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 고국의 품으로…
조선의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1822∼1824)가 한글로 쓴 책 '자경전기(慈慶殿記)'와 '규훈(閨訓)' 등 총 68점이 국내에 돌아왔다.
문화재청은 덕온공주가 한글로 쓴 '자경전기(慈慶殿記)'와 '규훈(閨訓)'을 비롯한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를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매입해 국내로 들여왔다.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는 윤씨 집안으로 하가(下嫁, 공주가 시집을 감)한 조선 23대 임금 순조의 셋째 딸인 덕온공주와 양자 윤용구, 손녀 윤백영 등 왕실 후손이 3대에 걸쳐 작성한 한글 책과 편지, 서예작품 등 총 68점이다.
이번에 환수된 자료들은 조선왕실의 한글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들이다. 이중에서도 덕온공주가 아름다운 한글 궁체로 손수 쓴 '자경전기(慈慶殿記)'와 '규훈(閨訓)'이 주목을 끈다. 자경전기(慈慶殿記)는 1808년 순조가 정조비 효의왕후의 명에 따라 창경궁 자경전에 대해 쓴 책이며, 규훈(閨訓)은 여성들이 지켜야 할 덕목과 예절에 관한 책이다.
또한, 이번에 환수된 자료에는 왕실에서 작성한 한글 편지와 왕실 여성들을 위한 한글 역사서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한글 편지들은 덕온공주의 어머니 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에게 딸의 근황을 묻는 편지를 비롯하여, 신정왕후(추존왕 익종 비, 제24대 헌종의 어머니), 명헌왕후(헌종 계비), 철인왕후(철종 비), 명성황후(고종 비) 등이 직접 쓰거나 상궁이 대필해서 덕온공주 집안에 보낸 것들이다. 이 중에는 조선 최고의 한글 명필로 알려진 궁중여성 서기 이씨(書記 李氏)가 대필한 편지도 있어 사료적 중요성이 크다.
이외에도 덕온공주의 손녀인 윤백영은 일제강점기에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한글 궁체로 쓴 서예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입선하였으며, 전통적인 한글 궁체를 현대적인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인물이다.
이번에 환수된 68점의 한글 자료는 조선 왕실 여성들의 생활 속에서 한글이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줄 뿐만 아니라 왕실에서 사용하였던 아름다운 한글 궁체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높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을 지낸 국어학자 이종덕 박사는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 자료'는 기존에 소개된 단편적인 왕실 편지나 소설과는 차원이 다른 자료로서, 왕실 부마 집안의 일괄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왕실인물의 개인적인 삶을 엿볼 수 있어서 역사적 가치가 크다고 환수의 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