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유럽에서 전해져 온 이야기인 ‘미녀와 야수’는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로맨틱 고전으로, 수 세기에 걸쳐 다양한 버전의 책과 영화로 제작됐다.
지금까지 제작된 ‘미녀와 야수’는 대부분 1756년 출판된 잔 마리 르 프랭스 드 보몽 부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보몽 부인의 작품은 '미녀와 야수'의 오리지널 원작이 아니다. 최초로 소설화된 '미녀와 야수'는 1740년에 출판된 마담 드 뵐뇌브의 소설이고, 보몽 부인의 작품은 이 소설을 10장 남짓한 분량으로 요약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2014년 제작된 프랑스 영화 ‘미녀와 야수’는 마담 드 뵐뇌브의 오리지널 원작을 실사화한 최초의 영화라는 점에서 다른 동명의 작품들과는 차별성을 갖는다.

영화 ‘미녀와 야수’는 프랑스 국민 배우 뱅상 카셀과 레아 세이두의 하모니를 통해 역대 최고로 섹시한 미녀와 야수를 선보인다. ‘미녀와 야수’를 아이들을 위한 동화쯤으로 생각한 사람들에게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관능적인 영화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버전의 이야기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로 칸 영화제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여배우인 레아 세이두의 아름다운 모습은 동화 속 미녀 벨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며, 뱅상 카셀은 거친 야성미와 카리스마로 그만의 야수 캐릭터를 완성했다.
또, 어떤 영화에도 뒤지지 않는 빼어난 영상미 역시 이 영화의 자랑이다. 4천만 유로에 달하는 총 제작비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삼총사 3D’,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 등 할리우드 판타지 블록버스터를 만든 제작진이 참여한 영화는 마법 같은 CG와 연출력으로 웅장한 스케일의 환상 세계를 현실처럼 보여준다.
영화가 보여주는 독특하고 감각적인 영상은 역대 가장 유명한 ‘미녀와 야수’인 1991년 작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다. 말하는 찻잔과 시계, 촛대의 자리는 슈렉 고양이만큼 귀엽고 앙증맞은 ‘타둠’이 대신하고, 안개에 쌓인 야수의 성과 영지는 애니메이션 이상으로 환상적이다. 

영화 '미녀와야수' 스틸컷

영화는 개봉에 앞서 무비 스토리 북으로도 출간되었다. 책은 감독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마담 드 뵐뇌브의 원작을 재해석한 시나리오를 다시 글로 옮긴 것인데, 영화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금세 읽을 수 있는 가벼운 분량과 미묘한 감정이 사라진 단순한 문장이 책을 소설보다는 동화에 가깝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영상만으로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던 인물들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책에서 그 이상의 것은 보이지 않는다.
이 작품은 굳이 영화와 책을 모두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익히 알고 있는 ‘미녀와 야수’에는 없는 야수의 숨겨진 비밀만 궁금하다면 책을 확인하는 것이 간단하겠지만, 이왕이면 전혀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영화를 추천한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