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10e가 ‘어쩌면’ 갤럭시S10보다 더 매력적일 수 있는 이유
갤럭시노트9을 손에 쥐고 생각했다.
"앞으로 몇 년간은 바꿀 일 없겠는 걸"
갤럭시S10이 공개되던 날, 프레젠테이션을 보며 이 생각은 보기 좋게 틀렸음을 직감했다.
갤럭시 폴드는 혁신을 보여줬지만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S10에는 혁신보다 더 중요한, 잘 정돈된 하이테크 기기만의 매력이 가득했다. 화면에서 이뤄지는 지문인식, 달리면서 찍어도 흔들림 없는 동영상과 핀홀 디스플레이까지, 기존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요소를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가격도 아이폰X와 달리 거만하지 않고 그야말로 딱 적당하게 책정한 부분도 좋았다.
시간이 지나 흥분이 가라앉고 나니, 갤럭시S10과 갤럭시S10e의 차이점이 눈에 들어왔다. 같은 듯 다른 점이 많았다. S10e는 단순히 S10의 저렴한 버전이 아니었다. 알면 알수록 S10e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디스플레이 – 크기와 해상도 그리고 사용성
우선 눈에 띄는 차이점은 디스플레이다. 갤럭시S10은 6.1인치 아몰레드+ 화면에 1440x3040 QHD 해상도(550 ppi)이며 전면은 고릴라 글라스 6 후면은 고릴라 글라스 5를 적용했다. 갤럭시S10e는 5.8인치 아몰레드+에 1080x2280 풀HD 해상도(438 ppi)이며 전후면 모두 골리라 글라스 5를 적용했다.
0.3인치의 크기 차이와 플래그십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한쪽은 QHD 한쪽은 풀HD 해상도를 지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의 눈으로 해상도 차이를 잡아내긴 어렵다. 그보다는 전체적인 크기가 작은 S10e가 한 손에 쥐고 사용하기 편하다. 손이 NBA 선수만하지 않다면 S10을 한 손에 쥐고 끝에서 끝까지 엄지손가락만으로 조작하기는 어렵다.
더 결정적인 차이는 디스플레이 형태다. S10은 측면 베젤 끝까지 화면인 엣지 디스플레이를 유지했고 S10e는 상하좌우 베젤이 모두 같은 플랫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엣지 디스플레이는 잘 알려진 것처럼 장단이 분명하다. 스마트폰 전체를 화면으로 덮은 듯 시원한 개방감과 멋진 디자인이지만, 내구성이 약해 악성 AS의 주범이다. 양 측면에 터치간섭도 심하게 일어난다. 이런 이유로 플랫 디스플레이를 기다렸던 사용자들이 많다.
작년 이맘 때, 해외 출장 바로 전날 밤, 단 한 번의 낙하로 엣지 디스플레이가 박살이 나서 급히 중고폰을 사서 유심만 교체해 사용한 쓰라린 경험이 S10e를 한 번 더 쳐다보게 만든다.
지문인식
갤럭시S10은 화면하단에 초음파로 지문을 인식하는 '울트라소닉 지문인식 스캐너'를 내장했다. 삼성뿐 아니라 화웨이, 샤오미도 모두 지원하는 기능이긴 해도 버튼이 없는 스마트폰을 향한 확실한 한 걸음이라는 점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다.(반면, 삼성이 자랑하던 홍채인식은 슬그머니 들어가 버렸다.)
갤럭시S10e는 고전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오른쪽 측면 전원버튼에 지문인식이 통합됐다. 구식이라 부르기에 어색하지만 신선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S10은 손가락에 물이나 이물질이 묻어도 지문은 인식할 수 있는데 S10e는 고추장이라도 묻으면 손가락에서건 기기에서건 닦아내야만 정상 작동한다.
이 부분도 장단이 있다. 지문인식 스캐너가 화면 아래에 있고 크기가 작아서 S10의 화면이 꺼지면 정확한 위치를 찾기 어렵다. 정말로 손가락에 이물질이 묻은 상태라면 버튼이 아니라 화면을 닦아내야 하는 불편함도 생긴다. 화면 하단에 있다는 점도 UI를 생각하면 자연스럽지 못하다.
S10e는 스마트폰을 쥐었을 때 자연스레 손가락이 오는 위치에 지문인식이 있어서 편하다. 버튼이니까 이물질이 묻었다고 해도 화면을 보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전원과 일체형이니 일단 화면을 켜서 다른 방식으로 잠금을 풀어도 된다.
S10e의 지문 스캐너는 스크롤을 지원해 갤럭시S10 공개와 함께 발표한 '원 UI(One UI)'를 활성화할 수 있다. 화면 상단을 쓸어내리는 대신 스캐너를 쓸어내리면 안드로이드 특유의 바로가기 버튼이 활성화되고 한 번 더 쓸면 원 UI를 사용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사용자 반응을 살펴보면 이 기능의 편리함을 칭송하는 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격
두 모델은 같은 저장용량을 기준으로 약 15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 갤럭시S10 시리즈는, 아이폰과 달리, 마이크로SD 카드로 용량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128GB 모델을 사도 충분한다. 256GB 마이크로SD 카드가 5만 원 정도니까 10만원을 아끼거나 액세서리에 더 투자할 수 있다.
후면 카메라 성능, 메모리와 배터리 용량 등 절대적인 사양만 놓고 보면 갤럭시S10이 플래그십에 더 어울리는 성능을 갖췄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화면 크기가 더 작고 해상도도 낮기 때문에 배터리 용량이 적어도 사용시간은 비슷한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여담이지만, 삼성과 화웨이가 폴더블 폰으로 경쟁하는 시점에 20년 전 PDA 폰 스타일을 다시 들고 나온 LG전자의 대담함은 정말 의문이다. 대형 TV스크린도 돌돌 말았다가 펼칠 수 있는 외계인급 기술력을 갖춘 브랜드의 제품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조악한 디자인은 누군가 포토샵으로 장난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실제로 악성 루머가 아닌지 살펴봤을 정도다.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생각이 아니라면, 제발 부탁이니, 다음에는 꼼짝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롤러블 올레드 스마트폰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