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제제, 도로시는 그 후 행복하게 살았을까?
빨간 머리 앤
‘빨간 머리 앤’은 풍부한 상상력과 어휘력을 가진 고아 소녀 앤이 에이번리의 초록 지붕 집으로 입양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우리에겐 원작 소설보다 일본의 만화 영화 시리즈가 더 친숙한 탓인지 앤의 이야기는 매슈 아저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에이번리 마을에 돌아온 것까지의 이야기만 알고 있는 이들이 많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빨간 머리 앤의 전 생애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빨간 머리 앤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앤의 처녀 시절과 신혼 시절, 그리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이야기를 모두 후속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아는 이들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앤은 어린 시절 원수로 여겼던 길버트와 결혼해 6명의 아이들을 낳았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고단한 삶으로 인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조숙한 다섯 살짜리 꼬마 악동 제제의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소설이다. 친아버지보다 더 믿고 따랐던 뽀르뚜가 아저씨를 기차 망가라치바에게 잃은 제제는 심한 병을 앓고 난 후 조용한 아이로 변하게 된다. 많은 이들이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제제의 모습에 가슴 아파하지만, 후속편인 ‘햇빛사냥’을 보면 아릿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다. 제제는 이후 부유한 의사의 집으로 입양되어 어린 시절과는 다른 풍족한 생활을 하게 되며, 겉으로 잘 내색하지 않을 뿐 풍부한 감수성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제제의 이야기에서 독자는 소설가가 된 30세 후반의 제제의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다.
오즈의 마법사
‘오즈의 마법사’는 토네이도에 휩쓸려 오즈의 나라에 떨어진 캔자스 소녀 도로시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와 친구가 되어 펼치는 모험을 담고 있다. 모르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 오즈의 마법사는 총 14권에 달하는 장편 시리즈다. 즉, 마녀 글린다에게 마법의 구두를 얻어 캔자스로 돌아갔던 도로시는 이후 열두 번이나 더 오즈의 나라를 방문했다는 얘기다(두 번째 시리즈인 ‘환상의 나라 오즈’에는 도로시가 등장하지 않는다). 시리즈가 계속되며 도로시가 성장하기는 하지만, 분명한 건 오즈의 시간보다 현실의 시간이 더디다는 것. 오즈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중심이 되는 만큼, ‘오즈의 마법사’ 속편들에서는 도로시의 성장보다는 변해가는 오즈의 나라를 지켜보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