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고 낡은 종이책에서 종종 발견되는 작은 벌레가 있다. 일명 ‘책벌레’라고 불리는 ‘먼지다듬이벌레’이다. 사람들은 흔히 책벌레를 옷이나 가죽을 쏠아 해를 입히는 좀의 일종으로 여기며, 책벌레가 책을 망치는 주범이라 생각한다. 풀을 뜯는 염소처럼 책벌레가 종이를 갉아 먹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책벌레는 종이를 갉아 먹지 않는다. 책벌레는 종이나 곡식, 음식물 등에 피어나는 곰팡이만 먹고 산다. 종이를 갉지 않는 책벌레가 오래된 책에서 주로 발견되는 것은 단지 오래된 책이 책벌레가 좋아하는 덥고 습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책벌레가 사는 책의 상태가 좋지 않은 이유는 책벌레가 갉아 먹은 탓이 아닌 덥고 습한 환경에 피어난 곰팡이 탓이다.

책벌레는 일부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사람에게 큰 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머릿니를 닮은 생김새로 혐오감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책벌레를 없애려면 온도와 습도를 낮춰주고,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조들이 실록 등 주요 문서를 주기적으로 꺼내 햇볕과 바람에 말린 포쇄(曝曬)도 습기를 낮춰 책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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