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솔루션과 막걸리집 철학 사이
SBS 인기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때아닌 막걸리 논쟁이 불거졌다. 수제 막걸리를 만드는 대전의 막걸리 집 사장과 백종원 씨의 설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설전의 배경은 막걸리 맛을 결정하는 요소에 대한 이견. 백종원 씨는 물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고, 해당 사장은 누룩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둘은 어떤 요소를 가지길래 이렇게 설전을 벌이게 된 것일까? 그리고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사진=sbs 골목식당 캡쳐

백종원 씨의 의견 ‘물이 중요하다’

백종원 씨는 막걸리 집 사장에게 수돗물을 쓰는 부분을 고치라고 말했다. 최소한 정수는 쓰라는 것이었다. 실은 막걸리는 물맛이 무척 중요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물은 와인을 비롯한 과실주를 제외하고는 술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막걸리의 경우 80% 이상이 수분이며, 막걸리가 되기 전의 밥 짓기부터 설거지까지 모두 물이 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물맛, 나아가 술맛을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위생적인 부분이며, 두 번째가 미네랄의 여부다. 미네랄의 여부만 다뤄본다면, 일반적으로 칼슘과 마그네슘의 양이 적은 것은 연수, 많은 것은 경수라고 한다. 밥과 차, 술에는 기본적으로 연수가 어울린다. 우리나라가 물을 듬뿍 넣은 밥, 찌개, 차 그리고 막걸리에 물을 많이 넣는 이유는 물이 연수이기 때문이다.

막걸리집 사장이 약수를 떠와서 술을 빚기는 했지만, 백종원 씨가 언급한대로 약수라고 무조건 술 빚기에 좋은 물은 아니다. 다양한 미네랄이 술 빚기를 방해할 수도 있고 좋은 향을 내지 않게도 하기 때문이다. 즉 성분분석이 안되어 있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의미다.

동시에 경수라고 해서 세상의 모든 음식에 다 나쁜 맛을 내는 것은 아니다. 약경수의 물은 진한 국물 및 카레 등을 만들 때는 좋은 맛을 내기도 하며, 오히려 칼슘, 칼륨이 잘 배합되어 있는 경수는 명수라고도 불린다. 대표적으로 초정리 광천수 등이다. 하지만 술에 있어서는 연수를 쓰는 것이 맛이 부드러워진다.

<연수 및 경수의 대표 제품>
연수
경도 : 약 10~60ppm
대표제품 : 삼다*, 백산* 등

약한 경수
경도 : 약 60~120ppm
대표제품 : 상수도 및 여러 생수 등

경수
경도 : 약 100~180ppm
대표제품 : 한국 생수는 거의 없음

강한 경수
경도 : 약 180ppm
대표제품 : 에비* 등

이번에 가장 이슈가 된 것은 바로 수돗물이다. 그 부분을 막걸리집 사장이 지적을 당했다.

실은 수돗물은 유럽의 물과 비교한다면 연수에 속한다. 하지만 연수의 분류에 있는 생수와 비교하면 살짝 경도는 있는 편이다. 이유는 대부분의 국산 생수는 여과 과정을 거치면서 완전 연수로 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막걸리 빚기에 좋은 물을 쓴다면 수돗물보다는 경도가 낮은 물이 날 수 있다. 대신 일반인이 이러한 물을 찾기는 쉽지 않다. 연수기를 쓰면 너무 경도가 낮아 발효가 잘 안되거나 비린 맛이 날 수 있으며, 생수를 쓰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실은 수돗물에 대한 고민은 따로 있다. 염소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아마도 백종원 씨는 이 부분을 지적한 듯 하다. 염소는 수인성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빼놓을 수 없는 약품이다. 각 가정까지 가는 동안 미생물의 재 번식을 막기 위해 정수 처리 마지막 단계에서 다시 한번 투입한다. 즉, 각 가정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은 염소 냄새가 날지는 모르지만, 여러 이슈 등을 제외하고 전염병 등 오염에 대한 걱정은 덜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막걸리 양조장 중에서도 수돗물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비용만 따진다면 양조장 입장에서는 수돗물보다는 지하수가 경제적이다. 지하수가 수돗물보다 유지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돗물을 쓰는 양조장이 늘어나고 있다. 왜일까? 이유는 지하수의 오염이다. 늘 수질검사를 해야 하는데 마을이 도시화가 되어가면서 마을의 지하수가 오염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수돗물을 쓰는 양조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비교 시음한 양조장의 막걸리는 어떤 물로 만들었는가?

골목식당 32,33회를 보면, 전국 유명 막걸리와 막걸리집 사장의 막걸리 2종을 블라인드 테이스팅 하는 것이 나온다. 막걸리 집 사장의 내공을 테스트하기 위함이자 맛 평가를 하기 위함이다. 이 테이스팅은 과연 공정한 조건하에 치러졌을까? 일단 상수도를 사용하는 양조장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지역의 농산물만 100% 사용하지도 않는다. 조달이 어렵고 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즉 대중적인 막걸리가 상당수였다. 이 말은 나쁜 막걸리라는 뜻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적응된 맛이며, 획일적인 맛 성분이 분명히 들어가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여기에 수제로 만든 사람들이 맛보지 않았던 맛이 들어간다면, 좋은 평가보다는 나쁜 평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비교시음을 해야 했다면 수돗물 쓴다고 비난한 지역 막걸리가 아닌, 전국의 유명 수제 막걸리와 겨뤄야 했다. 체조선수와 리본체조선수 각각의 연기를 하나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말이다.

막걸리 블라인드 테이스팅. 아무리 많은 막걸리를 마셔봤어도 지역 제품이름을 맞추기는 신공에 가깝다. 다 맞춘다고 양조 전문가도 아니고, 틀린다고 해서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획일적으로 사람을 모는 것은 안 좋다/사진=sbs 골목식당 캡쳐

동시에 해당 제품을 마셔보라며 지역을 맞혀 보라고 한다. 취지는 좋으나 개인적으로도 일부 특징이 있는 막걸리를 제외하고는 알아맞히기는 힘든 부분이다. 막걸리는 생이라서 계절에 따라, 또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무조건 못 알아맞힌다는 뜻은 아니다. 신이 준 재능이 있다면 알아맞힐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못 맞춘다고 해서 그가 막걸리를 모른다거나 아집만 있다고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방송에서 비교 시음한 지역 막걸리를 수돗물로 만들었다고 말한 사람이 있던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수돗물로 막걸리를 만들어도 우리는 그것을 구별할 민감한 훈련이 안 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가 수돗물로 만들었다는 것을 비난도 해서 안 된다. 어차피 우리가 먹는 밥조차 모두 수돗물로 만든 것이 아닌가? 지금 대전이라는 대도시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물의 종류는 오염된 지하수가 아닌, 물을 받기에 시간이 걸리는 정수보다 상수도가 최선일 수 있다.

막걸리집 사장 이야기 ‘누룩이 더 중요하다’

누룩은 술을 빚는 씨앗이다. 된장찌개에 들어가는 된장 같은 존재며, 간장을 만드는 메주와 같은 역할을 한다. 중요한 것은 누룩을 잘 빚지 못하면 이상한 곰팡이가 생겨서 맛과 향은 물론 숙취의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 건강까지 해친다는 것이다. 맥주에서도 호밀로 빚는 경우에 자낭균이 독성 알칼로이드를 분비, 맥각 중독이라는 현상을 일으키는 것도 좋은 예이다. 또 하나, 누룩이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효모다. 일반적으로 전통누룩에는 수십 종의 효모가 붙어있다. 잘 배양된 효모는 발효하면서 좋은 과실향과 곡물 향을 낸다. 그런데 그것이 종류에 따라 완전히 다르다. 어떤 효모는 과실향 중심이라면, 또 다른 효모는 곡물 향을 잘 만든다. 그래서 잘 배양해야 한다. 결국 막걸리 및 곡주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매체 중 하나는 이 누룩인 것이다. 연구자 출신인 막걸리집 사장이 누룩에 연연해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것이다. 문제는 좋은 누룩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 백종원 씨는 이 부분을 지적한 듯 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결국 백종원 씨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수돗물이라는 정성 없는(?) 물을 쓰지 말고 더욱 고민하라는 의미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막걸리보다는 대중이 좋아하는 입맛을 맞추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래야지 매출도 오르고 사업도 지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공감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수돗물을 써서 막걸리가 맛이 없다는 논리나, 기존 적응된 맛의 막걸리와 비교하면서 막걸리집 사장을 아집만 있는 청년으로 묘사한 부분에 있어서는 예능이라는 의도가 느껴지는 불편한 방송이었다.

현대 양조학에서는 표준화된 물보다는 누룩(효모)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미 위생부분은 상당히 해결이 되었고, 물의 경도를 따지는 것도 실은 언제든지 원하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과학적인 연구가 부족한 상태가 바로 이 누룩이다. 그래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수돗물 염소 냄새가 난다면 개선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막걸리를 비교 시음하고, 맛에 대한 다양한 철학이 방송에서 나온 것은 업계 관계자로서 무척 고마운 부분도 있다. 이것으로 막걸리 비교 시음하는 문화도 커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하지만, 방송을 위해 술에 대해 철학을 가진 젊은 청년을 매도해서는 안 된다. 연출이며 설정이고 편집으로만 보였다.


사진=sbs 골목식당 캡쳐

막걸리집 사장이 이야기한 알코올 도수 6도로 낮추면 풍미가 떨어진다고 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그가 구입하는 전통누룩(송학곡자인 것으로 안다)으로 만들면 막걸리 도수는 15도 전후가 나온다. 그것에 물을 부어 6도로 만들면 풍미가 무조건 떨어진다. 일반적으로는 그 풍미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감미료를 넣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곳의 막걸리는 어떻게 가야만 하는 것일까?

획일화시켜서는 안된다

현재 한국 막걸리의 가장 큰 단점은 획일화된 막걸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여전히 수입 쌀을 많이 쓰고, 단맛 중심의 맛, 지역성, 고부가가치보다는 그저 저렴한 것만 찾는 문화가 가장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가치를 가진 수제 막걸리를 애써 평준화 시키는 모습은 수제 막걸리가 지향할 부분은 아니다.

일반 막걸리와 차별점이 없다고 폄하했지만, 그것들과 비교 시음하며 남은 차별점마저 버리고 결국 따라 하라는 뜻이 되었다.

개인적 최선의 의견, 다양한 지역 막걸리와 직접 빚은 수제 막걸리를 같이 판다면…

이미 방송은 나갔고 그는 그의 막걸리와 이별을 고했다.  하지만 그의 막걸리가 대중성이 없다 하더라도 개성 있는 막걸리가 사라지는 것이 싫다. 업계를 위해서도 좋은 것이 아니다. 지금 바로 잘 팔리는 막걸리가 아니라도 시간을 들여서라도 발전시켜 지금의 일반 막걸리와는 다른, 독특하고 문화적 가치를 듬뿍 담아 문화를 선도하는 막걸리가 그의 막걸리였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매출이 필요하다면, 전국의 유명한 지역 막걸리도 함께 팔아보면 어떨까? 대중적인 입맛을 찾는 소비자에게는 지역의 막걸리로 매출을 올리며, 개성이 넘치는 자신의 추구한 막걸리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충분히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자신의 철학으로 꿈이 이뤄지게 말이다. 실은 업계에서 이러한 성공스토리는 얼마든지 있다.

남의 사업이라 쉽게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자신의 개성을 담은, 획일적인 막걸리가 아닌 사회적 가치가 있는 막걸리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남겨본다. 그래야 또 오래가고 브랜드가 생긴다. 백종원 씨 정도의 내공이라면 긴 안목으로 이러한 것까지 포함한 솔루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명욱 전통주 갤러리 부관장, 주류문화칼럼니스트
일본 릿쿄(立教)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일본 나스닥 재팬 상장기업에서 아시아 투자담당을 맡았었다. 10년전 막걸리 400종류를 마셔보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포탈사이트에 제공하면서 본격적인 주류칼럼니스트로 활동한다. 가수겸 배우 김창완 씨와 SBS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전통주 코너를 2년 이상 진행했으며, 본격 술 팟캐스트 '말술남녀'에도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최근에는 O tvN의 어쩌다어른에서 술의 역사 강연을 진행했다. 명욱의 동네술 이야기 블로그도 운영중이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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