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생의 소중함을 전하는 따뜻한 다큐멘터리 영화 ‘아이 엠 브리딩’
‘연말 우울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연말이면 우울함을 호소하는 이가 많아진다. 크리스마스와 송년회 등으로 들썩이는 분위기 속에 몸은 바빠지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을 돌보지 못한 탓이다. 또한, 연말에는 남들과 나를 비교하며 상대적인 박탈감에 빠져 무력감을 느끼기도 쉽다. 겨울철에는 일조량이 줄어 ‘행복 호르몬’이라 부르는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드는 것도 우울함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다.
‘연말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햇볕을 쬐는 시간을 늘려 세로토닌 분비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다독여주는 영화 한 편을 보는 것도 큰 힘이 된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아이 엠 브리딩’은 연말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되는 부류의 이야기다. 예기치 못한 변화로부터 인생의 아름다움을 되찾으려는 한 남자의 도전을 담은 영화는 삶과 사랑,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영화는 서른셋의 나이에 루게릭병을 진단받은 영국의 건축가 닐 플랫의 실화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아들 오스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닐은 자신이 루게릭병에 걸렸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아직 명확한 원인이나 치료법이 알려지지 않은 루게릭병은 대부분 2~3년 안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불치병이다. 닐은 10년 전 루게릭병으로 아버지를 잃었고, 의사에게 자신도 루게릭병에 걸릴 확률이 50%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고백한다. 당시 의사는 혹시 모를 그의 발병 시기를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 즈음으로 예상했지만, 불치병은 너무 빨리 찾아왔다. 그리고 아들 오스카의 돌이 될 즈음 닐은 호흡기 없이 숨쉬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악화한다.
하지만 닐은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절망하는 데 허비하지 않았다. 그는 날마다 ‘화나고 끔찍하지만 재미있고 즐거운’ 이야기를 음성인식 컴퓨터를 통해 블로그에 써 내려가며, 자신과 마찬가지로 루게릭병에 걸릴 확률이 50%인 아들 오스카를 위한 특별한 도전에 나선다. 자신의 이야기가 퍼져 나가면, 루게릭병에 관한 연구 기금도 많이 모이게 되리라 생각한 것이다.
영화는 불치병 환자 닐과 그의 가족들의 투병기를 담고 있지만, 여느 다큐멘터리와 달리 신파로 흐르지 않는다. 가족들이 직접 찍은 홈비디오 속 ‘닐’은 호흡기를 달고, 홀로 움직이지 못할 뿐 그의 삶은 우리네 일상과 그리 특별할 게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투병기와 교차해 펼쳐지는 그가 발병하기 전의 이야기들 역시 그렇다.
투병으로 인한 ‘고통’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 대신 일상의 가치와 살아 숨 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더 초점을 맞추는 영화는 감정의 과잉 없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덤덤히 흘러간다. 그래서 영화는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평범한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아간 닐의 실화로 큰 울림을 선사하는 영화 ‘아이 엠 브리딩’은 지금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