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S RP 사용해 보니... 많은 장점과 결정적인 단점 하나, 프로는 보지 마세요
EOS RP는 가격 이상의 성능과 완성도를 갖춘 카메라다. 단점으로 지적받는 4K 부분을 제외하면 160만원대에 구할 수 있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중 가장 뛰어나다. 그 명확한 한계 내에서 말이다.
EOS RP는 상급 기종인 EOS R이 지원하는 가장 최신의 캐논 AF 성능을 대부분 갖췄다. 인물촬영에 최적화된 듀얼픽셀 AF와 눈 검출 AF는 기본이다. 캐논 DSLR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한 번쯤 경험해봤을 핀 스트레스는 최소한 RF 렌즈를 사용하는 EOS RP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연사 속도는 6D Mark II 보다 떨어지지만, 디직 8의 향상된 이미지 프로세서 성능과 넉넉한 메모리로 연사를 마음껏 사용해도 쾌적하게 촬영할 수 있다.(최대 연속 촬영 매수 RAW 기준 약 50매)
자유로운 각도로 움직이는 풀터치 LCD는 RF 35mm MACRO 렌즈와 궁합이 좋다. 사진이든 영상이든 터치AF로 고정해 놓고 카메라를 움직이면 가까운 거리에서도 원하는 구도를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설정을 바꾸고 싶으면 화면을 두세 번 터치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모드를 적용할 수 있다. 직관적으로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초보자도 금세 적응할 수 있다.
사진만 놓고 보면 어디 하나 모자람이 없다. AF, 연사 모두 상위 기종과 성능에 큰 차이가 없고, 캐논 DSLR과 비교하려면 두배, 세배 비싼 플래그십 모델과 비슷하다. RF 렌즈의 성능과 화질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 고화질 저용량인 포맷인 C-RAW도 지원해 후보정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440g에 불과한 바디는 휴대성면에서 기존 캐논 카메라를 압도한다. 렌즈 규격은 조금 크다고 해도 RF 렌즈나 EF 렌즈나 나란히 놓고 보면 거의 차이가 없다. 일상에서 가볍게 사용하기에 최적화됐다. EF 렌즈는 어댑터를 사용해야 하지만, AF 속도나 화질면에서 EF 마운트를 사용하면 캐논 DSLR 카메라와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70-200mm F4같이 콤팩트한 망원렌즈는 한 몸처럼 균형이 잘 맞는다.
RF/EF 렌즈만 사용하고 풀HD 해상도만 사용하고, 영상 색보정을 하지 않는다면 EOS RP의 동영상 성능은 쓸만하다. 마이크와 헤드폰 단자도 갖췄고 믿을만한 캐논 색감은 그대로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EOS RP를 전문가나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추천하기 어려운 이유는 배터리다. 바디 크기만큼 작은 배터리는 공식적으로 250장의 사진만 찍을 수 있다. 실사용 시 200장만 찍어도 배터리가 깜빡거린다는 경험담도 여러 커뮤니티에서 목격된다. 동영상을 찍어보면 배터리가 소진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여행지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찍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하면 배터리 두세 개로는 불안하다. 충전 시간까지 고려하면 추가 충전기나 보조 배터리는 필수가 된다.
정리해보자. EOS RP는 훌륭한 사진 성능과 편의성을 갖춘 가성비 넘치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다. 다만, 한 번에 수백, 수천장씩 사진을 찍거나 온종일 동영상을 기록하려는 사람에게 적합하지 않을 뿐이다. 4K 동영상이 카메라 선택의 기준이 된다면 다른 선택지가 얼마든지 있다.
EOS RP를 타사 APS-C 포맷 카메라와 비교하려는 시도는 시간 낭비다. EOS RP는 캐논 렌즈를 사용한다는 가정하에 유효한 카메라다. 아무리 가성비가 좋다고 해도 캐논이 아닌 카메라와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 동영상 성능이 비교의 핵심이라면 EOS RP가 아닌 EOS R을 살펴보거나 m50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