붙은 귀신들만 떼어내고 승천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중한 이들과 재회한 뒤 심경의 변화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결국 자신이 귀신으로 돌아가야만 딸이 귀신을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희생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사실 당연할 수 밖에 없는 감정이지만, 모성애가 희생으로 귀결되는 것은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많이 보여진 바 있다. '두 번 살게 된 경험'에도 결국 또 다시 죽음을 선택하는 유리의 삶을 응원했던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낸 것. 다만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 과거와 달리, 비록 그 끝은 달라지지 않더라도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생겼고, 이를 통해 소중한 사람들과 치유의 시간을 나눌 수 있었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김태희는 작품의 결말과 관련해 "드라마 마지막회를 본방 보고 나서 며칠 후 다시 한 번 더 봤다. 귀신일 때부터 사람이 되는 순간을 겪고, 그 후 49일 동안을 사람으로 살며 모든 감정을 다 겪은 후에 유리가 충분히 내릴 수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죽음을 맞았고, 귀신으로서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5년간 맴돌며 유리가 깨달은 것들은 정말 많았을 것이다"라며 "내가 엄마가 되어본 적이 없었다면 이해하기 힘들었을 감정일지도 모르지만 순간순간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도 결국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게 모성애의 위대함이 아닌가 싶다"는 진심을 전했다.
물론 이러한 것 외에도 많은 성과를 거둔 작품이다. 오랜 공백기를 보내고 돌아온 김태희의 연기력에 대해 좋은 평가가 이어졌다. 어떻게 작품 준비를 했는지 묻자 "늘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면 설렘보다는 긴장과 걱정이 컸던 것 같은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도 동시에 육아를 병행해야해서 그 덕분에 걱정을 할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라며 김태희는 "오히려 모성애라는 감정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갈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러한 감정을 깨달았기에 복귀작으로 '엄마 역할'을 선택할 수도 있었던 것이 아닐까. 사실 엄마 역할에 도전하는 것은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일이지만, 작품 선택에 있어 오히려 제약이 생겨나는 일이기도 하다. 여배우로서 '프레임'이 생겨날 수도 있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
김태희는 "28세 때 '싸움'이라는 영화에서 설경구 선배님과 이혼해서도 계속 싸우는 이혼녀 역할을 했다. 그 당시 물론 결혼한 적도, 이혼한 적도 없었지만 연애를 하며 사랑하고 싸우고 헤어져 본 경험을 통해 충분히 공감이 가는 캐릭터와 스토리였기에 도전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무엇보다도 내가 공감하고 연기하고 싶은 역할이라면 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캐릭터와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
작품을 마친 김태희는 당분간은 집안일과 육아에 집중하면서 개인의 삶을 충실하고 성숙하게 살고 싶다며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좋은 작품을 빠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여기에 한 뼘 더 성숙해져서 돌아올 김태희의 다음은 어떤 모습일지 향후 행보에 많은 기대가 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