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회복'이란 말은 자양장강제 음료에 즐겨 사용되고 있다. /이미지=제품 홈페이지

봄이 되며 피로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아침저녁으로 심해진 기온 차와 미세먼지 등 봄철 환경이 몸을 피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피로가 쌓이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를 비롯한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TV 방송 등에서 ‘피로 회복’에 좋다는 음식과 약 등에 관한 정보가 봄철에 많이 쏟아지는 이유다.
그런데 ‘피로 회복’이란 말처럼 이상한 말도 없다. ‘피로’는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 힘듦. 또는 그런 상태’를 ‘회복’은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을 뜻한다. ‘피로에서 벗어나 원기를 되찾는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피로 회복’은 사실 ‘지친 상태로 되돌린다’는 정반대의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피로 회복’이란 말은 대표적인 잘못된 표현으로 지적받으며, ‘피로 해소’, ‘원기 회복’ 등의 표현으로 대체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피로 회복’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표현이다. 1928년 신문 기사에서도 ‘산후 피로가 회복되거든 젓을 먹입니다’(산후칠주일동안의 산부의 조섭과 주의, 1928.02.19 동아일보 3면), ‘수면은 피로를 회복하여 주는 가장 효과 있는 약이니’(現代(현대)의 獨逸(독일) 歐羅巴旅行感想記中(구라파여행감상기중)에서, 1928.06.17동아일보 3면) 와 같은 문구를 찾아볼 수 있으니, ‘피로 회복’의 역사는 거의 백 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안전사고’는 ‘피로 회복’처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안전한 사고’라는 말이 되지 않는 표현이지만, ‘공장이나 공사장 등에서 안전 교육의 미비, 또는 부주의 따위로 일어나는 사고’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됐다. 사회적으로 추가된 의미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자주 사용되는 ‘딸 바보’나 ‘총알 배달’ 같은 표현도 단순한 단어 조합으로 보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이상한 말이지만, ‘딸을 각별히 아끼는 아버지’, ‘총알처럼 빠른 배달’을 뜻하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일상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오랜 기간 많은 이가 사용해 온 ‘피로 회복’은 이제 일상어로 굳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법적으로는 맞지 않지만 사회성을 인정받은 ‘안전사고’처럼, 언젠가는 ‘피로 회복’해도 될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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