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영화 ‘업사이드’도 그렇다. 이 영화는 상위 1% 재력가 필립과 하위 1%에 속하는 반건달 델의 우정이라는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빈털터리인데다 전과기록까지 있는 ‘델(케빈 하트)’은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된 뉴욕의 주식 부자 ‘필립(브라이언 크랜스톤)’의 간병인으로 취직한다. 필립이 다른 후보자들과 달리 자신을 동정하지 않는 델을 낙점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생을 반건달로 살아온 델이 간병인의 자질을 갖췄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델로 인해 필립은 잠시나마 자신의 장애를 잊고 웃을 수 있게 된다. 델 역시 필립으로 인해 좀 더 바른 사람으로 변해간다. 그렇게 필립과 델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진정한 우정을 쌓아간다.

사진=영화 '업사이드' 스틸컷

영화 ‘업사이드’는 전신 마비 백만장자와 무일푼 간병인의 특별한 우정을 통해 감동을 전달할 뿐 아니라 시종일관 유쾌한 코미디로 재미까지 선사한다. 덕분에 2019년 1월 개봉한 영화는 북미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 자리를 지켜온 ‘아쿠아맨’을 제치는 대반전을 일으키며 흥행 여세를 몰아갔고, 끊임없는 입소문을 타고 단숨에 북미 흥행 수익 1억 달러를 돌파한 화제의 작품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 모든 업적의 달성이 영화 ‘업사이드’만의 힘이라 말하긴 어렵다. 영화 ‘업사이드’는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의 리메이크작으로 기본적인 줄거리는 물론 소소한 에피소드, 화면의 구성까지 많은 부분을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사진=영화 '언터처블' 스틸컷

물론 원작인 ‘언터처블’과 ‘업사이드’는 다른 점도 많다. 언터처블의 1% 하위인 ‘드리스(오마 사이)’는 가진 것이라곤 건강한 신체뿐인 가난한 대가족의 큰아들로, 그가 상위 1%의 귀족 ‘필립(프랑수아 클루제)’을 찾은 것은 실업급여 신청에 필요한 구직 노력 증빙서에 사인을 받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업사이드는 1% 하위를 맡은 ‘델’은 미국 사정에 맞게 이혼당한 가장으로 변경됐다.

언터처블의 ‘필립’은 펜팔녀와 좋은 결실을 보지만, 업사이드의 ‘필립’은 펜팔녀에게 차이고 그를 비서처럼 돌보던 ‘이본’(니콜 키드먼)과 연결된다. 이외에 언터처블에서는 두 사람의 우정을 확인하는 행글라이더 신이 필립의 주도로 이루어지지만, 업사이드에서는 필립이 아닌 델의 주도하에 이루어진다는 것도 다른 부분이다.

사진=영화 '업사이드' 스틸컷

사진=영화 '언터처블' 스틸컷

특히 두 영화의 분위기는 가장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언터처블은 도처에 깔린 소소한 유머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영화 특유의 진지함이 묻어난다. 업사이드에는 헐리우드 영화 특유의 껄렁함과 시시콜콜한 농담이 가득하다. 덕분에 업사이드는 언터처블보다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보는 이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원작인 ‘언터처블’에 조금 더 마음이 기울지만, 이 두 영화는 순한 맛과 매운맛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맛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카레와 같지 않나 싶다. 어느 영화를 봐도 비슷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언터처블’과 ‘업사이드’. 적어도 두 편 중 하나는 꼭 한번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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