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대한항공, 1조 규모 유상증자 추진
코로나 여파로 수익활동 사실상 중단
만기도래 차입금·리스료 등 금융비용, ABS 조기상황 리스크 확대
코로나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항공이 최대 1조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대 1조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와 주관사 및 인수단 구성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주관사 및 인수단 구성이 완료되면 유상증자 시행 시점과 구체적인 자금조달 규모, 할인율 등 세부적인 사항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코로나 여파로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본확충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목적에서다. 채권단 지원 이외에는 사실상 자력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막힌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유상증자를 선택한 측면이 있다.
코로나 여파로 주력인 여객부문에서의 수익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국제선 여객수는 1월 전년 대비 1.2% 감소한 약 174만명, 2월 36.6% 줄어든 약 103만명을 기록한 뒤 3월에는 87.4% 급감한 약 21만명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은 만기도래 차입금과 리스료 등 금융비용에 대응할 방법이 거의 없는 상태다. 항공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조기상환 리스크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대한항공이 보유한 ABS 잔액은 1조3200억원이다. 최근 발행한 ABS까지 고려하면 2조원에 가까운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영구채권을 포함한 회사채 잔액 또한 2조2000억원에 달한다.
또한 미국의 자회사인 한진인터내셔널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커진 점도 대한항공 유동성에 또 다른 위기다. 지난 17일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진인터내셔널의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강등했다. 신용등급 'CCC'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매우 큰 투기등급 수준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윌셔 그랜드 호텔 센터를 운영 중인 한진인터내셔널의 차입금은 총 8억9700만달러(약 1조원)로 오는 9~10월에 만기를 맞는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고 있어 자칫 자회사의 유동성 위기가 모회사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