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매년 4~5월에는 결혼 소식을 알리는 청첩장이 부쩍 늘어난다. 신록이 무르익는 아름다운 계절에 ‘부부’의 연을 맺고 인생의 새로운 막을 시작하려는 남녀가 많기 때문이다.

‘부부(夫婦)’는 결혼한 남녀, 즉 남편과 아내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부부’를 뜻하는 말은 내외(內外), 부처(夫妻), 안팎 등 다양한데, 그중에는 많은 이가 예쁜 우리말로 손꼽는 ‘가시버시’도 있다.

‘가시버시’가 언제부터 쓰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문헌에서는 20세기 초 소설인 『임꺽정』에서 처음 찾아볼 수 있으며, 1938년 발간된 『조선어사전』에서도 등재되어 있다. 『조선어사전』에 ’가시버시’는 ‘내외의 옛말’이라 풀이된 ‘가시밧’의 사투리로 규정하고 있으며, 『조선말큰사전』(1947)에는 ‘부부(夫婦)‘에 대한 낮춤말로 풀이되어 있다.

‘가시버시’의 ‘가시’는 ‘갓(妻)’과 속격조사 ‘-이’가 합쳐진 것으로 ’아내‘를 뜻한다. ’버시‘는 ‘가시밧’의 ‘밧’에 접미사 ‘이’가 합쳐진 말인 ‘바시’가 변형된 것이다. 여기서 ’밧‘은 ‘밖(外)’의 다른 표기인데, 바깥에서 활동하는 사람, 즉 ‘사내’, ‘남편’의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 ‘가시밧’에서 ‘가시바시’를 거쳐 ‘가시버시’로 정착된 어형으로 볼 수 있는 ‘가시버시’는 정확히 ‘아내와 남편’이라는 '부부(婦夫)'의 뜻이 된다.

순우리말인 ‘가시버시’를 한자어인 ‘부부’ 대신 사용하자는 의견도 많은데, 이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가시버시’가 ‘부부’와 동격이 아닌 낮춤말이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가시버시’를 ‘부부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한다.

당사자가 자기 부부를 낮춰 말할 때 ‘가시버시’를 사용하거나, 친한 동년배나 손아랫사람의 부부를 일컬을 때 ‘부부’ 대신 사용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친분이 없거나, 자신보다 손윗사람의 부부를 ‘가시버시’라 하는 것은 큰 실례가 될 수 있다.

‘가시버시’의 뜻을 확실히 알고 그 쓰임을 명확히 구분한다면 ‘가시버시’는 ‘부부’를 대신할 수 있겠지만, 순우리말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바꿔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음을 새겨둬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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