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읽을만한 책] 시인의 밥상
공지영 저 | 한겨레출판
봄이 저렇듯 다정하게, 저렇게 고운 모습으로 다가오는데, 세상의 소란이 날마다 우리를 팽이질 쳐서 어지러운 나날, 물기 비치며 사알짝 한쪽 얼굴 내비치는 여린 순과 강아지의 순한 눈동자와 흐드러진 벚꽃과 다람쥐의 졸음과 화사한 밥상으로 우리를 위로하는 책이다, '시인의 밥상'은.
지리산과 거제도 등지에서 누가 누구인지 모르게 뒹굴며 살지만 무뚝뚝한 나무껍질 비집고 올라오는 새싹의 굳은 등판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올곧은 표정을 담아 우리의 마음을 일깨우는 책이다, '시인의 밥상'은.
이 책은 분명 음식과 우정을 비벼 내는 에세이집인데, 나는 가족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이 글의 화자인 공지영 작가는 틈만 나면 고향인 지리산으로 내달리는 어리광쟁이 딸이고, 버들치 시인 박남준은 자애로운 엄마다. 마당과 뒤꼍을 오가며 구시렁대면서도 착실하게 주변 사람을 챙기는 최 도사는 아버지이고, 거제도의 큰손 J는 언니다. 전주의 은자 씨는 이모이고, 소설가 한창훈은 이웃이다. 사진작가, 영화감독은 친구이고, 그밖에 주변을 스치는 이 몇몇도 등장한다. 한데,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무서운’사람들이란 거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모든 것을 버린 사람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아무것도 욕심 내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책을 쓰는 1년 동안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들과 함께했다.” 그 무서운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연이 주는 선물로 따듯하고 소박한 밥상을 차려 딸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달래 준다. 이 밥상에 우리 모두를 위한 수저가 놓인 것이 보이시는지.
| 추천자: 강옥순(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