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스틸러] "우럭→차파국→?"…김병철에게 '별명'이 생기면 '작품'도 뜬다
최근 출연하는 작품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며, 흥행 보증 수표로 자리매김한 배우가 있다. 매 작품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김병철'의 이야기다.
2003년 영화 <황산벌>로 데뷔한 김병철은 주로 스크린과 연극 무대에서 활약을 펼치던 중, 2010년을 기점으로 브라운관까지 활동 영역을 넓힌다. 하지만 이견이 없는 출중한 연기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빛을 보지 못하고 긴 무명의 세월을 보냈다. 이러한 김병철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김은숙 작가의 힘이 컸다. <태양의 후예>를 시작으로,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미스터 션샤인>까지 세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며,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다.
김병철의 '작품 흥행史'는 그에게 생긴 '별명'을 보면 알 수 있다. 김병철은 <태양의 후예> 이후 '우럭 닮은 양반'이라고 불렸고, <도깨비>에서는 '파국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 <SKY캐슬>의 작중 이름과 '파국'이라는 별명을 합쳐 '차파국'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에 현재 출연 중인 <닥터 프리즈너> 제작발표회에서 "새로운 별명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먼저 <태양의 후예>에서 김병철은 특전사 중령 박병수를 연기했다. 유시진(송중기)의 직속 상관이자, 진급에 목을 매는 전형적인 군인으로, 인색한 성격 탓에 부하들의 신임을 얻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내심 속으로는 부하들을 아끼고, 목숨을 귀하게 여겼다. 김병철은 군인 역할에 딱 맞는 연기 톤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물론, 날카로운 눈빛이 더해져 캐릭터를 잘 살렸다는 평을 얻었다.
하지만 강모연(송혜교)의 대사 중 김병철을 지칭하며, "우럭 닮은 양반!"이라고 표현했던 것이 가장 화제를 모았고, 해당 대사가 별명으로 붙었다. 이후 김병철은 KBS 2TV '연예가 중계'와의 인터뷰에서 "'태양의 후예'의 대본에 있었던 대사인데, 작가님께 내가 우럭 닮았냐고 하니까 '닮았어 너'라고 하셨다. 우럭이 나보다 훨씬 유명한 존재라 좋게 생각했다"며 웃어 넘기는 쿨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도깨비> 속 김병철은 독보적 악역 박중헌을 맡았다. 극 초반에는 왕권을 주무르는 간신으로 등장, 왕여(김민재→이동욱)의 질투심을 자극해 김선(김소현→유인나)과 김신(공유) 남매를 죽게 만든다. 이후 '도깨비'가 된 김신에 의해 죽임을 당했지만, 기타 누락자가 되어 이승을 떠돌며 사람들이 악행을 저지르게 만들고, 그 독기로 살아남은 악귀로 등장한다.
이러한 박중헌을 죽이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무(無)'로 돌아가야 했다. 이에 김신은 박중헌을 베는 것에 성공하지만, 그로 인해 자신도 사라지게 된다. 이때 박중헌은 "보아라, 결국 파국이다"라는 말을 남겼고, 이후 '파국좌', '파국갑' 등의 별명을 얻게 됐다.
이처럼 개성 강한 연기로 별명을 얻은 김병철은 <SKY 캐슬>에서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특히 <SKY 캐슬>은 1.7%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차츰 입소문이 퍼지면서 23.8%라는 시청률을 기록,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 기록을 달성했다. 특히 <SKY 캐슬> 이전에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 기록을 보유하던 것은 <도깨비>로, 두 작품에 모두 출연한 김병철에게는 더욱 의미가 깊다.
극 중 김병철이 맡은 차민혁은 신분 상승을 꿈꾸는 야망의 화신으로, 흙수저 출신이라는 열등감이 있으면서 동시에, 그러한 상황에도 성공한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던 인물이다. 이에 자신의 자녀들이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기를 바라며 강압적인 방식으로 학습을 강요했고, 이로 인해 홀로 남겨지게 되는 등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이로 인해 <도깨비>에서의 별명과 섞여 '차파국'이라는 애칭을 얻게 된다. 이후 아내 노승혜(윤세아)에게 취중진담으로 구구절절 고백해 다시 가정을 회복한다.
김병철은 고압적이면서 가부장적이지만,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아버지'를 잘 표현했으며, 동시에 은근한 웃음을 주는 '개그 캐릭터'로서도 활약했다. 블랙 코미디라는 작품 장르에 딱 맞는 연기력을 보여준 것. 다만 김병철은 극의 모습과는 정반대로 배려심 깊고, 주변을 잘 챙기는 성격이라 극 중 부부 사이로 출연한 윤세아와 김병철 모두 '미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두 사람을 지지하는 시청자들도 생기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제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김병철은 KBS 2TV <닥터 프리즈너>에 출연 중이다. 극 중 김병철은 교도소 VIP들의 편의를 봐주며 부와 권력을 쌓아 '교도소의 왕'으로 군림하는 의료과장 선민식을 맡았다.
앞서 제작진 측은 김병철에 대해 "아주 매력적이고 강력한 무기"라며 "그가 연기하는 선민식은 상대의 욕망을 활용하는 아주 영리한 협상가인 동시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혹한 사냥꾼으로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전율과 긴장감을 선사할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이러한 제작진의 호언장담처럼 김병철은 '선민식'에 자신의 색깔을 더해 숨막히는 악역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나이제' 역을 맡은 남궁민과 날 선 카리스마로 대립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연기 대결에 힘입어 시청률 역시 순항 중이다. 첫 방송에서 8.4%로 시작한 시청률은 다음 회차 만에 14.1%를 기록하며 놀라운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에 격이 다른 악역 연기를 펼치고 있는 김병철이 <닥터 프리즈너>를 통해 어떤 별명을 얻을 것인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매주 수, 목 밤 10시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