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우리말] 같은 듯 다른 ‘경신’, ‘갱신’ 헷갈릴 땐 이렇게!
한자어 ‘更新’은 사람들을 많이 헷갈리게 한다. 한자 ‘更’은 ‘다시 갱’과 ‘고칠 경’이라는 두 개의 뜻과 음을 갖고 있어, ‘更新’도 상황에 따라 ‘경신’ 또는 ‘갱신’이라고 다르게 읽히는 탓이다.
사실 ‘경신’과 ‘갱신’의 기본 뜻은 모두 ‘이미 있던 것을 고쳐 새롭게 한다’이다. 그럼에도 이 둘을 각각 구분해 사용하는 이유는 발음에 따라 서로에게 없는 뜻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경신’은 ‘기록경기 따위에서 종전의 기록을 깨뜨림’이라는 뜻이 있지만, ‘갱신’에는 이런 뜻이 없다. 또한 ‘경신’은 ‘갱신’에는 없는 ‘어떤 분야의 종전 최고치나 최저치를 깨뜨림’이라는 뜻도 있다.
반대로 ‘갱신’은 ‘경신’에는 없는 ‘법률관계의 존속 기간이 끝났을 때 그 기간을 연장하는 일’이라는 뜻이 있으며, ‘기존 내용을 변동된 사실에 따라 변경·추가·삭제하는 일’을 나타내는 컴퓨터 용어로도 사용된다.
이와 같은 차이로 경신은 주로 ‘마라톤 세계 기록 경신’, ‘최대 전력 수요 경신’ 등에 사용하며, 갱신은 ‘운전면허증 갱신’, ‘비자 갱신’, ‘계약 갱신’, ‘자동 등록 시스템 갱신’ 등에 사용한다.
하지만 단순히 끝난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아닌, 이미 맺은 계약을 고쳐서 새롭게 하는 경우에는 ‘계약 경신’이라는 말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경신’과 ‘갱신’을 구분할 때는 먼저 문맥을 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며, 이런 구분이 헷갈릴 때는 ‘경신’이나 ‘갱신’ 대신 ‘고침’이나 ‘다시 고침’ 등의 순화어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