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불가에 마주 앉아 밤새 속삭이네”
1970년대 발표된 ‘조개껍질묶어(라라라)’는 바닷가에 가면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추억의 노래다. 통기타 반주에 어울리는 경쾌한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가 어우러진 노래는 오랫동안 낭만의 대명사로 여겨지며, 많은 이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런데 이 노래에 꼬리처럼 따라붙는 논란이 하나 있다. 바로 노래 제목과 가사에 들어있는 ‘조개껍질’ 때문이다.
‘껍질’과 ‘껍데기’는 모두 어떤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부분을 이르는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두 단어가 같은 말이라 되어 있다. 하지만 ‘껍질’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하지 않은 물질’, ‘껍데기’는 ‘달걀이나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이라는 표준국어대사전의 설명은‘껍질’과 ‘껍데기’를 분명하게 구분 짓게 한다. 겉을 싸고 있는 부분이 무르면 ‘껍질’, 단단하면 ‘껍데기’라는 기준으로 말이다.
실제 ‘껍질’은 귤, 사과, 바나나, 양파 등 과일이나 채소 종류의 겉 부분처럼 재질이 무르고, 속과 밀착해 있는 것에 쓰고, ‘껍데기’는 달걀, 굴, 소라처럼 재질이 단단하고, 알맹이와 긴밀한 관계가 없어 쉽게 분리할 수 있는 것에 쓰는 것이 알맞다. ‘껍데기’는 이외에  ‘베개 껍데기’, ‘과자 껍데기’와 같이 ‘알맹이를 빼내고 겉에 남은 물건’을 뜻하는 말로도 사용한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조개껍질’은 ‘조개껍데기’와 함께 당당히 등재되어 있어, 무조건 틀린 말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잘못이다. ‘조개껍질’은 1927년 5월 5일 동아일보에는 ‘봄아니온冷室(냉실)안에 結晶體(결정체)의六花(육화)’라는 기사에도 등장하며, ‘조개껍질은 녹슬지 않는다’는 속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무튼 ‘조개껍질’이란 표현이 윤형주의 노래가 퍼지기 전부터 이미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니, 이제 ‘조개껍질’과 ‘조개껍데기’ 공방에 노래 탓을 하는 것은 그만두어야 하지 않나 싶다.
한편 ‘조개껍질’과 함께 ‘껍질’과 ‘껍데기’의 오용 사례로 손꼽히는 ‘돼지껍데기’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돼지껍질’이 아닌 ‘돼지껍데기’를 쓰는 이가 많으니, ‘돼지껍데기’도 언젠가는 ‘조개껍질’처럼 당당해지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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