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뷰] 영화 ‘골든슬럼버’, 심장 쫄깃한 장르물을 기대했나요?
기대가 크면 아쉬움도 크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골든슬럼버>(노동석 감독, 영화사 집 제작)가 7일,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잘생김의 대명사 강동원이 이번엔 순진한 택배기사로 분했다. 동네 아주머니를 연상케 한 곱슬머리 파마를 해도 숨길 수 없는 그의 비주얼, 이번에도 역시 아낌없이 폭발했다.
김건우(강동원)가 원톱 주연으로 메인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지만, 그의 곁엔 든든한 친구들이 영화 곳곳에 존재했다. 학창시절 밴드로 뭉친 최금철(김성균) 장동규(김대명) 신무열(윤계상) 그리고, 건우와 짧은 멜로의 주인공이었던 전선영(한효주)까지. 그림자처럼 스크린을 꽉 메운다.
대통령 후보 암살자로 하루 아침에 누명을 쓴 건우를 돕는 전직 비밀요원엔 김의성이, 그 둘을 쫓는 정부기관 소속 수장인 유재명은 묵직한 액션 연기와 연륜 있는 카리스마로 극의 분위기를 압도한다.
1인 2역에 빛난 강동원의 연기도 눈길을 끈다. 자신을 꼭 빼 닮은 ‘실리콘’의 정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김건우와 가짜 김건우의 대치 상황에서는 주인공인 강동원의 심리묘사가 적절히 잘 표현되어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배가시킨다.
<골든슬럼버>는 서울 광화문 한복판의 차량 폭탄 테러 장면이 예고되어 일찌감치 화제가 되었다. 광화문을 기점으로 인근 사직터널까지 걸친 추격 장면을 비롯해, 강동원의 흥행작 <검은사제들>(장재현 감독)에서 인상 깊었던 구마예식의 주된 배경이자, 서울 최고의 밀집지역인 명동 뒷골목 장면도 볼거리라 두 영화의 명 장면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했다.
영화가 주는 아쉬운 점도 분명 있다.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남한산성>, <살인자의 기억법> 등도 그 결과가 좋아 내심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 <골든슬럼버>였다. 영화 초반 택배기사 김건우의 착한 성격을 드러내는 억지스러운 일상, 그리고 그의 친구 신무열(윤계상)이 큰 사건을 암시하며 괴로워하는 장면은 긴장감을 주기보다는 지루함이 더 컸다. 그 후, 친한 친구가 자신 때문에 죽은 거라고 오열한 건우가 전직 비밀 요원 민씨(김의석)와 심각해진 상황에서 장난스럽게 울다 웃는 장면은 어떤 연출 의도가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쉽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추격자>(나홍진 감독)처럼 어눌하지만 영화 초반부터 끝까지 심장 쫄깃하게 스릴러란 한 장르에서 개연성을 잃지 않고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결말로 숨가쁘게 이어지는 전개로 완성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거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골든슬럼버>는 오는 2월 14일 개봉한다. 8일(내일) 개봉하는 <조선명탐정3>(김석윤 감독)는 8년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는 설날 야심작. 여기에, <골든슬럼버>와 같은 날 격돌하게 될 故김주혁의 유작으로 화제를 모은 <흥부>(조근현 감독)와 최근 주연배우들이 내한했고, 부산을 로케이션으로 주목 받은 마블의 기대작 <블랙 팬서>와의 한판 승부에서 승리할 수 있을 지 궁금해진다.
CJ엔터테인먼트의 거대 배급망에 의존해 관객수로 작품성을 카운트하는 현실 속에서 단순한 상업영화로 묻혀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7년 전부터 강동원이 원작을 본 뒤 영화화를 제안했을 정도로 기대했던 <골든슬럼버>. 배우가 말한 대로 원작이 주는 명확한 주제가 뭐였는지, 주인공인 김건우(강동원)가 왜 고군분투하며 수많은 인파 속에서 열정 가득하게 뛰어 다녔는지, 관객의 솔직한 평가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