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이 인정한 봄의 시작일! 세계의 ‘춘분’ 이야기
봄비가 촉촉하게 대지를 적신 오늘은 24절기 중 네 번째 절기 ‘춘분(春分)’이다.
춘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라 알려졌지만, 실제 춘분의 낮과 밤의 길이가 매해 똑같지는 않다. 일출, 일몰 시각은 태양 윗부분이 수평선과 지평선에 닿는 시각을 기준으로 하지만, 춘분의 낮과 밤은 태양의 중심과 일치하는 시각으로 계산해 태양 반지름만큼의 오차가 생기는 탓이다. 올해 춘분인 오늘은 낮의 길이가 12시간 8분으로 밤보다 더 길다.
우리 조상들은 춘분 날씨를 보고 그 해 농사의 풍흉 등을 점쳤는데, 춘분에는 구름이 많고 어두워야 좋다고 여겼다.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고, 춘분에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면 열병이 들어 만물이 자라지 못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외에 춘분의 구름 색이 푸르면 농사에 충해를 입고, 구름 색이 검으면 수해를, 누런 색이면 풍년이 든다고 점치기도 했다.
한편, 동서양을 막론하고 춘분이 되면, 본격적인 봄이 시작된 것으로 여겨왔다. 우리 조상들은 춘분을 전후해서 봄보리를 갈았고, 담을 고치고, 들나물도 캐어 먹었다.
서양에서는 춘분부터 봄이 시작되었다고 여겼으며, 기독교에서는 춘분을 부활절 계산을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는 부활절은 매년 춘분 후 첫 번째 보름 다음에 오는 첫 일요일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이슬람 국가들은 보리의 파종 시기인 춘분 전후를 정초로 여겨, 춘분부터 열흘 동안 신년 제례 행사를 진행했다.
고대로부터 춘분을 새해의 시작이라 여겨온 멕시코에서는 춘분이 되면, 전국의 유적지 등에 새해의 새 태양의 에너지를 받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멕시코의 고대 신전 등에서는 춘분에 맞춰 신비한 현상이 나타나도록 설계된 건물이 많아, 지금도 그 놀라운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은 1948년부터 춘분과 추분을 ‘계절 변화를 앞두고 자연을 기리며, 생물을 소중히 하는 날’이라고 하여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춘분의 날(春分の日)’ 조상에 성묘를 하러 가거나 ‘하나미(花見)’라 불리는 꽃구경에 나선다.
국내에서도 춘분의 신비한 자연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국보 31호인 첨성대다. 춘분에는 태양이 하늘 한가운데 온 순간, 첨성대의 정 중앙에 뚫린 네모난 창문에 광선이 창문 속까지 완전히 비쳐 춘분 분점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